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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별 의미없는 것 100

쇠락한 농촌에 유일하게 남은 동네점빵 풍경

설 연휴는 끝났지만, 저는 아직 시골 고향에 있습니다. 설 직전 병원에서 퇴원한 아버지를 혼자 두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곧 정리할 회사에는 일단 휴가를 냈습니다. 설 쇠러 왔던 자녀들이 모두 떠난 시골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습니다. 여기서 저는 사흘째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고 치우고, 식후 약을 챙겨드리고 무료하게 텔레비전을 보다가, 다시 밥을 짓고 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물을 끓일 보리차가 떨어져서 사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차가 없습니다. 물론 운전도 못합니다. 여기서 읍내까지 가려면 10리 길입니다. 택시를 대절내면 왕복 1만 4000원입니다. 보리차 하나를 사기 위해 택시비 1만 4000원을 쓰긴 아깝습니다. 큰 길가에 올라가면 당연히 가게가 있을 걸로..

몰운대 상록수엔 누런 잎이 달려 있다

제가 원래 좀 엉뚱하기는 합니다만,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 가서 이런 장면을 눈에 담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바닷가에 가서 바다를 보기보다는 나무에 더 눈길이 끌렸거든요. 키 큰 소나무랑 키 작은 상록수(제가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가 뒤섞여 있었는데, 멀리서 보니 상록수에도 누런 잎사귀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참 이상한 일이군 생각을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소나무와 상록수의 합동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소나무에서 진 누런 잎사귀들이 키 작은 상록수 가지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특별한 뜻이 담긴 모습은 아니지만 색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 올려 봅니다. 하하. 김훤주

산부인과 상호가 '소피마르소'인 까닭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재미있는 상호를 하나 봤다. 택시에 붙어 있는 산부인과 의원 광고였는데, '소피마르소 산부인과'였던 것이다. 영화 '라붐'의 히로인이었던 배우 소피마르소와 산부인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함께 있던 후배기자에게 "왜 산부인과 상호가 소피마르소일까?"라고 물었더니, "아마도 소피마르소같은 예쁜 아이를 낳도록 해준다는 뜻 아닐까요?"라고 한다. 억지 해석이다 싶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광고를 눈여겨 봤다. 그랬더니 '요실금 수술'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홈페이지 주소도 'www.마산요실금.com'으로 안내가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흔히 소변을 속어로 '소피'라고도 한다. 다음 사전에 찾아보니 속어라고 할 수도 없이 '소피(所避)라는 한자 단어..

지가 본 것을 비밀로 해드리겠다는 변기

변소에 가면 이런저런 딱지들이 종종 붙어 있습니다. 옛날에는 뭐 '문화인은 공공시설을 깨끗하게 씁니다', 이런 따위가 붙어 있었고요, 최근 들어서는 이를테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것도 붙어 있지요. 제가 유심히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이런 더 최근에는 이런 것도 있었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운운. --변소 잘 쓰고 나서 더럽힌 채로 두지 말라는 얘기겠지요. 그런데, 며칠 전 마산 한 아구찜 가게에서 아주 기발한 녀석을 만났습니다. 평소 봐 왔던 화장실 어쩌구 하는 것들에는 별로 취미를 느끼지 못했습니다만, 이 녀석은 단번에 눈길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당신이 저를 소중히 다루시면 제가 본 것은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쉿! -..

호텔 화장실의 이것, 대체 뭘까요?

한국디지털뉴스협회 워크숍 덕분에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하룻밤 묵을 일이 있었습니다. 가끔 외국여행을 가면 호텔에서 자긴 하지만, 국내에서 이런 특급호텔에 묵기란 우리에게 흔한 일이 아니죠. 규모도 꽤 컸지만 특히 호텔 뒤로 펼쳐진 금호강의 풍경과 호텔 앞의 공원이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앞에서도 포스팅한 바 있지만, 인터넷 사용에 불편이 있다는 것 말고는 특급호텔다운 시설과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생겼습니다. 과거 외국의 한 호텔에서도 이런 걸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지만, 그 땐 구체적인 호기심을 품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이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보듯, 객실 화장실의 변기 옆에 있는 또하나의 보조 변기 같은 것입니다. 처음엔 그냥 볼 일을 본 후 손씼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

특급호텔의 '전화접속 인터넷 연결' 안내문

오늘 아침 대구의 특급호텔인 인터불고호텔의 인터넷 사용료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댓글로 공감해주셨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호텔의 '인터넷 사용설명서'에 특이한 내용이 있군요. 바로 '전화접속 인터넷 연결'이라는 설명서였는데요. 1번은 'LAN을 통한 인터넷 연결'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었고, 2번이 바로 '전화 접속 인터넷 연결' 방법이었습니다. 1. 전화케이블을 데스크허브 전화단자에 삽입 2. 국선인식코드 9 추가 3. 고객님의 ISP 전화번호로 접속 이런 내용이었고, 옆에는 영어와 일본어로도 같은 내용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요즘도 전화로 인터넷 연결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휴대폰으로 가능한 '모바일 인터넷'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 '윈속..

졸업후 30년만에 사설 독서실 가봤더니…

한동안 공공도서관에 다니다가 요 근래 며칠간은 사설 독서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병원 근처에 '거점(?)'을 마련하려다 보니 독서실을 찾게 된 것이다. 독서실은 약 30년 전인 중·고등학교 때 가본 후 이번이 처음이다. 개인별로 칸막이 책상이 설치되어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 물론 요금은 그 때보다 훨씬 비싸졌을 게다. 기억이 아련하지만 30년 전엔 하루 몇 백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4000원이다. 그래도 월정으로 끊으면 6만 5000원(하루 2166원 꼴)이니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30년 전과 확연히 다른 것은 모든 방에서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또한 따로 인터넷 영상강의실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영상강의실에서도 인터넷을 마음껏..

날마다 다른 아파트 베란다의 일출

얼마 전 제가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여명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넋을 잃은 적이 있다는 포스팅을 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글 : 우리집 베란다에서 본 아침의 여명) 그 후 아침에 일찍 눈을 뜨는 날이면, 베란다에 나가 여명과 일출을 감상하는 게 생활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보는 것이나, 해수욕장에서 보는 것이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더군요. 정말 신비로운 것은 매일 아침 같은 방향에서 뜨는 태양이라도 그 일출의 자태는 하루하루가 다 다르다는 겁니다. 어쩌면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렇게 경이로운 일출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게 대단한 특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은 좀 열받..

늦여름 자줏빛 향기 칡꽃 보셨나요?

어릴 때 산속을 헤메고 다니며 칡뿌리를 캐먹어보신 적 있나요? 제가 어릴 땐 칡뿌리가 아이들의 주요 군것질 거리였습니다. 또 칡의 새순을 떼어 껍질을 벗겨서 먹기도 했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칡꽃에 대해서는 별로 기억이 없네요. 향기도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고, 색깔과 모양도 알지 못했습니다. 마침 오늘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집 가까이에 있는 마산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산호공원 입구에 있는 도서관이라 아들녀석과 함께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한 후, 도서관에 들어섰는데요. 도서관 3층 옥외휴게실에서 칡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색깔은 자줏빛이었고, 모양은 총상(總狀)꽃차례라고 부르는, 긴 꽃대에 여러 개의 꽃이 붙어서 아래서부터 피어오르는 형상이었습니다. 향기도 은은하지만 참 기..

우리집 베란다에서 본 아침의 여명

오늘 우연히 새벽 4시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습관대로 모닝담배를 빼어물고 이곳저곳 인터넷을 둘러보던 중 문득 베란다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아니, 그런데 지난 8년동안 이 아파트에서 살아오면서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여명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집은 동향이어서 아침에 조금만 일찍 눈을 뜨면 일출을 보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비가 올 전조인지 하늘의 구름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한동안 멍하니 구름과 구름 사이 빛의 향연을 즐기고 있다가 문득 사진을 찍어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찍은 사진이 아래의 모습입니다. 참 재미있지 않나요? 8년간 살아온 집에서 계속 보아온 풍경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었습니다. 서기 2009년 8월 27일 목요일 새벽 5시 53분부터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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