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순·김서운은 동갑내기다. 노점순은 열 다섯, 김서운은 한 해 먼저 열 네 살 어린 나이에 함양군 백전면 백운리 신촌마을로 시집을 갔다. 그녀들의 시댁은 아래 윗집 사이였다. 김서운은 병곡댁, 노점순은 도북댁이라는 택호로 불렸다. 철없는 소녀의 나이로 각 가정의 며느리와 아내가 된 그들은 같은 해인 1949년 열 여덟에 첫 아이를 낳았다. 노점순은 그해 4월, 김서운은 9월초에 각각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김서운의 남편 최재일(당시 26세)은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루 전날인 9월 6일 오후 노점순의 남편 박판갑(당시 23세) 등 마을 사람들과 함께 경찰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노점순의 남편은 집을 나서기 전 방에 누워있던 생후 4개월짜리 아들에게 입을 쪽 하고 맞추며 "아부지 갔다올께" 하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