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지리산 아래에 있는 한 산골마을을 찾아갔습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덕산리라는 곳입니다. 퇴계 이황과 대척점에서 조선 유림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에 수학하다 돌아가신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요즘은 산청 지리산 곶감으로 유명하며, 이곳의 식당에서 파는 돼지고기는 대부분 지리산 흑돼지로도 유명합니다.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어서 산골의 장터구경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평화스럽게 보이는 이 산골마을에도 59년 전 큰 아픔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토벌을 하러온 국군들이 마을 주민들을 집단학살한 사건인데요. 지난 2000년 덕산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외공리 뒷산에 암매장된 피학살자의 유해를 시민단체가 수습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곳도 추가발굴을 할 예정입니다.
당시 덕산시장과 다리 하나 사이에 있던 덕산초등학교(현 덕산중학교)에 주둔하고 있던 국군 3연대 소속 군인 37명이 빨치산에 의해 희생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답니다.
국군이 마을주민들을 학살한 이유는 '빨치산에 협력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낮에는 국군, 밤에는 빨치산 천지가 되는 상황에서 빨치산에게 반강제적으로 쌀을 빼앗기거나 밥을 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이유로 재판도 없이 비무장 민간인을 군인들이 학살한 것은 유족들에게 반세기가 넘도록 풀리지 않은 깊은 한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학살됐던 당시 덕산초등학교 강당에서 개토제(흙을 파기 전에 지내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여기에 참석했던 유족들은 기쁨도, 슬픔도 드러내지 않은 덤덤한 무표정이었습니다. 이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천추의 한을 풀고 저승에서나마 당시 희생된 남편, 부모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개토제가 시작되기 전 유족들과 점심을 먹던 중 만나 알게 된 한 유족의 증언을 동영상으로 남깁니다. 그는 "여순반란사건으로 쫓겨온 좌익군인들이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이 되었고, 그들에게 국군 37명이 희생되자 국군이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불을 지르고 덕산초등학교에 집결시켜 학살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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