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립운동가의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부친의 자랑스러운 항일 경력을 철저히 비밀로 간직해왔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에게도 그런 사실을 숨겼다. 비밀은 그의 나이 70에 이를 때까지 수십 년 간 이어졌다.
 
자랑스러워해야 할 독립운동 전력을 왜 그렇게까지 숨겼을까. 그건 부친이 해방 후 권력을 잡은 이승만과 미군정의 편에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국지사 안용봉(1912년생) 선생과 그의 아들 안인영(70·마산시 내서읍)씨의 이야기다.

안인영씨는 해방 후 2년이 되던 1947년 광복절 당시 아버지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 해 창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광복 2주년 기념식장에 연사로 나온 아버지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얀 옷을 입고 계셨지요. 당시 35세셨던 아버지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수많은 청중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셨습니다.
 
‘아직도 남쪽에는 미군이, 북쪽에는 소련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방은 맞았으되 이는 완전한 해방이 아닌 껍데기 해방일 뿐입니다.’

아버지의 이 한 마디에 수많은 청중들이 떠나갈 듯 박수를 쳤지요.”

독립운동가 안용봉 선생.

당시는 이승만과 미국이 강행하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로 몰리던 분위기였다. 제주 4·3학살도 그래서 자행된 것이었다. 이듬해인 48년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남한만의 5·10 총선거가 치러진다. 아들은 그 때의 상황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독립운동 경력이 ‘비밀’

“당시 창원 죽전 정미소에서 투표가 있었지요. 그 때 아버지께서 어린 저에게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아들아, 이 선거는 해서는 안 될 선거다. 우리만 선거하면 남과 북은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 걸 보면 얼마나 울분에 차셨으면 그러셨겠나 하는 생각이 지금 와서야 드는군요. 못난 아들이 지금에야 아버지의 큰 뜻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백범 김구 선생도 당시의 단정 수립을 반대했다. 마산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이 47년 2월 7일을 기해 ‘구국투쟁’을 벌이면서까지 단정 반대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제주도와 여순을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헤아릴 수 없는 대량학살을 자행한 끝에 집권한 이승만은 단정반대에 나섰던 인사들이 눈엣가시였다. 결국 백범은 의문의 암살을 당했고, 안용봉 선생과 같은 분들은 이승만 정권의 상시적인 감시를 받는 ‘보도연맹’이라는 조직에 강제가입하게 된다.

이승만의 정치적 보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이승만 정권은 그들을 ‘적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붙여 아무런 재판절차도 없이 산골짜기로 끌고 가 모조리 죽여 버린 것이다. ‘골로 간다’는 말이 곧 죽음을 뜻하게 된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독립운동가 안용봉 선생도 그렇게 하여 학살되었음은 물론이다.

애국지사 학살한 이승만 정권

안용봉 선생의 아들 안인영 씨.

일제는 항일투쟁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살이를 시켰지만 이승만처럼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죽이진 않았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죽인 것으로도 끝난 게 아니었다. 희생자의 가족들에게까지 ‘연좌제’의 굴레를 씌워 감시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자식들의 취직까지 철저히 제한했다.

60년 3·15와 4·19혁명으로 살인자 이승만이 물러나자 전국의 유족들이 진상규명운동에 나섰고, 당시 국회도 여기에 동참했지만, 이듬해 다시 총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그들 유족까지 다시 감옥에 집어넣었다. 유족들이 발굴해 안장한 희생자의 무덤도 다시 파헤쳐 유골을 여기저기 흩어버렸다. 부관참시까지 자행했던 것이다.

이런 공포의 세월이다 보니 안인영씨가 부친의 독립운동 사실을 자식에게도 숨겨왔던 건 당연했다. 당시의 희생자 유족들 대개가 이렇다.

보통 이들 유족은 정권에 대한 피해의식의 가역반응 때문인지, ‘보수·우익적 가치관’으로 무장해 있는 분들이 많다. 나이 70이 넘어 처음으로 선친의 비밀을 털어놓고 과거를 찾아 나선 안씨를 만났을 때도 기자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06년 광복절을 앞두고, 학살된 지 56년 만에 국가보훈처로부터 건국포장을 받게 됐다는 통보를 받은 그는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아버지의 역사를 찾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는 새롭게 쓰이고, 반드시 다시 정립돼야 한다는 사실을.”

2006년에 써서 제 공부방 카페(http://www.masan315.org/)에 올려뒀던 글인데, 7일 민족반역자처단협회(http://cafe.daum.net/kokoin)가 회원들에게 제 글을 메일링으로 발송했더군요. 그래서 새삼스럽게 블로그로 옮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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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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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8.10.07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니 온통 빨갱이 이야기들이군요.

    끝없이 끝없이 암울한 나라입니다.

  2. Favicon of http://sungjin65.tistory.com/ 임성진 2008.10.07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글펐고 현재도 서글픈 현실입니다.
    트랙백 걸어 둡니다.

  3. 떡집정씨 2008.10.07 1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서글프네요.
    지금의 저희들 잘지내게 해주신 독립운동가분들께...
    나중에 죽어서 뵈면
    정말... 면목이 없네요..

  4. 오호라 2008.10.07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끄러움과 치욕스러움에 눈물이 납니다. 아버님과 아드님과 그 자손들의 어려움에도... 국가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있는건지.... 인간이라는 존재에 신물이 납니다. 그러나 또 인간이라는 존재 때문에 희망이 있지요. 참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blog.daum.net/rosiere 5월의여왕친구 2008.10.07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고조 할아버지께서도 독립운동을 하셨습니다.평양에 계시다가 함북 종성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가족을 모두 대전으로 내려 보내시구요,
    그후 일본군에게 잡히셔서 평양형무소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그후 저희 할아버지께서 고생을 무척많이 하셨답니다.
    예전에 독립운동하셨던 고조 할아버지 제사를 안지내드리다가
    지금은 제사를 지내 드리고 있습니다.
    가끔보면 일제때 친일한 자들은 모두 자녀들을 모두 교육을 시키고
    서회적 중추적 인물이돼서 잘사는데 나라를위해 일한분들은
    교육수준이 낮아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도 주장 못하는 모습을보니 안스럽더군요,
    이게 아직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6. 영원한 자유 2008.10.07 1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좋은 세상이 오겠습니까?
    힘없는 민초들은 그렇게 5000년 아니 10000년을 싸워왔죠.
    그렇게 죽어갔죠.
    역사의 발전은 너무도 너무도 느리고 또 반복되는것 같습니다.

  7. 프랑켄 2008.10.07 1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승만 알고 보면 머리는 좋은데 정말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었죠, 명색이 독립운동가였으면서도 독립운동가를 도와주긴 커녕 자기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친일파를 대거 등용한 인물.....이런 놈이 무슨 얼어죽을 '건국의 아버지'란 말입니까?
    그리고 블로거 주인장님 앞으로도 계속 이런 개념 기사 부탁드립니다^^

  8. 답답 2008.10.07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정부적이면 무조건 빨갱이라는 사고는 21세기 오늘날에도 존재하지요...잘하는 정부 정책에 태클을 걸 사람은 없겠죠...

    하지만 국민의 과반수가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안까지 이념타령과 지역주의가 나오는건

    정말 답답합니다.

  9. ㅂㄷㅈㄱ 2008.10.07 1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주말 안방 드라마 시간에 방영하는 kbs1의 '한국사전'에서
    이승만씨에 대한 이야기를 두편으로 다뤘었는데.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보는 기사라 더 서글픕니다.

    분명 독립 방식도 나름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김구선생님을 필두로 한 무력 투쟁보다는 이승만선생님의 외교를 통한 방법이 더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 권력욕이라 평가되는 부분을 생각하면 몹쓸 사람이 되더군요.

  10. d 2008.10.07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범도 장군님.. 고등학교때 한번씩은 들어보셨을거에요.. 봉오동전투에서 승리하셨고 김좌진의 북로군정서군이 청산리전투할때 제1연대장으로도 참전하셨죠..

    근데 당시 중국이 일본에 영토를 상당부분 빼았겼잖아요?

    그래서 러시아령으로 넘어가서 계속 무장투쟁을 하셨는데(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소련은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했죠 물론 공산주의를 퍼뜨리려는 야욕이 숨어있었지만..)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때문에 중앙아시아로 끌려가셨고 결국 소련 영토에서 돌아가셨습니다..

    근데 독재정권에선 저분이 소련영토에서 돌아가셨고 스탈린에게 권총을 하사받았다는 이유로 빨갱이라 몰아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도 않았습니다..

  11. 덜덜덜 2008.10.07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론 이승만 정권 수립이 통일을 막았지만은도 이승만이 정권을 수립하지않았다면 적화 통일됬을듯

    • 후후 2008.10.08 0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사에 만약이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정은 일방적인 망상에 불과 합니다.

      이승만이 정권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가정을 하시면서

      왜 김일성이 정권 수립을 하지 않았다는 가정은 함께

      하시지 않는지..

      한마디로 물타기성 웃기는 망상이라는 거죠..

  12. 이민영 2008.10.07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플> 애국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친미하면 3대가 흥합니다.
    증명해 줘서 고마워요 뉴 라이트.

    • 후후 2008.10.08 0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뉴 라이트 보다는

      아리가토 뉴 라이토~ 라고 하셔야

      좀 더 친절한 선플이 될 듯...

  13. 앗싸 2008.10.08 0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지켜온 이나라의 역사가 개독교 장로대통령에 의해 또다시 망하고 있습니다.
    역대 개독교 장로 대통령이 나라를 짓밟아놓은예가 있죠. 이승만 정권에 의해 나라가 나뉘고 수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이대올로기속에 죽어갔고 김영삼정권때는 IMF로 인해 수없는 이들이 자살을
    했습니다. 지금 정권을잡은 딴나라당의 개독교 쥐박이 장로는 어떠한 역사의 죄인이 될지 벌써나타
    나고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미국의 미친소고기를 먹이고 반대하는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바른말을 하는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인터넷을 규제하고...
    아... 이글을 보신 쥐박이정권 알바님들 돈 몇푼에 양심을 팔지마시고 후대 자식들앞에 떳떳해집시다.

  14. 대한민국 2008.10.08 0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 40정도 된 사람들은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사회의 책임을 지닌다고 하더군요. 친일과거사 진상규명 ·친일파소유재산국가환수 반대하는 한나라당에 도대체 무슨 이유로 표를 주는건가요?! 분통이 터지고 화가 납니다. 전 이공계여서 그랬던지 학교교육에서 친일파매국노에 관해선 제대로 배운적도 없고 그들의 만행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랄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습니다. 더 나아가 친일파매국노들이 숙청된 줄만 알았죠. 헌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니(생각할 여유가 생김.) 그게 아니더군요. 다름아닌 고발·보도방송프로그램과 인터넷매체를 통해서 친일파매국노와 그 후손들이 대한민국에서 기득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죠! 대한민국의 실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좀 보이더군요. 친일파매국노·반민족단체인 한나라당·뉴라이트가 자칭타칭 보수·우파로 불리우고 통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 일겁니다. 친일파매국노·반민족단체인 한나라당·뉴라이트가 자칭타칭 보수·우파로 불리우고 통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요, 치욕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왜곡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요!

  15. 수미산 2016.08.15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아픔니다~~~-((()))-

  16. 창원시민 2016.08.15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팅 입니다.

    역사의 진실은 밝혀져야 합니다..

  17. 푸른숲 2016.08.16 0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일파는 독립유공자로 둔갑하고~
    역사의 물결은 거꾸로 가는듯~
    하지만 잊지않고 기억한 때 언젠가는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이 바로 잡을 때이다.

  18. 원종희 2016.09.18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한민국님 말씀에 전적동감합니다
    친일파(민족반역자)청산하지않은걸보면 오늘날까지 그 부작용은 계속이어 오는듯합니다

  19. 섬사람 2016.09.20 0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유합니다

  20. 박민수 2017.08.18 0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힝드셨죠 그 모진 세월 이제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 세상 이제라도 떳떳히 자손들에게 얘기 하실수 있어 기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