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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간첩등록증' 갖고 있는 분 보셨나요?

지난 27일 촛불집회 취재차 서울행 KTX를 타려고 마산역에 갔다가 평소 무심하게 넘겼던 표지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간첩 등 식별 및 신고요령'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을 받았고, 학교나 마을회관, 창고 벽 등 곳곳에 붙어있던 게 이것이었습니다. 그 땐 '아침에 흙이 묻은 신발을 신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라든지,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라디오를 듣는 사람'도 간첩으로 분류됐던 기억이 납니다. 참 '담배값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요. 요즘은 어떤 사람을 간첩으로 간주하는 지 궁금해서 유심히 읽어봤습니다. 헉, 공항과 항만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군요. 저도 공항에서 사진 많이 찍었는데.... 그런데, 이상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위조 또는 타인 명의 간첩..

강제진압은 역사를 건 위험한 도박이다

역사는 돌발변수에 의해 만들어진다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가 '항쟁'의 상황으로 바뀌는 동기는 대개 공권력의 과잉대응과 그로 인한 돌발변수에서 비롯된다. 3·15의거와 4·19혁명은 마산 남성동파출소 앞 경찰의 발포와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떠오른 학생 김주열의 처참한 시신이 도화선이었다. 5·18광주항쟁도 대학생의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공수부대의 폭력에서 시작됐고, 6월항쟁도 경찰의 고문과 최루탄 난사로 숨진 박종철·이한열 학생의 희생에서 불붙었다. 지난 9·10일에 이어 다시 27·28·29일 2박3일간 서울 광화문 촛불시위를 지켜보며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경찰이 항쟁을 부르고 있다.' 조선·동아·중앙일보 등 '친정부 언론'이 연일 강경진압을 주문했고, 경찰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며 광우병국민대책..

경찰이 실패 뻔한 강제진압 강행한 까닭

28·29일 마침내 경찰이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한 무차별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전국의 전의경을 다 모아도 수만 명에 불과한 경찰이 10만 명의 시위대를 강제진압하겠다는 건 애초부터 무모한 일이었다. 실제 이날 경찰이 강제진압을 위해 시위대 속으로 투입한 경찰도 기껏해야 200~300여 명이었다. 자칫 시위대가 과격했더라면 영락없이 고립될 수도 있었다. 실제 일부 경찰은 시위대에 고립되기도 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길을 터주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경찰 지휘부는 그들 전경을 사지로 내몬 셈이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 작전은 수많은 부상자만 남긴 채 완전 실패했다. 시위대는 전혀 진압되지 않았고 새벽까지 곳곳에서 시위를 계속했다. 이런 결과를 모를 리 없는 경찰 지휘부가 왜 소수의 경찰력으로 ..

촛불집회 필수장비 된 헬멧

요즘 촛불집회에는 헬멧을 쓴 기자와 시민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마도 헬멧을 가장 먼저 쓰기 시작했던 이는 사진기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 시민들도 하나 둘 헬멧을 준비해오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커플은 앙증맞은 '커플헬멧'을 맞춰 썼네요. 민중의 소리 생중계팀도 헬멧으로 무장했습니다. 물대포도 머리에 정통으로 맞으면 치명적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과 경찰간의 충돌이 격화되면 경찰도 시위대를 향해 뭔가를 마구 던지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듣는 80년대 운동가 두 곡

28일 저녁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재단 앞 길에서 모처럼 80년대 운동가요를 듣게 됐습니다. 연주한 이들은 '이름하여, 시-민-악-단'이랍니다. 그냥 모르는 시민들끼리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첫 번째 곡은 유명한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타는 목마름으로'입니다. 두 번째 곡은 '구국의 강철대오'로 불렸던 '전대협 진군가'입니다. 시민악단이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자, 부산에서 온 블로거 커서님이 함께 따라 부르네요. 옛 생각이 났던 모양입니다.

부위별로 본 대한민국 SRM

27일 서울시청 광장에 있던 촛불집회 참가단체들의 천막이 강제철거됐지만, 시청 공사장 가림막에 가득 붙어 있던 시민들의 손팻말과 구호 등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중 누군가가 직접 그린 듯이 보이는 쇠고기 부위별 대한민국 SRM(특정위험물질)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발하면서도 창의력이 번득이지 않습니까? 특히 핵심인 두뇌부를 '2MB'와 '조중동'으로 설정한 게 제 마음에 꼭 드네요. 조중동이 두뇌를 형성하고 있으니까 민심이 자꾸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새벽에 벌어진 흥겨운 촛불잔치

지금 서울에 와 있습니다. 어제(27일) 낮에 와서 촛불집회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경찰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고, 어젯밤에도 수차례 경고방송을 통해 강제해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경찰버스도 예전의 이 충무공 동상 앞에서 코리아나호텔까지 전진배치시켰습니다. 한 때 경찰버스를 뒤로 빼고 경찰을 시위대와 마주서게 함으로써 충돌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끝까지 시민들이 자제함으로써 강제진압의 빌미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날 밤은 별다른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집회를 마쳤습니다. 경찰은 아마도 28일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괜히 폭력진압 시비를 불러 발끈한 시민들이 더 많이 집결할 것을 우려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새벽 2시경부터는 촛불집회장이 즐거운 놀이판을 방불케 했습니다. 흥에 겨운 시민들이 처..

인간 잔인함의 뿌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1. 모든 사람은 무지할 때 잔인하다 어린 시절 기억입니다. 잔디밭에서 땅거죽을 파면서 놀고 있습니다. 아니면 마당 한 쪽 구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땅 속에는 개미집이 있습니다. 개미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습니다. 개미집을 손에 든 나뭇가지 따위로 이리저리 들쑤셔 놓습니다. 개미들은 난리라도 난 듯이 갈팡질팡합니다. 저는 또 침을 뱉거나 오줌을 누거나 해서 물 속에서 개미들이 허우적대는 꼴까지 들여봅니다. 그러다 재미가 없어지면 개미들을 발로 쓱 뭉개고 일어납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자란 시점입니다. 잠자리를 잡았습니다. 꽁지에다 화약을 박아 넣고 불을 붙이고는 날립니다. 자유를 얻은 잠자리는 좋아라 날아갑니다. 날아가다가 화약이 팍 터질 때 잠자리도 터져 죽습니다. 어린 저는 그렇게 터지..

담배꽁초 쓰레기통과 여행의 효용

6월 11일 서울에 갔다가 이런 물건을 거리에서 봤습니다. 건널목에서 초록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쓰임새가 무엇인지 몰라서 궁금했습니다. 서울역에서 한국언론재단까지 걸어 가는 길이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30분쯤 걸리는 거리입니다. 이게 무얼까 눈여겨 보기 시작했는데 앞에 있는 양복 입은 남자가 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줬습니다. 그이가 피고 있던 담배의 꽁초를 불도 끄지 않은 채 위에 나 있는 구멍으로 쏙 집어넣었습니다. 담배꽁초 쓰레기통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쓰레기통은 매력적입니다. 구멍이 작아서 담배꽁초 말고는 여기다 집어넣을 수 있는 물건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생긴 모양도 날렵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리를 지저분하게 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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