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간첩등록증' 갖고 있는 분 보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8. 6. 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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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촛불집회 취재차 서울행 KTX를 타려고 마산역에 갔다가 평소 무심하게 넘겼던 표지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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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등 식별 및 신고요령'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을 받았고, 학교나 마을회관, 창고 벽 등 곳곳에 붙어있던 게 이것이었습니다.

그 땐 '아침에 흙이 묻은 신발을 신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이라든지, '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라디오를 듣는 사람'도 간첩으로 분류됐던 기억이 납니다. 참 '담배값을 모르는 사람'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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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 사람을 간첩으로 간주하는 지 궁금해서 유심히 읽어봤습니다. 헉, 공항과 항만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군요. 저도 공항에서 사진 많이 찍었는데....

그런데, 이상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위조 또는 타인 명의 간첩등록증을 소지하거나 발급받고자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부분입니다. '간첩등록증'이라뇨? 그런 게 있나요?

설사 있다고 해도 왜 '위조 또는 타인 명의'로 소지하나요? 그리고, 간첩이라면 자신의 신분이 들통나면 안 될텐데, 왜 굳이 발급받으려 할까요? 간첩임을 '등록'해야 남한에서 활동이 가능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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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국가정보원에서 원문 자체를 잘못 썼거나, 인쇄소에서 '주민등록증'을 착각해 '간첩등록증'으로 오기한 것 같습니다.

이거 마산역에 붙어 있을 정도라면, 전국의 철도역은 물론 웬만한 관공서나 공공기관 건물에 다 붙어 있을텐데, 모두 수거해서 다시 인쇄해 붙여야 겠네요. 그러려면 인쇄비 뿐 아니라 일일이 다시 가서 부착하는 비용 등 또 적지 않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것 같네요.

국가정보원이나 국국기무부대의 조치를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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