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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설 연휴 끝, 남편들이 살아남는 법

설날 당일 오후가 되자 여동생네 식구들과 누나네 식구들이 왔습니다. 다들 시댁에서 나름 고생을 하고 왔을 겁니다. 우리집 며느리 둘도 전날 그믐제와 설날 아침 떡국제를 치르고, 친지들을 돌며 세배를 하고, 할아버지와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느라 이미 파김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누이와 그 남편들까지 왔으니 마냥 쉬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바로 이럴 때 저와 제 동생이 나섰습니다. 명절 음식도 이젠 질릴 때가 되었으니, 저녁엔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고 바람을 잡는 거죠. 삼겹살을 그냥 사오면 재미 없습니다. 윷놀이를 해서 모은 돈으로 사먹기로 했습니다. 각집 식구별로 팀을 이뤄 지는 팀이 무조건 5000원씩을 삼겹살 값으로 내놓습니다. 그러면 열 번만 해도 5만 원이 금방 마련됩니다. 저와 제 동생이 읍..

이렇게 단출한 설 차례상 보셨나요?

저희 고향은 경남 남해군입니다. 남해에서도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지만, '차례'라고 하지 않고 '떡국제'라고 한답니다. 그야말로 모시는 조상의 수만큼 떡국만 차려놓고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떡국 외엔 나물도 올리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 것도 없는 게 아쉬워 구운 생선 한마리 올려놓은 게 전부입니다. 저희 집에서만 이러는 게 아니라, 남해군에서는 거의 모든 집안이 이렇게 설날 아침 떡국제를 지냅니다. 그리고 친지들 댁에 세배를 하러다니고, 조상님 묘소에도 세배를 하러 가는 건 다른 지역과 같습니다. 설날 아침 떡국제는 이렇게 단출하지만, 다른 지역에 없는 풍습이 하루 전날인 섣달 그믐날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그믐제'라는 저녁 제사인데요. 지난 1년 간 무사하도록 돌봐주셔서 감사하다..

3대가 함께 즐기는 명절오락 윷놀이

저희 고향인 남해군에서는 설 전날 저녁 일찍 '그믐제'라는 제사를 지냅니다. 물론 다음날인 설날 아침에는 '떡국제'라고 하여 간단한 차례를 지내죠. 그믐제는 초저녁에 지내기 때문에 제삿밥을 먹고 나면 저녁 시간이 많이 남게 됩니다. 그럴 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오락이 바로 윷놀이입니다. 화투는 주로 어른들만 칠 수 있는 놀이문화지만, 윷놀이는 나이어린 세 살 손녀부터 중학생인 손자,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방법이 워낙 간단한데다, 역전의 묘미도 화투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저희도 3대가 모여 여느 설 명절 때와 같이 윷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 편이 되고, 저와 아내가 또 한편, 남동생과 제수씨 그리고 손녀..

설 명절에 남편이 살아남는 법

명절에 써먹는 비장의 요리-물메기 회와 물메기 탕 어김없이 설 명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럴 때면 맏며느리의 남편인 저는 은근히 아내와 제수씨의 눈치가 보입니다. 자칫 명절 연휴가 끝난 후 아내의 '명절 증후군'에 시달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죠. 그러면 저도 힘들어지니까요. 제 남동생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고안해낸 전략이 있습니다. 우선 아내와 제수씨를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지난 명절에 이어 이번에도 제가 준비한 선물은 구두 티켓입니다. 물론 구두티켓이지만, 지갑이나 뭐 다른 가죽제품도 살 수 있습니다. 이번 티켓은 10만 원짜리를 7만 5000원에 구입했으니 실제 투자한 액수보다 생색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이거 명절 끝난 뒤에 주면 안됩니다. 연휴 시작하는 첫날 줘야 '효력(?)'를 발휘..

24년 전 만났던 막걸리 보안법 할아버지

1. 민주당 최문순 국회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1월 15일 주최한 토론회 플래카드를 오늘에야 봤습니다. 물론 전에부터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고 있었겠지만, 제가 좀 많이 둔한 탓에 이리 됐습니다. ‘긴급 토론회 -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마도, 사이버 모욕죄를 일러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이라 한 것 같습니다. 토론회 내용은 제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최문순 의원 토론회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느 결에 저는 24년 전인 1985년 겨울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막걸리 보안법’의 전형을 그 때 제가 현실 속에서 진짜로 만났던 것입니다. 2. 저는 서울 구치소 미결(未決) 감방에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국보’가 하나 새로 들어왔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반가웠습..

습지도 알고 보면 오르가즘이 있다

'우포늪'으로 시 한 수 읊어봤거나 글 한 줄 써본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환경운동을 위해서라면 말글쯤은 아무렇게나 써도 좋다는 사람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내 친구 김훤주가 쓴 (산지니 간)이라는 책이다. '인문과 역사로 습지를 들여다보다'는 부제와 같이 이 책은 단순한 습지 소개서가 아니다. 습지와 함께 끊임없이 교감하며 살아온 사람이 있고,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나는 환경주의자라거나, 생태주의자는 아니다. 굳이 무슨 무슨 '주의'를 따지자면 인간주의에 가까울 것 같다. 그래서 환경을 무조건 '보호'의 대상으로만 본다든지, 사람이 좀 편리하도록 이용이라도 하면 큰 일 날듯이 하는 모습들이 가끔 못마땅하다. 이 책은 습지를 다루긴 했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의 습지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기업하는 친구에게 들은 경제 전망

나는 사실 경제에 대해선 완전 문외한이다. 내가 재직 중인 경남도민일보사 주식 1800주(2000주인가?)를 갖고 있지만, 다른 회사 주식은 어디서 어떻게 사서 어떻게 파는지도 모른다. 주택담보대출로 청약해둔 아파트가 있지만, 한 달에 이자가 얼마나 나가는지도 모른다. 괜히 알게 되면 골치만 아플 것 같아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이자를 한 번도 챙겨보지 않았다. 다만 지역 신문시장이 하도 어렵기 때문에 광고시장 추이를 알기 위해서라도 경제동향은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아고라에서 경제동향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가 되고 있다는 미네르바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을 때도 나는 그의 글을 한 번도 찾아 읽지 않았다. 왜?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미네르바의 예측 정도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였기..

'기축년 소띠해' 언론보도는 거짓말이다

저는 연말 크리스마스니 새해니 하면서 호들갑 떠는 걸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저는 예수교를 믿지도 않을뿐더러, 연도를 매기는 것도 그냥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구분하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신각에서 달밤에 생쇼를 하며 종을 치고 텔레비전 중계까지 하는 것도 좀 웃깁니다. 특히 이번에는 '쇼'프로답게 엄연한 현장의 사실을 왜곡까지 했다죠? 진짜 "쇼하고 있네"라는 말이 절도 나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음력, 양력도 구분없이 양력 1월 1일부터 '기축년'이니 '소띠해'이니 하고 떠들어대는 것도 황당합니다. 기축년이나 소띠해 같은 건 엄연히 음력 계산법에 따른 12간지에서 나온 말인데, 그걸 양력에다 무작정 적용해버리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도 그렇게 합니다. 모..

함세웅 이사장, 뉴라이트를 일갈하다

저는 민주열사추모 기금으로 매월 5000원씩을 자동이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월 정부기구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이라는 잡지형 뉴스레터가 배달돼 옵니다. 45페이지 남짓한 책자이지만, 민주화운동의 역사에 관련된 적지 않은 정보들이 있습니다. 더구나 매월 책머리에 실리는 함세웅 이사장(신부)의 칼럼을 읽는 재미가 쏠솔합니다. 그것만으로도 5000원 이상의 기쁨이 있습니다. 함 신부는 2009년 1월호 책머리 칼럼에서도 역시나 현 정부를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정부기구의 이사장이, 그것도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면권을 갖고 있는 자리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 정부를 시원하게 질책하는 글을 보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함 신부는 '쟁기로 밭을 갈고 쇠뿔로 정의를 세워야'라는 신년 칼럼에서 "현..

마을 공동으로 밥해드시는 시골 노인들

요즘 농촌 시골마을에 가면 낮에는 거의 모든 집들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농촌 마을에는 노인들만 사는데다, 모두들 마을회관에 있는 노인당과 노모당에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마을사람들이 집을 비워두고 공동생활을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각자 집에 있으면 쓸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난방비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또한 집에서 각자 점심, 저녁을 해드시려면 거기에도 연료비나 반찬값이 따로 드는데다, 홀로 되신 노인들이 손수 밥을 챙겨드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다 살아계신 가정도 때마다 밥을 따로 지어 차리기엔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점심과 저녁 정도는 마을회관에서 공동으로 지어 드시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함께 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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