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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126

꽃이 예쁘다는 어머니 말씀에 충격 받았다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투병 중이시던 요양병원 인근 길가에서 뽑아와 심은 쑥부쟁이가 올해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을 피웠습니다.(사실 개망초인지,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겨울엔 아예 사라지고 없다가도 봄이 되면 슬그머니 싹을 틔우고 올라와 이렇게 쑥쑥 커서 꽃까지 피웁니다. 벌써 3년째 이러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어머니가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감성도 없는 메마른 분으로 알고 컸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8남매를 낳아 기르느라 그런 감성을 가질 틈도 없었겠죠. 항상 강인한 모습만 보고 자라서 그랬을 겁니다. 그러다 일흔이 넘어 연로하신 후 기력이 많이 쇠잔해지셨던 언젠가 지리산의 한 펜션에서 가족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꽃을 보신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꽃이 참 예쁘네..

골프장 고급승용차와 오물 속 전경버스

요즘 후배기자와 골프장에 대한 기획취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전 정보수집차 지난주 경남에 있는 한 골프장을 찾았는데, 평일임에도 주차장을 가득 메운 고급승용차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더군요. 경제가 어렵다거나, 촛불집회로 시끄러운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단절한 듯 여유롭게 샷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광화문을 빽빽히 메우고 있던 경찰버스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던진 쓰레기를 온몸으로 막으며 조선일보 사옥을 지켜주고 있던 한 전경의 모습이 오버랩됐습니다. 한국은 참 슬픈 나라인 것 같습니다.

리얼리티 떨어지는 영화 강철중

모처럼 아내와 영화를 봤습니다. 원래는 기말고사 치른다고 고생한 아들녀석에게 '쿵푸팬더'를 보여주러 극장에 갔는데, 하필 상영시간이 아니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아들녀석을 택시태워 보내고, 아내와 '강철중-공공의 적 1-1'을 봤습니다. 1편과 2편도 봤는데, 이것도 스토리는 너무 뻔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어김없이 강철중(설경구 분)과 악당두목 이(정재영 분)이 치고박고 싸우는 장면으로 설정한 건 상투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어차피 오락영화라 그냥 관대하게 보아넘길 수도 있지만, 리얼리티가 확 떨어지는 설정도 많았습니다. 명색이 여러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룹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현장에서 사람을 죽이도록 하고, 깡패 양성소에서 일장연설을 하는가 하면, 대리자수를 하러가는 아이를 자신의 승용차 안으로..

진주의 유명 식당에서 본 전두환

경남 진주에 가면 제일식당이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장국·육회비빔밥집이 있습니다. 저도 취재차 진주에 갔다가 하룻밤을 자고 올 경우 아침에는 꼭 이 집에 가서 해장국을 먹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처제가 아들을 낳아 문병 겸 축하를 위해 진주에 다녀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손위인 둘째·세째 동서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가 함께 모이게 되었습니다. 저녁에는 우리 동서들 중 가장 부자(?)인 둘째 동서 형님네 집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지리산 흑돼지라는데, 비계 끝부분 껍데기까지 붙어있었습니다. 쫀득쫀득하게 맛있더군요.이렇게 마치 펜션처럼 아름다운 형님네 집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예의 그 제일식당의 해장국을 먹으러 갔습니다. 저는 돈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데, 이런 집은 정말 살아보고 싶..

아파트 베란다에 활짝 핀 패랭이

요즘 거리나 고속도 휴게소 등에 변종 원예용 패랭이꽃이 참 많더군요. 예쁘긴 하지만 토종이 아니어서인지 우리나라 꽃이란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카네이션 아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패랭이꽃은 제가 어릴 때 고향 냇가와 개울 방천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꽃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살 때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아주 어린 시절, 생후 처음으로 '참 예쁜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던 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꽃을 보면 고향 방천과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2005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오랜 병원생활 끝에 마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두셨는데, 그 병원 가는 길에도 갖가지 꽃과 풀이 많았습니다. 그 길을 오가던 중 이 패랭이꽃을 발견했습니다. 살짝 뽑아와서 저희 집 베란다 화분에 심었습니다. 과연 살아날까 걱..

지역신문 관련 책 두 권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 상세보기 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기사를 엿으로 바꿔 먹다뇨 상세보기 박주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팔리지 않는 지방신문의 비밀? 17년 넘게 지역언론에 종사하면서 현직 기자부터 논설위원에, 시민편집국장까지 역임한 저자가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지역과 언론에 대한 세밀한 보고서 『기사..

경주에서 발견한 박정희 송덕비

저도 대학 땐 적잖이 데모도 해봤지만, 한총련과 그 이전의 전대협이 내놓는 유인물이나 대자보에서 유난히 거부감을 느꼈던 게 있습니다. '000 의장님께서 연행되셨습니다'는 따위의 어처구니 없는 존대어 때문이었습니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성명서 같은 데서 '~님께서 ~되셨습니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더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수 국민이 대통령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게 상식이고, 전대협이나 한총련 의장 또한 그 조직을 구성하는 학생 대중의 대표 심부름꾼일 뿐 대중보다 높은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한총련이나 전대협이 그런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스스로 북한 추종주의를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위원장께서 교시하시었습니다' 따위의 표현을 쓰기 때문이..

"헉! 유통기한 30분? 빨리 먹어야겠네"

어제(9일) 밤 11시30분쯤 옆에서 뻥과자를 먹고 있던 아들녀석(중1)이 갑자기 외쳤습니다. "헉! 유통기한이 30분밖에 안 남았어요. 빨리 먹어야 겠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거 참! 30분 유통기한 남겨놓고 과자 먹는 건 생전 처음이네." 무슨 말인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과연 2008. 05. 09라는 날짜가 찍혀 있고, 그 옆에 '유통기한'이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는 겁니다. 혹시 제조일자가 아닐까 하고 자세히 살펴봤지만, '제조일자만 표시해놓고, 유통기한을 표시 안 할 리가 없지.'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이 뻥과자는 퇴근길에 아내와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사온 것이었습니다. 만일 이게 유통기한이 맞다면 이미 이걸 구입할 때 너댓 시간정도밖에 유통기한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친일파 명단서 경남 연고자 찾아봤더니

해방 후 63년만에 발간되는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가 확정됐다. 모두 4800여 명 중 경남 출신이거나 경남에서 활동한 친일파도 4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경남이란 일제강점기 당시의 행정구역으로 부산·울산도 포함된 것이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표한 명단에는 출신지가 따로 표기돼 있지 않다. 그래서 나와 현대사 연구자인 전갑생씨가 자체 조사·분석을 해봤다. 이 결과 경남과 연고가 뚜렷한 사람만 350여 명으로 밝혀졌다. 이들 외에도 출신지나 연고가 분명하지 않아 누락된 인사들이 있을 것이다. 확인되는 대로 추가할 예정이다. 성별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강낙중(경남경찰부 고등경찰과 순사부장) △강난희(마산경찰서 고등경찰) △강남기(진해경찰서 고등경찰) △강보형(마산·진주경찰서 경시..

꼭 투표해야 할 다섯 가지 이유

아래 글은 제 후배인 진영원 기자가 쓴 글입니다. 이 시간까지 투표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다소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필자의 허락을 얻어 여기 올려봅니다. 꼭 투표해야 할 5가지 이유 ①참신한 비례대표가 있다 ②대운하, 건강보험 등 쟁점에 입장을 표시하자 ③투표확인증은 돈이 된다 ④확인증을 모아 미래의 이익 확보 수단으로 쓰자 ⑤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18대 총선 투표일이다. 유권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각종 미사여구가 나돈다. '신성한 권리' '귀중한 한 표'를 운운하는 한편에는 '사상 최악의 투표율' '극도의 정치 무관심' '개인주의 팽배' 등의 협박성(?) 단어도 거론된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선 인기그룹 '원더걸스'가 춤을 추고, 선관위는 도내 20개 투표소에 '맑고 부드러운 음악을 틀고,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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