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꽃이 예쁘다는 어머니 말씀에 충격 받았다

기록하는 사람 2008. 7. 12. 22:00
반응형
3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투병 중이시던 요양병원 인근 길가에서 뽑아와 심은 쑥부쟁이가 올해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을 피웠습니다.(사실 개망초인지,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겨울엔 아예 사라지고 없다가도 봄이 되면 슬그머니 싹을 틔우고 올라와 이렇게 쑥쑥 커서 꽃까지 피웁니다. 벌써 3년째 이러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는 사실 어머니가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감성도 없는 메마른 분으로 알고 컸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8남매를 낳아 기르느라 그런 감성을 가질 틈도 없었겠죠. 항상 강인한 모습만 보고 자라서 그랬을 겁니다.

그러다 일흔이 넘어 연로하신 후 기력이 많이 쇠잔해지셨던 언젠가 지리산의 한 펜션에서 가족 모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어떤 꽃을 보신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꽃이 참 예쁘네" 하시는 걸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 그렇지, 어머니도 한 인간이고 여성이지..." 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쑥부쟁이가 이렇게 소담한 꽃을 피우면 그 때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구체적으로 그림이 떠오르진 않지만 당시 그렇게 말하던 어머니의 표정이 참 소녀같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패랭이도 어머니가 계시던 병원 인근의 길가에서 뽑아와 심은 겁니다.


처음엔 '개망초'로 포스팅을 해놓았는데, 세 분이 쑥부쟁이라고 고쳐주셨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쳤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쑥부쟁이나, 어느 분이 비밀댓글에서 말씀하신 벌개미취에 가까운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