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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기행 105

전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고기

저는 제 삶에서 '먹는 거'에 중요한 비중을 둡니다. 다 먹고 살려고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제 소득에 비해 먹는 데에 돈을 좀 많이 쓰는 편입니다. 당연히 엥겔계수가 올라가겠지요. 그런데, 블로그를 통해 제 전문분야도 아닌 맛집을 자주 포스팅하니까 "돈도 별로 벌지 못하는 놈이 맨날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나"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를 일찍 여의었던 제 아내는 부모님 생전에 고급 한정식집이나 일식요리집에 한 번 모시지 못한 게 못내 한이 된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남아계신 아버지께 맛있는 거라도 자주 대접하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쓸 데 없는 데 돈 쓴다'며 타박을 하십니다. 그래서 맛집 포스팅을 할 때마다 조심스럽긴 합니다. 이번 전라도 생고기 포스팅도 그래서..

맛집 기행 2008.08.10

생선회 나오는 장례식장 보셨나요?

관혼상제 풍습은 지역마다 다르고, 심지어 같은 지역 안에서도 동네마다, 또는 집집마다 다릅니다. 관혼상제에서 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접대하는 음식 또한 각각 다르죠. 제 고향 남해는 섬이라는 지역특성 때문인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생선을 특히 많이 올립니다. 수어인 돔을 비롯해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구운 생선을 올리죠. 그 중에서도 특히 다른 지역에선 맛볼 수 없는 서대와 낭태라는 생선이 특별하게 맛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대를 더 좋아합니다. 반쯤 말려서 약한 잿불에 오랬동안 구운 서대 맛은 다른 곳에서 전혀 맛볼 수 없는 남해만의 맛입니다. 장례식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대와 낭태는 무조건 나옵니다. 물론 다른 지역의 장례식장처럼 돼지수육도 나오긴 합니다. 그런데, 어제 문상을 갔던 친구 부친..

맛집 기행 2008.08.04

여름철 보양식 진주장어의 담백한 맛

지난 주말 취재차 진주에 다녀왔습니다. 1박2일 일정이었는데요. 경남 진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들이 있습니다. 육회를 얹어주는 진주비빔밥이나 육전이 올려진 진주냉면도 꼭 먹어봐야 하고, 중앙시장 안에 있는 제일식당의 해장국도 먹을만 하죠. 그러나 술 한 잔이 생각난다면 마산통술집에 비견되는 진주실비집이나, 진주성 앞 남강변의 진주장어구이가 제격입니다. 요즘 같은 삼복더위엔 장어가 보양식으로도 좋죠. 특히 남강이 바로 내려다보니는 식당의 2층 창가에서 옛 친구와 장어구이 한 점에 소주 한 잔 걸치면 흥취가 절로 살아납니다. 그 날도 진주 대안동 차없는 거리에서 열린 촛불집회 취재를 마치고, PC방에 가서 동영상 두 개를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나니 저녁 10시가 다되어 가더군요. 그제서야 진주에 사는 ..

맛집 기행 2008.07.30

반주 한 잔에 좋은 석쇠 돼지구이 백반

저는 반주를 즐기는 편입니다. 좋은 안주를 놓고 소주 한 잔 곁들이지 않는 건 안주에 대한 모욕이라는 핑계를 대곤 하지요. 어제(20일) 저녁 퇴근 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을 사겠다네요.(우리 부부는 독립채산재로 가계를 운영합니다.) 그래서 회사 앞 돼지 화덕구이 집을 택했습니다. 원래 이 식당은 곱창전골 전문집이었는데, 요즘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문에 손님이 뚝 떨어져 종목을 아예 돼지고기로 바꿔버렸답니다. 그냥 흔한 삼겹살이 아니라 이 집은 연탄불 화덕에서 석쇠에 초벌구이한 돼지고기를 솥뚜껑에 얹어줍니다. 석쇠에 굽는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빠지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제거됩니다.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는 손님이 직접 구워먹어야 하지만, 이렇게 '선수'가 초벌구이를 해 주니 굽는 걸 귀찮아 ..

맛집 기행 2008.06.21

광주서 먹은 생고기의 잊을 수 없는 맛

제가 맛집 관련 포스팅을 자주 하니까 "저 놈은 돈 벌어서 다 먹어치우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좀 그렇습니다. 다 먹어치우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사먹는 데는 크게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이게 제 삶의 원칙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 돈을 들이지 않고 정말 맛있는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지공사(지역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전남대 최정기 교수께서 맛있는 집을 안내하셨는데, 광주에서 쇠고기 구이와 생고기로 유명한 '유명회관'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약 5년 전 광주에서 소생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느 식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게..

맛집 기행 2008.05.24

남해의 생멸치조림과 꼴뚜기젓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봄에 맛볼 수 있는 생멸치조림 쌈밥입니다. 제가 어릴 때 나무박스에 생멸치를 담아 리어카에 싣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파는 장사꾼이 있었습니다. 그런 생멸치 장수가 오면 집집마다 한 박스씩 사거나, 식구가 적은 집은 두 집이 공동으로 한 박스를 사서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생멸치를 산 날은 어머니가 생멸치조림을 해줬던 기억이 아련하게 납니다. 나머지는 멸치젓갈을 담았죠. 그 때 먹어봤던 생멸치조림의 기억 때문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봄에는 그걸 잘하는 식당을 찾아 즐겨먹습니다. 마산에서는 신포동 해안도로 쪽에 있는 해안횟집과 운지식당, 그리고 마산시의회 앞에 있는 명성식당이 잘하는 편이죠. 그런데 마산의 이 세 군데 식당보다 눈이 번쩍 뜨이도록 맛있는 생멸치조림을 하는 곳..

맛집 기행 2008.05.21

참게 잡는 법, 그리고 참게탕의 맛

참게는 주로 바다와 가까운 하천이나 개울에 삽니다. 바다에서 알을 낳기 때문이라나요. 제 고향이 남해다 보니 동네 개울과 냇가에 참게가 참 많았습니다. 어릴 땐 주로 가을에 낚시로 참게잡이를 했습니다. 대나무 끝에 미꾸라지를 잡아 미끼로 끼운 후, 참게가 살고 있을 돌틈 입구에 미꾸라지 미끼를 조심스레 들이밀고 슬슬 움직입니다. 그러면 냄새를 맡은 참게가 엄지발가락을 내밀어 미꾸라지를 뜯어먹으려 합니다. 그때 기회를 잘 잡아 수탉 꼬리를 묶어 만든 올가미 낚싯대로 참게의 엄지를 낚아챕니다. 따라서 참게 낚싯대는 두 개가 한 세트입니다. 하나는 미꾸라지 미끼를 실로 묶어 끼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탉꼬리로 올가미를 만든 낚싯댑니다. 하지만 이렇게 낚시로 참게를 잡는 건 상당한 숙련이 필요합니다. 우선 ..

맛집 기행 2008.05.10

시원한 밀면 생각나는 계절이 왔네요

어젯밤 술을 제법 마셨더니 시원한 국물이 생각나더군요. 벌써 날도 후텁지근하고 해서 점심 때 제가 잘 가는 밀면집을 찾았습니다. 마산 해안도로변 마산관광호텔 옆에 있는 '가야금밀면' 집입니다. 이 집은 원래 둘이 가면 쇠고기 석쇠불고기 한 접시(12,000원)와 반주 한 잔, 그리고 밀면 보통(4,500) 한 그릇씩 먹으면 딱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어젯밤 술 때문에 오늘은 석쇠불고기를 시키지 않고, 밀면을 곱배기(5,000원)로 시켰습니다. 한약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깊은 맛의 사골 국물에 살얼음을 헤치며 부드럽고 쫄깃한 면을 건져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맛집 기행 2008.05.08

봄향기 가득한 멸치회와 도다리쑥국

오늘 저희 팀블로그 방문자가 50만 명에 도달했습니다. 김훤주 기자와 팀블로그를 하기로 했던 날이 2월 20일쯤이었으니, 약 두 달만에 달성된 셈입니다. 그 때 김훤주 기자와 "50만 명에 도달하면 술 한 잔 하자"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잊지 않고 전화가 왔더군요. 마산 신포동 해안가에 있는 해안횟집에서 도다리쑥국을 먹기로 했습니다. 밥을 시키기 전에 봄의 진미인 멸치회도 입맛이 당기더군요. 미리 작은 거 한 접시를 시켰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더군요. 맛있긴 했지만, 제가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산초가루가 들어간 탓에 멸치 본연의 맛이 반감되는 듯 했습니다. 드디어 메인메뉴인 도라리쑥국이 나왔습니다. 이건 제 입맛에 딱 맞더군요. 어떤 식당에는 들깨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반감시키..

맛집 기행 2008.04.18

회덮밥에 반주 한 잔 어때요?

저는 대개 저녁을 늦게 먹습니다. 오후 5시에 편집회의가 있는데다, 회의를 마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부터 취재기자들이 보낸 기사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걸 수정 보완해서 밸류(가치)를 매기고, 면에 배치하는 일이 데스크의 일입니다. 이 일은 대개 7시30분~8시 사이에 끝납니다. 하지만 그 때부턴 편집기자와 기사배치에 대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고 기사량을 조정해야 하며, 제목을 고민해야 합니다. 편집기자가 면을 다 짠 후 교정지를 갖고 내려오면 마지막 수정을 보고 편집국장에게 넘기면 데스크의 일은 끝납니다. 이 과정에서 바짝 신경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다음날 신문에 영락없이 오탈자나 틀린 문장, 엉뚱한 제목이 발견됩니다. 그러면 독자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욕을 먹게 되..

맛집 기행 200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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