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주를 즐기는 편입니다. 좋은 안주를 놓고 소주 한 잔 곁들이지 않는 건 안주에 대한 모욕이라는 핑계를 대곤 하지요.
어제(20일) 저녁 퇴근 전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을 사겠다네요.(우리 부부는 독립채산재로 가계를 운영합니다.)
그래서 회사 앞 돼지 화덕구이 집을 택했습니다. 원래 이 식당은 곱창전골 전문집이었는데, 요즘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문에 손님이 뚝 떨어져 종목을 아예 돼지고기로 바꿔버렸답니다.
그냥 흔한 삼겹살이 아니라 이 집은 연탄불 화덕에서 석쇠에 초벌구이한 돼지고기를 솥뚜껑에 얹어줍니다. 석쇠에 굽는 과정에서 기름이 많이 빠지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제거됩니다.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는 손님이 직접 구워먹어야 하지만, 이렇게 '선수'가 초벌구이를 해 주니 굽는 걸 귀찮아 하는 분들이 좋아할 만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초벌구이에서 너무 오래 구워 끄트머리가 조금 탔네요. 하지만 맛있습니다. 1인분에 4000원인데, 점심 땐 1인분도 줍니다. 대개 고깃집에서 1인분은 팔지 않는데, 이 집은 혼자서도 먹을 수 있습니다.
어제는 저녁이라 둘이서 4인분을 시켜 소주 한 병을 비웠습니다. 양파 간장소스에 고추냉이를 풀어 찍어 먹거나 새우젓을 얹어 마늘과 함께 쌈을 싸먹어도 맛있습니다.
백반을 시키면 밑반찬과 시래기국이 나오는데, 시래기국 역시 된장맛이 좋아서 그런지 시골의 그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아내는 너무 배불리 먹어 또 살찌겠다며 투덜거렸습니다. 식당 이름은 그냥 화덕직불석쇠구이 집이고, 마산 산호동 경남도민일보 맞은편 사보이호텔 옆 골목에 있습니다.
'맛집 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선회 나오는 장례식장 보셨나요? (17) | 2008.08.04 |
---|---|
여름철 보양식 진주장어의 담백한 맛 (11) | 2008.07.30 |
광주서 먹은 생고기의 잊을 수 없는 맛 (3) | 2008.05.24 |
남해의 생멸치조림과 꼴뚜기젓갈 (7) | 2008.05.21 |
참게 잡는 법, 그리고 참게탕의 맛 (3) | 2008.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