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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창원NC파크와 마산의 상실감

요즘 프로야구가 열리는 날이면 경남도민일보가 있는 양덕·산호동 일대는 거의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린다. NC다이노스 개막전이 열린 지난 23일 '창원NC파크'를 찾은 야구팬들은 이구동성으로 "정말 잘 지었다" "멋진 야구장이다"를 연발했다. 언론 보도나 블로그 포스트에도 '메이저리그급'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유튜브에도 찬사 가득한 영상이 넘쳐난다. NC파크는 고속도로 서마산IC에서도 가까워 외지에서 오는 팬들에게 교통도 편리하다. 적어도 아직까지 새 야구장의 입지나 시설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개막전이 열린 이틀 뒤인 25일 내 스마트폰 사진 백업용 앱 '구글포토'에 알람이 떴다. 뭔가 싶어 봤더니 꼭 4년 전인 2014년 3월 25일 백업된 사진 한 장이 나타났다. 당시 경..

내 돈 100만 원이 나도 모르게 매년 증발되고 있다면?

최근 (로버트 터섹 지음, 김익현 옮김)라는 책을 선물 받았는데요. 이 책의 첫머리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음반, 영화, 신문 그리고 책마저, 조만간 결국 사라질 것이다. 이런 사실에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작 놀라운 것은 이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이 글을 보면서 문득 1990년대 중반 신문사 편집국에 막 도입되기 시작한 노트북으로 기사 전송을 거부하고 원고지 출고를 고집하던 한 중견 기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이 나이에 뭘 컴퓨터를 배워!” 놀랍게도 그렇게 말한 기자는 50대 초반밖에 되지 않은 나이였습니다. 물론 그 기자도 뒤늦게 대세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도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비싼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

돈을 너무 몰랐던 난...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어린 나이에 너무 돈을 밝히면 안 된다.”“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돈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제가 자라는 과정에서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들입니다. 돌이켜보면 돈에 대한 저의 태도는 이런 말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게 틀림없습니다. 촌지와 선물 안 받기, 월급 많은 곳보다는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직장 선택하기, 돈으로 허세 부리지 않기 등 돈에 초연한 듯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말의 영향이었을 겁니다. 지금껏 승용차를 사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해온 것도 그래서겠죠. 누가 물어보더라도 “저는 차가 없습니다. 운전면허도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그걸 부끄럽게 여기거나 체면 구기는 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물론 제가 이렇게..

홍준표도 빨갱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관전기

자유한국당 내에서 "5.18은 북한군 소행"이라는 말이 나오고 급기야 "문재인 탄핵"이라는 구호도 나왔다. 박근혜 탄핵을 부정하는 발언 정도는 양반이다. 당내 일각이 아니라 김진태 황교안 김순례 김준교 윤영석 등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자들의 입에서 이런 극단적인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반면 "(박근혜) 탄핵을 인정하자" "5.18 망언도 사과하자"고 외친 오세훈 후보에게는 "야, 이 X새끼야" "꺼져라"는 야유와 욕설이 난무했다고 한다. "김진태를 데리고 당을 나가달라"라고 말했던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는 "빨갱이, 좌파 프락치, 심지어 종북주사파"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선 홍준표가 당대표이던 시절 마산역 광장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한 말이 내 유튜브 채널에 영상으로 ..

넉넉한 풍경에 깃든 선비 절개 엿보다

2018 경남도민일보 우리 고장 청소년 역사문화탐방 (4) 함양 미스터 션샤인에 나오는일두 정여창 고택, 곧은 의리·신념 구현남계서원서 '10년 끈기' 배우고시원한 마을숲 상림 즐겨 올해 함양을 찾은 학교는 5월 13일 진주고, 6월 2일 마산공고, 8월 7일 산청덕산고 셋이다. 일두 정여창 고택~남계서원~농월정·동호정~상림숲을 함께 둘러보았다. 함양은 선비의 고장이다. 시작은 굳이 따지면 멀리 고운 최치원까지 가지만 가까이는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이 꼽힌다. 조선 사림의 원류로 1471년부터 5년 동안 함양군수로 있으며 함양을 일신한 인물이다. 소출을 늘리고 관폐를 줄였다. 교육을 진흥하고 풍속을 바로잡았다. 덕분에 김종직은 위로 임금에게서 칭찬을 듣고 아래로 백성들한테 우러름을 받았다.김종..

5. 백성 피땀 담긴 저수지, 생명을 일군다

옛적과 오늘날의 인공습지하천·샘에 기대지 않고저수지 만들어 물 사용‘3대 저수지’ 밀양 수산제원삼국시대 축조로 추정진주 강주연못은 군사용고성 대가저수지 ‘수호탑’공사서 숨진 이들 넋 위로 밀양 수산제 돌수문 예나 이제나 농사를 짓는 데 물은 필수다. 밭농사에도 있어야 하지만 논농사에는 더욱더 필요하다. 하천이나 우물 또는 샘에만 기대어서는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인공으로 저수지를 만들어야 했던 까닭이다. 그 첫머리에 밀양 수산제가 놓인다. 벽골제(전북 김제)·의림지(충북 제천)와 더불어 2000년 전에 만든 3대 저수지로 역사책에 이름이 올라 있다. 조선시대 지리책 (1530년)에 이미 나온다. “둘레가 20리이다. 세상에 ‘고려 김방경 장군이 농지에 물을 댈 수 있도록 제방을 쌓아 일본 정벌(..

통도사 대웅전에는 왜 불상이 없지?

2018 경남도민일보 우리 고장 청소년역사 문화 탐방 ③삼보사찰 중 하나 통도사부처님 진신사리 봉안, 다른 사찰과 달리 불상 없어북정동고분군 특징 인상적 '충신' 박제상 행적 한 눈에7월 19일 창원문성고 학생들과 함께 양산으로 역사문화탐방을 떠났다. 아침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려 야외 활동을 삼가야 했다. 더위가 조금만 덜했어도 낙동강 따라 시원한 강바람을 맞도록 했을 것이다. 낙동강변에는 조선시대 옛길 동래로 가운데 밀양 작원잔도, 문경 토끼비리와 함께 3대 벼랑길을 이루는 황산잔도도 있고 가야·신라 이래로 낙동강 용신에게 크게 제사를 올려온 가야진사도 있으니까.어쨌거나 이번에는 덜 더운 오전에 통도사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으뜸으로 꼽히는 불보사찰 통도사양산 하면..

4. 논, 노동과 추억이 공존하는 생명터

고달픈 노동의 산물 인간 역사에서 농경은 채집과 수렵에 뒤이어 등장했다. 이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이 채집이고 가장 어려운 것은 농경이다. 쉬운 쪽에서 어려운 쪽으로 진화해 온 셈이다. 같은 농경에서도 먼저 시작된 밭농사보다 뒤에 시작된 논농사가 더 어렵다. 무엇보다 먼저 논농사는 논을 만들기가 무척 어렵다. 밭은 높낮이가 차이 져도 대충 표면을 고르고 이랑만 타면 된다. 물을 담아야 하는 논은 높은 데는 깎아내리고 낮은 데는 높여야 한다. 물을 담아야 하기에 수평을 맞추는 것이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나 보·둠벙도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이것들이 논으로 이어지도록 봇도랑도 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만든 뒤에도 돌·자갈은 쉼 없이 골라낼 수밖에 없다. 평지에 논을 만들어도 이런데 비탈진 데에 논을 만들..

김해, 가야와 고인돌 그리고 노무현

진주제일중 학생과 함께가야 중심 국립김해박물관청동기시대 율하유적공원 둘러보며 '집중 역사 탐구'봉하마을 노무현묘역 참배고개 숙이며 국화 바치고고인 지향한 '평등'되새겨덥다. 푹푹 찌는 무더위다. 7월 18일 진주제일중학교 학생들과 김해를 찾았을 때도 그랬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다함께 화포천 습지도 들르고 봉하들녘도 걷고 구지봉도 오를 수 있을 텐데 모두 생략이다. 대신 핵심만 추려서 둘러본다.◇가야 전문 박물관김해 하면 가야다. 김수로왕의 가락국이 자리 잡았던 터전이다. 가락국은 초기 가야 세력을 이끄는 맹주 노릇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신라에 멸망한 뒤에도 후손들은 큰 역할을 했다. 보기를 들면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 장군이 가락국 왕족 출신이다.경남에는 국립박물관이 두 개 있다. 하나도 없는 지역도..

너럭바위 걸터앉아 물의 미덕 꼽아보고

창원여고 학생들과바위의 고장 거창 탐방문바위 거북바위에 탄성 절로…'찰칵'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절실했을 그 효심도 곱씹어청소년 우리 고장 사랑 역사문화탐방을 올해도 진행하게 되었다. 경상남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2013년부터 해온 프로그램이다. 정규 교과 과정에서 소홀히 다루기 쉬운 '지역'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아끼는 마음을 가져보자는 취지다.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서른 개 학교가 선정되었다. 이들 학교는 거창·김해·밀양·사천·산청·양산·진주·창원·통영·하동·함양·함안 등 열세 곳을 탐방 지역으로 꼽았다.거창을 찾은 것은 5월 19일 창원여고 학생들과 함께였다. 거창박물관과 문바위·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 그리고 수승대를 찾았다. 오전에 먼저 들른 거창박물관에서는 미션 수행을 하였다. 특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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