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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창녕 청도천변 비봉리 패총

태풍 덕분에 세상에 나온 8000년 전 사람살이 태풍 매미의 악몽 2003년 추석 연휴는 끔찍했다.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머무른 시간은 12시간도 되지 않았다. 추석 다음 날인 9월 12일 오후 3시 제주도 근접과 저녁 8시 30분 남해안 상륙을 거쳐 이튿날 새벽 2시 30분 동해상 진출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매미는 강풍과 폭우로 경상도를 서남에서 북동으로 비스듬히 지르면서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바다는 만조가 겹치는 바람에 최고 4m를 넘는 해일이 해안을 덮쳤다. 산골에서는 빗물이 계곡으로 쏟아져 몰리면서 비탈이 사태 졌다. 바닷가 마산에서는 젊은이들이 건물 지하에서 해일을 만났고 화왕산 산기슭 창녕에서는 한 집안이 고스란히 흙더미에 묻혔다. 상류에서 빗물을 받아 안아 부풀어 오른 낙동강은 경남에 ..

가본 곳 2021.09.29

20. 밀양 재약산 사자평

아름다운 억새 물결도 역사의 아픈 흔적 재악산과 재약산 밀양도호부 항목을 보면 “종이·차(茶)와 피리 만드는 대나무(笛竹)가 영정사(靈井寺)에서 난다”고 적혀 있다. 스님들이 생산해 조정에 공물로 바친 물품인가 보다. 영정사는 지금 표충사가 되어 있고 표충사는 재약산(載藥山)에 들어 있다. 그런데 은 “(재약산이 아닌) 재악산(載嶽山)에 영정사가 있다”고 적었다. 이를 근거로 삼아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재악산이 재약산으로 바뀌었다며 원래대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그래서 지난해 표충사는 산문을 새로 만들면서 현판에 재악산이라 썼다. 하지만 ‘재약산’은 1858년 제작된 표충사 지장보살탱화의 화기(畵記)에 이미 나온다. 일제강점보다 52년이 앞서는 시기다. ‘재약산 표충사에서 불..

가본 곳 2021.09.24

19. 양산 천성산 화엄늪

원효스님 화엄벌 전설과 KTX 원효터널의 공존 갈등의 현장에서 시작된 평화의 탑 쌓기 한국 불교의 성지 화엄벌 양산 천성산에는 내원사가 있다. 신라시대 고승 원효(617~686)가 창건했다는데 관련 설화는 이렇다. 673년 담운사(淡雲寺)에 머물고 있을 때 보니 당나라 태화사의 법당이 산사태로 매몰될 위기에 놓여 있었다. 거기서는 1000명 대중이 모인 가운데 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원효가 널빤지에 ‘해동원효척판구중(海東元曉擲板求衆)’이라 써서 날려 보냈다. 해동의 원효가 널빤지를 던져서 대중을 구한다는 뜻이다. 널빤지는 태화사에 이르러 공중에 떠 있었다. 이 신기한 모습을 보려고 1000명 대중이 법당을 빠져나왔다. 바로 그 때 뒷산이 무너지면서 법당을 덮쳤다. 덕분에 목숨을 구한 대중들이 바다 건너 ..

가본 곳 2021.09.23

18. 양산 영축산 단조늪

1000m 고원에 어린 옛 사람들의 고단한 몸부림 우리나라 최대 규모 고산습지 단조늪은 영축산 산마루(1081m)에서 시작한다. 산마루는 북쪽을 향해 단조봉~신불재~신불산~간월재~간월산으로 이어진다. 동쪽과 남쪽은 둘 다 깎아지른 벼랑이다. 차이점이라면 동쪽으로는 울산이라는 도시가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불보사찰 통도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정도뿐이다. 반면 서쪽은 평평한 들판이다. 떨기나무와 덩굴나무가 둘레를 에워싸고 있으며 가운데는 억새가 무리지어 흔들리고 있다. 해발 900m가 넘는 높은 지대인데다가 바람까지 사철 드세게 불어 큰키나무는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다. 단조늪은 길이가 영축산 마루에서 단조봉까지 1100m 남짓이고 너비는 마루금에서 서쪽으로 300~500m 정도 된다. 우리나라 고산습지 가운데 ..

가본 곳 2021.09.22

17. 창녕 화왕산 정상의 습지 용지

수많은 애환 말없이 보듬은 산정 억새평원 의병장 곽재우와 창녕 화왕산 창녕에 가면 화왕산(火旺山·756m)이 있다. 남쪽과 서쪽·북쪽이 모두 가파르고 동쪽은 다른 높은 산들과 이어져 있다. 산성이 사방을 대부분 두르고 있는 화왕산 정상부에 이르면 북쪽에 꼭대기가 남쪽에 배바우가 솟아 있다. 홍수로 천지개벽이 되었을 때 배(船)를 묶어두었다는 배바우에는 사람 하나 들어갈 만큼 갈라진 틈이 있다. 의병장 곽재우의 전설이 서려 있는 장소다. 곽재우는 1592년 4월 14일(음력) 임진왜란이 터지자 같은 달 22일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켜 거름강(기강)나루와 솥바위(정암)나루에서 왜적을 물리쳤다. 낙동강 기강나루는 의령과 창녕을 이어주고 남강 솥바위나루는 의령과 함안을 이어준다. 곽재우는 당시 물길을 타고 의령..

가본 곳 2021.09.21

16. 함안 연꽃테마파크와 옥수홍련·옥수늪

대접받아 마땅한 토종 연꽃의 1100년 고향 옛 습지에 들어선 새 습지 함안에 가면 함안연꽃테마파크가 있다. 가야읍 나들머리에 자리잡은 함주공원과 가깝다. 가야동늪지 또는 가야습지라 이르던 곳이다. 함안군청은 일대 10만9800㎡에 2008~2013년 100억원을 들여 공원을 새로 꾸몄다. 가야동늪지는 아라가야의 왕궁 자리로 알려져 왔다. 공원 조성에 앞선 문화재 발굴에서 관련 유적이 나오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왕궁 유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대신 제방 유적이 나왔다. 왕궁을 둘러싸는 토성으로 짐작되어 왔던 것이다. 바로 옆 신음천에서 여기로 물이 들지 못하도록 막는 구실을 하는 제방이었다. 1500년 전 안팎 가야시대 것이었다. 함안군청은 개발·활용보다 현상 보존이 낫다고 여겨 흙으로 다..

가본 곳 2021.09.20

15. 함안 성산산성과 아라홍련

700년간 작은 씨앗 품은 생명의 어머니 가야 옛터 함안 성산산성 성산산성은 함안군 가야읍 광정리 조남산(해발 136m) 정상에 있다. 1.4km남짓을 돌로 쌓아 둘렀다. 무진정(이수정)에서 오르면 10분 안팎이 걸려 동문 자리에 이를 수 있다. 맞은편 서쪽이 가장 높고 그 다음 높은 북쪽에서 낮아지기 시작하여 가운데에 평지를 이룬 다음 남쪽으로 가면서 높아진다. 높지는 않아도 여기 능선에 서면 사방으로 트인 풍경이 눈에 담긴다. 한복판은 옴폭하게 꺼져 분지를 이루고 동쪽으로 골짜기가 나면서 열려 있다. 성산산성 자리는 지금 보아도 요충이다. 함안 이쪽저쪽 골짜기에서 남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여러 물줄기들과 그것들이 펼쳐놓은 들판까지 한 눈에 장악되는 지점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1991~2016년 조사..

가본 곳 2021.09.19

14. 산을 넘어 바다로 내려가는 가화천 물길

인간사 희로애락 담고 산을 넘는 남강 물길 낙남정맥을 넘어 사천만으로 앞에서 살펴본대로 진주는 오랜 옛날부터 상습수해지역이었다. 일제강점기 1936년 8월 26~28일 병자년대홍수가 가장 심했다. 장대·봉곡동에서 제방이 터지고 진주성까지 일부 무너졌다. 그 바람에 읍내 칠암·본성·남성·동성·장대동 가옥 5500채가 물에 잠겼다. 이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1920년과 1925년, 1933년과 1934년에도 진주는 시가지가 최대 80%까지 침수되는 홍수 피해를 겪었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간단한 이치 때문이었다. 진주 북서쪽에는 백두산에서 뻗어내려온 지리산과 남덕유산의 고봉준령들이 줄지어 펼쳐져 있다. 그 고봉준령 남동쪽 기슭에 떨어진 빗방울은 지형상 어쩔 수 없이 진주 쪽으로 남동 방향으로 비스듬히..

가본 곳 2020.07.28

13. 인공 남강댐에 생겨난 자연 습지들

사람 발길 끊기니 물총새 둥지로 물풀 고향으로 남강댐=진양호의 역사 경남 또는 진주에 살면서도 남강댐=진양호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냥 있다는 사실만 안다. 어떤 사연을 품었으며 어떤 곡절을 겪었는지는 모른다. 남강댐은 박정희 시절 제1차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8년 공사 끝에 저수용량 1억3630만t으로 1969년 준공되었다. 계획홍수위를 40.5m에서 46m로 5.5m 높여 저수용량을 3억920t으로 2.3배가량 늘리기 위하여 보강공사를 벌인 때는 1989~2003년이다. 남강댐은 또 진주·사천·고성·통영·거제·하동·남해에 연간 생활·공업용수 2억2440만t과 농업용수 2억2680만t을 공급한다. 전기생산량도 한 해에 4130만kWh에 이른다. 홍수 조절 기능도 한다. 200년에 한 번..

가본 곳 2020.06.09

12. 노무현 길러낸 김해 화포천의 넉넉함

빼어난 습지 경관 화포천 물줄기는 김해 진례면에서 시작된다. 진례면은 김해가 창원과 경계를 이루는 비음산·대암산·용지봉이 골짜기를 서쪽으로 펼쳐 내리는 지역이다. 이들 산에서 비롯된 물줄기는 진례저수지 등에 들렀다가 골짜기를 빠져나오기까지 3km 정도 걸린다. 여기서 낙동강까지 화포천은 너른 들판을 끼고 북동쪽으로 15km 남짓을 또다시 구불구불 나아간다. 골짜기를 벗어나 들판과 함께하는 화포천은 크게 둘로 나뉜다. 진영읍 본산리까지 상류에 해당하는 7~8km는 제방이 너비 100m 안팎으로 좁다. 반면 본산리에서 낙동강까지 하류에 해당하는 7~8km는 제방이 너비가 최대 700m에 이를 정도로 널찍하다. 화포천습지라고 일컫는 부분은 하류쪽 두 번째 구간이다. 하천 바닥에 이루어진 하상(河床)습지로서는 ..

가본 곳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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