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校訓)이라 하면 학교가 내세우는 교육하는 목표나 이념쯤이 될 것입니다. 이 교훈 때문에 쫄딱 신세를 조진 사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다닌 고등학교의 교훈은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였습니다. 이 고등학교는 이 교훈을 학교 4층 높이 건물 벽에다 ‘양심 정의 사랑’을 적어 놓았습니다. 교실마다에는, 이 교훈 전체 문장을 붓글씨로 쓴 액자를 잘 보이는 앞 쪽에 걸어놓았습니다.

이 사람이 다닌 대학교의 교훈은 ‘자유 정의 진리’였습니다. 이 ‘자유 정의 진리’는 학교에서 발행하는 온갖 물건들에 다 적혀 있었습니다. 이 ‘자유 정의 진리’는, 학교 잘 보이는 한가운데에 놓인 빗돌에도 새겨져 있어서 오가는 이들이 보지 않으려도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은 학교를 학교로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는 사람됨의 바탕을 닦는 이른바 전인 교육을 하는 데라 생각했고 대학교는 큰 학문(大學)을 하는 학교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람은 그래서 교훈을 두고 전인교육과 큰 학문을 하는 목적 또는 취지라고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걸쳐 놓은 장식품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한 셈입니다.

이 사람은, 고등학교가 대학교 가기 전에 다니는 학교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학교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은, 대학교를 나온 많은 이들이 대부분 직장에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학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터전일 뿐이리라고는 전혀 여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대학 졸업하고 망치는 인생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이 서는 자리는 언제나 비주류였습니다. 사회 전체 흐름에서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운동의 흐름에서조차 이 사람은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언제나 돈 안 되는 짓거리였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런데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사람은 자기 인생이 이미 망쳐진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람이 하는 얘기를 한 번씩 잘 들어보면, 이 사람 인생이 이렇게 망가진 원인이 교훈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교훈이 그냥 입에 발린 소리임을 이 사람이 일찌감치 알아채지 못한 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아직도, 사실은 속으로 조금은 ‘이게 아닌지도 몰라’ 회의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양심과 정의와 사랑과 자유와 진리를 우리 사회에 실현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 인생이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전혀, 없는 셈입니다.

아름답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 구질구질한 이야기였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카카오톡으로 친구맺기




김주완이 최근에 산 상품을 보여드립니다
아이몰 아이폰용 이동식 OTG 젠더 B타입 외장메모리 + C PIN 커넥터 + 5 PIN 커넥터 + 벨벳 파우치, 32GB 오뚜기 고시히카리... 아디다스 쿼드큐브 운동화 EH3096 유한킴벌리 덴탈 마스크, 50매입, 1개 샌디스크 iXpand Mini 아이폰 OTG USB, 256GB
글쓴이 : 김훤주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tjryu.tistory.com 목운 2008.02.20 1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이들이 성찰 없이 잘도 넘어가는 일입니다. 세월과 적당히 타협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망가져 갔습니다. 의료-법조-학교-종교까지 돈독에 올라 본업을 팽개친 것처럼 보이는 세상입니다.

    아웃사이더는 좀 덜 타협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아웃사이더의 길을 가면서도 승리한 역사를 한 개 가졌다는 보람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노무현입니다. 고향에서도 버린 노무현~ 모든 아웃사이더의 희망을 우리는 짓밟아 버렸습니다.

    경남도민일보의 꿋꿋함을 어렴풋하나마 듣고 있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2. Favicon of https://redmovie.tistory.com 구자환 2008.02.20 2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두분이 함께 블로그를 운영하시는군요. 파워블로그의 탄생이 보입니다.부럽~~
    근데 어느분 글인지 알 수가 없네요. 대략 짐작은 갑니다만. 팀블로그로 시스템을 바꾸면 될 듯한데요..

  3.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08.02.20 2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사 맨 아래에 'Posted by 헌즈'라고 나오긴 하지만, 보완하는 방법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블로그 시스템은 하고 있습니다만...

  4. 차민혁 2008.06.24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질구질한 패자의 합리화로 보입니다.

    • 지니 2008.06.25 0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구질구질'한 '패자'의 '합리화'라...
      세 가지 매우 중요한 정의들을 아무 논거 없이 쓰시네요.
      모 신문사와 같은 태도가 아닐지요...

    • 맑음 2008.06.25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니까, 지금 현재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는다'는 고백이시군요.^^

  5. Favicon of http://blog.daum.net/osaekri 한사의 문화마을 2008.09.02 2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차라리 차카게살자가 교훈이었으면 어디 시장에서 주먹이라도 흔들며 살 수 있었을텐데 정말 교훈이 많은 사람을 힘들게 살게 했습니다.
    뭐 저도 그 중의 한 놈입니다.

  6. 2008.09.02 2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