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졸업식 이런 상(賞) 보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8. 2. 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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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들녀석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마도 내 졸업식 말고는 처음으로 가보는 초등학교 졸업식이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졸업식 식순은 과거와 별로 다르지 않아보였습니다.

1. 개식사 2. 국민의례 3. 학사보고 4. 졸업장 수여 5. 상장 및 장학금 수여 6. 학교장 회고사 7. 내빈 축사 8. 재학생 대표 송사 9. 졸업생 대표 답사 10. 졸업식 노래 체창 11. 교가 제창 12. 폐식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산 용마초등학교 졸업식 장면입니다.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딱 한 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그런데, 특이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5번 상장 및 장학금 수여 순서였는데요. 129명의 졸업생 전원이 학교장 표창을 받는 겁니다.(신문보도에서 가끔 이런 이야길 보긴 했는데, 직접 내 눈으로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학교는 모두 4개 반이 있었는데, 1반부터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호명된 아이가 일어서면 상의 종류를 일일이 이야기해주는데, 정말이지 그 종류가 다양하더군요. 너무 재밌어서 적어왔습니다.

수학적 사고능력 우수, 사회 적응능력 우수, 관찰실험능력 우수, 수학적 문제해결능력 우수, 영어 말하기능력 우수, 만들기능력 우수, 이야기능력 우수, 꾸미기능력 우수, 발표력 우수, 그림그리기 우수, 체조활동 우수, 과학적 사고력 우수, 악기연주능력 우수, 노래부르기능력 우수, 문예탐구능력 우수, 컴퓨터능력 우수, 과학적 태도 우수, 바른 글씨쓰기능력 우수, 영어 듣기능력 우수, 사회현상 탐구능력 우수, 문예창작능력 우수, 육상활동 우수….

재미있지 않나요? 성적순으로 뛰어난 아이들 몇 명에게만 주는 상보다, 이렇게 아이들 개개인의 소질에 따라 주는 상이 훨씬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장점과 소질, 능력을 일일이 파악하여 상의 이름을 붙여준 것 자체만으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런 상을 받은 아이는 선생님이 인정해준 그 능력에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그동안 학기 중에는 아이의 선생님에게 아무 것도 해드린 게 없었습니다. 오늘 선생님과 헤어지는 졸업식날 작은 선물을 드렸습니다. 책 두 권과 2만 원 상당의 만년필 한 자루였습니다.
책 속표지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선생님, 태윤이 아빠입니다. 그동안 저희 아들 잘 가르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가끔 태윤이를 통해 선생님의 가르침을 전해 들으면서 저도 배우고 느낀 게 많았습니다. 아마 태윤이도 선생님의 가르침을 평생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고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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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지역신문 기자의 고민과 삶을 담은 책. 20여 년간 지역신문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지역신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지역신문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촌지, 살롱이 되어버린 기자실, 왜곡보도, 선거보도 등 대한민국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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