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호박이 별(★)꼴…그 맛도 별맛일까?

김훤주 2009. 6. 2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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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아래 바닷가 텃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텃밭이라기보다는 어쩌면 꽃밭에 조금 자리를 내어 상추도 심고 들깨도 심고 해 놓은 그런 데였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호박이, 호박이 걸쳐놓은 줄기가 눈길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별나다.' 싶었습니다. 진짜 별(★)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호박이 저절로 줄기를 저렇게 하지는 않았을 텝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저리 만들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누구일까요?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심심해서' '장난삼아' '재미있자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호박 구덩이를 파고 똥물을 붓고 심은 호박씨에서 싹이 돋아나 줄기가 뻗으니까 그것을 다섯으로 갈래 지어 퍼져나가게 했습니다. 자기가 해 놓고 때로는 흐뭇하게 바라볼 표정을 생각하니 저마저도 흐뭇해졌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기서 호박이 열릴 것입니다. 어린 호박은 사람들이 바로 따 먹기도 할 것입니다. 아니, 사람들은 벌써 호박잎을 따서 쪄 갖고 쌈을 싸 먹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가을에 늙은 호박이 되면, 그것으로 죽을 끓이거나 삶아 먹으면 그것도 아주 별(★)맛이겠다 싶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이런 풍경은 절대 볼 수가 없습니다. 어쩌다가 기회가 생겨 터벅터벅 자기 발바닥으로 자기 몸덩이를 싣고 다니다 보니 이런 멋진 모습을 보게 됩니다. 별꼴 호박을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떠올라 결국 별맛 이야기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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