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상족암 못지 않은 임포~송천 바닷가

김훤주 2014. 9.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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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창원교통방송에 나간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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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고성 바닷가로 나가 볼까 합니다. 고성 바닷가는 무엇보다 상족암이 가장 이름나 있지만, 상족암 아니라도 한 나절 즐길 만한 바다는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임포마을에서 송천마을까지 이르는 일대 바닷가입니다.

 

임포마을은 돌담장과 옛집으로 이름난 학동마을이랑 아주 가까운데요, 만약 자동차를 타고 갔다면 여기에다 세워두고 송천마을까지 걸어 갑니다. 그렇게 해야지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고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갯벌과 갯잔디와 함초, 굴양식장과 일하는 사람 모습 등을 생생하게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한 나절 나들이에 굳이 물때를 맞추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맞춰 가면 썰물이 쫙 빠지고 갯벌이 장하게 드러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실 수 있겠지요. 이번 주말 30일은 고성 자란도 기준으로 썰물이 오후 4시 30분 어름이니까, 드넓은 갯벌이 보고 싶으면 그 이쪽저쪽 한 시간 정도로 해서 찾으면 좋겠습니다.

 

해안, 또는 해안을 따라 둘러친 제방 위를 걸으면, 갯벌에 들어가 바지락이랑 게 따위를 잡고 있는 사람들, 또는 갯잔디에 퍼질러 앉아 '함초'를 뜯고 있는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만약 무엇을 잡고 있는지 궁금하시면, 슬그머니 다가가 물어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갯가 짠 기운을 바탕삼아 자라는 함초는 변비 치료에 좋다고 하는데요, 집에서 약재로 쓰고 내다 팔기도 한답니다. 썰물이 들면 보통 때는 바닷물 출렁이던 갯벌을 걷는 보람도 누릴 수 있습니다. 갯바위에 조그맣게 닥지닥지 붙어 있는 굴은 모양새 날렵한 돌로 껍데기를 열어 짭조름함과 싱싱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쉬엄쉬엄 한 시간 남짓 걸으면 송천마을입니다. 바로 코앞에 솔섬이 나옵니다. 솔섬에다 고성군은 생태체험학습장을 들여세웠습니다. 해안을 따라서도 데크가 놓여 있고 위로도 가로 세로 산책로가 다듬어져 있습니다. 옆으로든 위로든 길만 따라가면 훌륭하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위에서든 바닷가에서든 바라보는 풍경이 시원하고 그럴 듯합니다. 솔섬은 사실 옛날에만 섬이었지 지금은 뭍에 닿아 있습니다. 대신 솔섬 앞바다에는 밀물이 들면 끊기고 썰물 때는 달라붙는 작은 섬이 하나 있습니다. 썰물 때가 맞으면 여기에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또 여기 바위들은 상족암 못지 않게 그럴 듯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여기 바위들이 상족암과 마찬가지로 퇴적암이어서 아주 무르기 때문에 너울대는 바닷물이 들고나면서 만들어낸 무늬들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다른 바위도 있습니다. 퇴적암보다 단단한 안산암 같은데요, 뭍에서 바다를 향해 퇴적암을 뚫고 길게 들어가면서 공룡 지느러미처럼 솟아 있습니다. 끄트머리가 바닷물에 잠겨 얼마나 멀리 뻗어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쩌면 공룡이 살았을 아주 오랜 옛날에, 화산이 뿜어낸 용암이 퇴적암을 갈랐던 자취라 합니다.

 

 

이렇게 노닌 다음에는 온 길을 되짚어 걸어나가도 되고요, 아니면 마을을 거쳐 아스팔트도로로 나가도 괜찮습니다. 되짚어 나간다 해도 풍경은 달라져 있습니다. 이미 물이 달라져 있습니다. 쫙 빠졌던 바닷물이 슬금슬금 차오르고 있습니다. 멀리 바다 쪽은, 갈 때와 올 때가 방향이 반대이니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스팔트도로 쪽으로는, 지금보다는 한 열흘 뒤가 더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때 그 곳에는 벼논이 제대로 익어가면서 노란빛을 띠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 번 나들이로 농촌 곡식 익어가는 풍경과 바닷가 갯내음 나는 바람을 어렵지 않게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어슬렁어슬렁 자동차 세워 놓은 데로 돌아와서는, 임포마을에 흩어져 있는 횟집에 들어가도 좋고요, 아니면 앞에 한 번 소개했던 학동마을을 찾아 돌담길까지 거닐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바닷가 물일 나왔다가 저녁 장만하러 발길을 서두르는 할머니들과 걸음을 함께 섞을 수도 있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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