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교통방송 원고입니다. 9월 12일 전파를 탔지만 내용으로 보면 지금이 딱 맞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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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른 추석을 지나고 나니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낮에는 더운 기운이 느껴지지만 나뭇잎은 벌써 짙은 초록을 벗어나 노랗게 바뀌고 있습니다. 들판에 나가봐도 가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논에 벼에서 이삭이 패고 나락이 여물면서 고개를 수그린 데가 한층 많아졌습니다. 가을은 단풍 울긋불긋한 산이나 골짜기보다 들판을 먼저 찾아옵니다. 적당한 선글래스 하나 볕 가리기 좋은 모자 하나 장만해서 들판으로 나가 거닐기 좋은 계절입니다.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으로 이름난 악양 들판을 이번에 거닐어 보겠습니다. 제각 생각할 때 악양 들판 거닐기는 하동군 악양면 노전 마을이 시작점입니다.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본 다음 상신마을로 들어가서 면소재지 정서마을까지 걸어갑니다.

 

이렇게 걸으려면 아무래도 버스를 타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아니면 최참판댁 들머리에까지 자가용을 끌고 간 다음 거기서 악양 택시를 호출해 노전마을까지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거리가 5km 남짓이니까 요금이 비싸지는 않을 것입니다.

 

노전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까만 고양이. 네로일까, 아닐까.

 

참고로 말씀드리면, 하동읍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노전마을 들어가는 버스는 오전 7시 40분과 9시 50분, 그리고 오후 2시 10분에 있습니다. 버스를 타면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섬진강을 넉넉하게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부드럽고 푸근하게 풀어주는 섬진강과 버스는 악양 들판 들머리까지 20분 가량 동행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 악양면사무소가 있는 정서 마을을 지나 상중대마을 들머리에서 내려 왼편 비탈로 올라가면 되고요, 만약 택시를 타셨다면 노전마을회관까지 가자고 하시면 되겠습니다.

 

제법 알이 여문 나락논 사이로 드문드문 자리잡은 토란 밭이 사뭇 색다릅니다. 여기 명물 가운데 하나가 토란대, 줄기인 모양입니다. 시골마을과 농가의 전형이 여기 있습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얕은 담장 밑에는 오이 호박 수세미 따위가 자랍니다.

 

 

갖가지 색깔로 꽃을 피운 봉숭아 너머로 감나무 대추나무 등이 야무지게 익어가는 열매를 넘치도록 달고 있습니다. 집안 마당이나 길가 담장 아래 그리고 틈틈이 자리잡고 층층이 다락을 이룬 논이나 밭을 훑어보면서 ‘내가 아는 농작물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수수, 노각, 취나물, 머위, 토란, 콩, 들깨, 무, 고사리, 아주까리, 도라지, 더덕, 수세미, 오이, 호박, 옥수수, 참깨, 박, 열무, 상추……. 감나무, 차나무, 배나무, 자두나무, 뽕나무도 있습니다. 이래 헤아려 보면 이름을 아는 녀석도 많지만, 모르는 녀석도 적지는 않습니다.

 

노전마을 아래 끄트머리에는 '십일천송'이라는 명물 소나무도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꼭 한 그루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열한 그루가 한 데 어울렸습니다. 옛날 임금이 받치던 일산(日傘)처럼 장해 보이는데요, 굵고 가는 나무들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고 지나치게 달라붙지도 않았습니다.

 

 

십일천송 아래로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흙길을 타박타박 밟고 들판길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상신마을이 나옵니다. 바닥은 콘크리트를 덮어썼지만, 길게 이어지는 돌담길이 새로운 맛을 던져줍니다. 번듯하게 들어선 새 건물 때문에 시골스러운 맛은 덜합니다.

 

대신 조씨고가, 보통 조부잣집이라는 명물이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의 무대 평사리를 한 번 찾아보지 않고도 <토지>를 썼다는 얘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 박경리 선생이 최참판 캐릭터와 최참판댁 활동무대를 창조해낼 때 주요하게 참고한 데가 조부자와 조씨고가였다고 합니다.

 

노전마을은 돌담장이 별로 없지만 시골맛이 많이 나고, 상신마을은 돌담장이 많은데도 시골맛이 덜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만으로도 여기 조씨고가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옛집 그 자체만 두고 봐도 아주 그럴 듯한 느낌을 뿜어냅니다. 이렇게 해서 돌담을 따라 내려오면 1일과 6일 시골 장이 서는 정서마을이 나오고 악양천변에는 취간림(翠澗林)이 있습니다. 곱고 짙은 푸른색=비취빛 물이 흐르는 수풀이라는 뜻입니다.

 

걸으면서 보는 악양 들판.

 

여기 숲 그늘에서 잠깐 다리품을 쉬셔도 좋고요 아니면 농협 맞은편에 있는 매암다원이라는 차밭에 들어가셔도 됩니다. 차밭 주인이 매암차문화박물관도 만들어놨는데요, 아무 제약이나 조건 없이 그냥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차나무를 기르고 차를 만드는 차밭인데요, 여기서는 전통차도 마실 수 있지만 따로 정가를 정해놓지는  않았으며 주인이 늘 붙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눈 앞 가득 펼쳐지는 악양 들판을 마음껏 누빕니다. 들판은 온통 넉넉하게 출렁거립니다.

 

최참판댁 사랑채에서 내려다보는 악양 들판. 섬진강과 부부송이 보입니다.

 

덩달아 들판을 전후좌우로 끼고 걷는 사람 마음도 풍성해집니다. 따가운 햇살을 잘게 부수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리저리 거니는 길은 결국 최참판댁으로 이어집니다. 최참판댁 사랑채 끄트머리에 서면, 여태 걸어왔던 들판은 물론이고 동정호와 부부송까지 두루 잘 내려다보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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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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