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나른한 늦여름 거닐기 좋은 거제 홍포 여차

김훤주 2014. 8. 2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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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교통방송 8월 15일에 나간 원고입니다. 늦여름에 거닐기 좋은 데로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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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바닷가로 나들이합니다. 바람과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거제 홍포 바닷가와 여차 몽돌 해변입니다. 홍포 바닷가는 이미 유명해져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주 멋지기 때문입니다.

 

홍포에서 여차에 이르는 4km 남짓 거리를 모두 걸으시면 가장 좋습니다만, 자동차를 달고 다니는 처지에서는 다시 돌아와야 하는 부담이 있기에 이번에는 홍포 마을 둘레에서 조금 거닐면서 놀고 그런 다음에 다시 자동차를 타고 여차몽돌해수욕장으로 옮겨가는 길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홍포 마을에서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아스팔트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1.5km 조금 못 미치는 거리입니다. 햇살 좋은 날 여기에 가면 햇빛이 바닷물과 만나 출렁출렁 노랗게 황금빛을 띱니다.

 

그러다 살짝 물안개가 끼면 또 달라집니다. 가까운 바다는 여전히 노랗게 보이지만 멀리 보이는 바다는 햇빛과 만나 자줏빛을 뿜습니다. 자줏빛 바다는 노란색 바다와 달리 착 가라앉아 있는 느낌을 주면서 기품도 한 결 더하고 그윽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이런 바다를 여기서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를 몰고 와서 잠깐 내려 이런 멋진 풍경을 스윽 훑어보고 스쳐지나가도 나름 재미가 있겠지만, 몸소 발을 놀려 누리면 그런 멋진 풍경을 좀더 깊숙하게 누릴 수 있습니다.

 

 

여기도 어떻게 보면 남해 여느 바닷가와 마찬가지로 툭 트인 전망이 좋고 그래서 일망무제 망망대해에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경치가 좋고 가끔씩 고깃배가 오가며 물살을 가르는 산뜻합니다. 하지만 두 발로 걸어가면서 누리면 바다와 풍경을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지금 찾아가면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햇살은 따갑습니다. 그렇지만 홍포 일대는 언제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잠깐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만약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에라도 잠시 들어가면 팔뚝이랑 목덜미에 소름이 돋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원한 길을 왔다갔다 거니는 것입니다. 돌아올 때는 당연히 왼편으로 바다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갈 때 오른쪽 올 때는 왼쪽 이렇게 방향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바라보이는 바다는 꽤나 다릅니다.

 

갈 때는 드넓게 수평선이 펼쳐진 바다였다면, 돌아오면서 보는 바다는 해안선을 따라 올망졸망 솟아난 커다란 바위들이 눈길을 끌곤 합니다. 이렇게 거닐면 가다오다 하면서 길가에 주저앉아 주전부리까지 한다 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다음으로는 다시 자동차를 타고 학동해수욕장처럼 몽돌로 유명하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은 여차 바닷가로 옮겨갑니다. 지금 해수욕장은 제철이 아닌지라 사람들이 그다지 있지 않고 한적해서 거닐기가 아주 좋습니다.

 

멀리 위에서 본 여차몽돌해수욕장.

 

몽돌 구르는 바닷가를 잠시 돌아다니면서 늦여름을 바다를 즐깁니다. 함께 온 일행과 함께 멋진 바다와 몽돌을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기가 아주 좋습니다. 또 가져온 돗자리를 몽돌 위에다 깔고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것도 썩 괜찮습니다.

 

아니면 시골 티가 채 가시지 않은 구멍가게에 들러 라면을 좀 끓여달라 해서 먹어도 좋습니다. 라면 먹을 탁자는 나무그늘 있는 자리에 놓여 있기 마련인데요, 그렇게 라면을 한 젓가락 들면서 바라보는 바다도 그럴 듯합니다.

 

제철 지난 해수욕장 바닷가에는 동네 할머니들이 나와 있기 십상입니다. 바다에서 나는 조개 같은 것을 또는 깨나 고추처럼 밭에서 기른 것들을 손질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동네 할머니들 이런 일을 할 때는 대부분 혼자가 아닙니다. 심심함 가시게 하고 고단함을 잊으려고 두셋 어울려 일합니다.

 

이런 할머니들 하는 얘기들 엿듣는 재미도 그럴 듯합니다. 만약 넉살 좋은 사람이라면 할머니들 얘기하는 데 끼여들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맞장구도 쳐가며 추임새도 넣어주면서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동네 할머니들이 얘기 상대로 마다할 까닭이 없거든요.

 

어쩌면 집에 심겨 있는 나무에서 딴 복숭아 같은 과일을 몇 알 얻을 수도 있습니다. 더위에 지친 늦여름 나른한 주말에, 큰 기대 품지 않고 편안하고 느긋하게 바람 쐬기 좋은 여행길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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