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물축제가 나름 성공을 거둔 까닭을 저는 먹을거리에서 찾습니다. 조선 팔도 이런저런 축제에 가보면 그야말로 조선 팔도 먹을거리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장흥 물축제에는 조선 팔도 먹을거리들도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장흥 명물 먹을거리들을 더 쉽게 맛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장흥 명물 먹을거리들은 날리지가 않습니다. 정말 잘도 만들어서 내놓습니다. 얄궂은 양념을 쓰지도 않고 얄궂은 재료를 쓰지도 않습니다. 대표로 장흥삼합을 들 수 있습니다. 장흥 명물인 소고기와 키조개와 표고버섯을 재료로 삼습니다.
장흥은 사람 숫자보다 소가 숫자가 많은 고장입니다. 그만큼 정성 들여 키우는 대표 명물이라는 말씀입니다. 키조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청정한 장흥 앞바다 득량만에서 나는 명물인 것입니다. 장흥은 또한 산도 나름 높고 좋습니다. 이런 조건을 활용해 만들어 내놓은 명물이 표고버섯입니다.
장흥 명물 이런 세 가지를 갖고 만드는 먹을거리가 바로 장흥삼합입니다. 그런데 소고기에는 이른바 ‘안티’가 있습니다. 또, 제가 알기로는, 표고버섯에도 ‘안티’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장흥삼합으로 버무려져 나오는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먹을거리는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을 꼽고 싶습니다. ‘키조개전’을 먼저 꼽고 싶고 ‘소고기전’도 있더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장흥삼합으로 나오는 소고기랑 조금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소고기전입니다.
키조개전과 소고기전이 함께 나왔습니다.
물기가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더하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장흥삼합 소고기랑은 다를 것입니다. 재료가 장흥 명물인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구워서 먹는 장흥삼합 씹는 맛과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달걀 반죽에 밀가루를 풀어서 살짝 튀겨냅니다. 그런 덕분에 재료가 원래부터 갖고 있던 물기가 줄거나 빠지지 않습니다. 키조개전도 한 입 베어물면 그 촉촉한 느낌이 입안 가득히 퍼져나가는 점에서는 소고기전이랑 다르지 않습니다. 아주아주 부드럽다는 점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소고기랑 같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저야 물론 소고기든 키조개든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그것 가려 먹는 사람 처지에서 보자면 ‘키조개전’이 있고 그 맛이 또한 남다르다는 것은 정말 장흥 먹을거리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전’들을 토요시장 곳곳에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키조개회무침’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이런 ‘전’들과 더불어 키조개회무침을 먹어보고는 정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키조개를 알맞추 썬 다음 살짝 대쳐서는 갖은 양념이랑 채소를 버무려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양념 때문에 톡 쏘는 느낌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부드러운 회무침이 있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저는 못해 봤습니다. 무척 좋았습니다. 더불어 맛본 추어탕과 팥죽도 좋았습니다.
추어탕은 완전 전라도식이었습니다. 고기살을 갈아내어 뻑뻑하게 만든 추어탕이었는데요, 제가 경상도 출신이고 어머니 아버지도 경상도 출신이긴 하지만 어릴 적 어머니(어머니도 경상도 출신입니다.) 만들어주신 추어탕도 이런 식이었고 그렇게 닮아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팥죽은 국산 팥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거기 들어가는 건더기는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였습니다. 쫄깃거리는 맛은 덜했지만,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저를 황홀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막걸리는 어떤가요? 재료가 100% 장흥산이고 100% 햅쌀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70%는 찹쌀이고 30%는 맵쌀이었습니다. 이런 막걸리, 요즘 어디에서든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좋은 음식을 바로 손만 뻗으면 맛볼 수 있기에 장흥 물축제가 성공하지 않나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토요시장을 위해 생겨난 물축제가, 토요시장 덕분에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자치단체도 이런 장흥군을 본받으면 좋겠습니다. 조그만 동네 축제를 하면서도 조선 팔도 온갖 떠돌이 먹을거리로만 거리를 채우는 그런 일은 없으면 참 좋겠습니다. 자기 고장 명물 먹을거리로 밥상이 장만되는 그런 축제가 더욱 늘어나면 저는 좋겠습니다.
게다가 장흥에는 토요시장이 있어서 좋은 먹을거리 푸짐하게 장 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좋습니다. 보기를 들자면, 콩나물을 2000원 어치 샀는데, 뿌리에 재가 묻어 있었습니다. 처음 봤는데, 2000원 어치가 푸짐도 했지만, 집에 와 나물 해 먹었더니 고소함이 그야말로 비길 데가 없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이라 해도 좋을 만큼 고소한 콩나물이었는데, 그 씹는 맛 또한 일반 시중에서 만나는 콩나물 흐물흐물함과는 완전히 완전히 다른 섬유질이었답니다. 이런 즐거움이랄까 보람이, 장흥 토요시장에서는 곳곳에서 넘쳐나는 것입니다.
김훤주
관련 글 : 온몸으로 즐기고 누리는 장흥 물축제(http://2kim.idomin.com/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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