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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는 초고압 송전탑 아래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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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밀양 지역 초고압 송전탑 설치를 위해 경찰이 투입됐습니다. 그리고는 합동으로 공사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YTN 같은 방송에서는 순조롭게 다섯 군데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그것은 그이들의 바람일 뿐입니다. 10월 7일 MBC 경남 라디오 광장 세상읽기에서는 이를 두고 얘기를 한 번 풀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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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역 주민 제압 위한 경찰 투입


김훤주 기자 : 밀양에 경찰이 투입된 지 오늘로 일주일째입니다. 부북·단장·상동·산외면 네 개 면 스물일곱 마을에서 765kv 초고압 송전탑 쉰두 개 가운데 다섯 군데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서수진 아나운서 : 현재 투입된 경찰이 3000명입니다. 1000명씩 교대하면서 2000명 가량이 공사 현장 등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경찰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하고요. 


주 : 경찰 3000명이면, 현재 초고압 송전탑 설치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을 제압하겠다는 공격적인 의사 표시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립 지역 주민 숫자가 한전 발표를 따르더라도 3476명뿐입니다. 


반대대책위원회 반대 서명에는 실제 거주자 1870명, 토지 소유자 339명, 상속 대상자 753명 등 2962명이 참여했습니다. 반대 주민 한 명에 경찰 한 명씩 배치한 셈입니다. 게다가 경찰은 젊은 반면 반대 주민 대다수는 70대 80대 어르신입니다. 


진 : 이렇게 경찰이 한전의 작업을 보호하고 주민의 저항을 제압하는 가운데 공사가 재개됐어요. 지난 1일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서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주 : 문제는 경찰의 성격입니다. 공사 재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아니라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찰의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진 : 애초 경찰이 투입될 때부터 그런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았나요? 어쩌면 새삼스럽고 뜬금없는 지적 같이 보여서 말씀입니다. 


2. 밀양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주 : 우리 사회 대다수의 생각이 그렇게 돼 있습니다. 말씀대로 경찰이 힘없고 소외돼 있는 사람들 편에 서리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국가의 기본 임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어쨌든 한 번은 짚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저는 봅니다. 


시국미사 집전하러 온 사제들과 그 뒤 경찰, 그리고 헬리콥터.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그러면 국가의 기본 임무가 무엇이죠? 유권자들이 자기 깜냥대로 세금을 내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하면서 지켜가는 것이 국가일 텐데 말이죠. 


주 : 국민이 세금을 내는 까닭은 국가가 지켜주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국가의 근본이 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인데, 이것을 국가 권력의 구체적인 실체인 경찰이 보호해 주지 않는 국면이 바로 지금 밀양 사태의 본모습입니다.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가는 바람에 둘레 토지는 재산 가치를 거의 모두 잃었습니다. 농협 같은 금융기관에서 담보로도 잡아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예상되는 전자파 피해 등으로 삶의 터전이 망가지게 생겼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목숨을 내놓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밀양 반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금 국가는 보호 대상으로 전혀 삼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3.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고? 너라면 희생당하겠냐?


진 : 그렇지만 정부와 한전은 울산 신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에서 생산될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밀양 초고압 송전탑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말하자면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 같은데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엄밀하게 따져보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굉장히 폭력적인데요, 처지를 바꿔놓고 봤을 때 내가 용인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 정도는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 초고압 전력 때문에 웅웅 우는 소리가 나는 송전탑을, 밀양시장도 한전 사장도 경찰청장도 박근혜 대통령도 이고 살 수 있어야 그나마 성립할 수 있는 논리입니다. 


진 : 그렇습니다. 나는 그런 상태에서는 살지 않겠지만 너네는 국가 대계를 위해 그런 악조건을 감수하고 살아라 하면 어느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4. 자꾸 늦춰지는 신고리 3·4호기 완공 예상 시기


주 : 게다가 신고리 3호기와 4호기는 아직 전력 생산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고리 3·4호기는 주민 반대 때문이 아니라 위조 부품 사용 때문에 완공이 거듭 늦춰져 지금은 내년 8월과 9월이 완공 예정입니다. 


더욱이 위조 부품을 사용한 부분에 대한 재시험 결과가 불합격으로 나오면, 11월에 결과가 나오는데요, 다시 1년 이상 완공이 늦춰집니다. 그런데도 강행하고 있습니다. 깨놓고 말하자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진 : 3·4호기 건설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그렇다 해도 더 늦출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시험에 합격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하며 기존 선로로 더 이상 송전할 수 없는 시운전 출력 60% 도달 시기인 내년 6월까지는 완공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상 공기 10개월을 고려하면 더 이상 지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주 : 그런데요, 정상 공기 10개월이라든지 시운전 출력 60%니 하는 그런 얘기를 적어도 이전에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공사 강행 말아달라고 경찰한테 비는 주민. 경남도민일보 사진.


여태껏 한전이 공사 강행을 시도한 적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고 한전이 보도매체와 만나 공사 강행이 필요하다면서 그 까닭을 밝힌 적 또한 마찬가지로 많은데, 그동안은 이런 말 않고 있다가 지금 와서 이렇게 말하니 선뜻 믿기가 어렵습니다. 


또 반대 주민 처지에서 보자면, 한수원이나 한전이 공사 강행 필요성을 여럿 대고는 있지만, 공사 강행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 그리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더 많고 더 절실합니다. 


5. 보상으로 주민 분열 부추기는 한전


진 :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송전탑이 지나가는 같은 마을이라도 찬반 대립이 심각해서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초상이 나도 문상하러 찾아가지 않을 지경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었습니다. 


주 : 저도 봤습니다. 같은 마을이라도 한전이 세우려는 송전탑과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갈라진다고 하더군요. 현장과 가까운 쪽은 크게 반대하고, 그렇지 않은 쪽은 찬성하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전의 보상 제시가 이런 분열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봅니다. 가구당 현금 400만원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여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되니 송전탑이 들어서도 별 피해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공돈 400만원이 생기니까 누구든 싫어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타격을 받는 쪽에서는 400만원에다가 1000만원 얹어줄 테니 공사를 물리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열을 한전이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진 : 게다가 가을철 무르익고 있는 곡식을 송전탑 반대 농성 하느라 거두지 못하는 고통도 꽤 큰 것 같습니다. 나락은 물론 감이랑 들깨 등을 제 때 거두지 못해 들판에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수확하지 못해 가지에 매달린 채 익어가는 밀양의 감.


주 : 어린 자식 거두지 못하는 부모 심정이랑 비슷하겠죠.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5월 공사 재개를 하겠다 했을 때도 농번기였고, 이번 공사 재개 시점도 농번기랑 맞물려 있습니다. 


주민들이 공사 재개를 하더라도 한 달만 늦춰달라 했는데도 그렇게 되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이조차 농민들의 심정을 약한 고리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6. '외부세력 개입말라'는 주문으로 지역 주민 고립 노리고


외부세력이 어때서? 이익에 눈이 먼 내부 세력보다 낫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외부 세력 논란도 있어요. 지금처럼 환경 문제가 크게 제기됐을 때 기득권층이 늘 하는 얘기이기는 하지만요. 대부분 사람들이 외부세력이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 


주 : 외부 세력 물러가라는 주문(呪文)이 쏟아지고 있지요.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현장에 기자 셋을 파견해 놓고 있는데요, 이들 얘기를 따르면, 외부세력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산 속에서 한뎃잠 자는 밀양 어르신을 위해 핫팩을 들고 오는 사람, 어르신들 끼니 거를까봐 김밥 싸갖고 오는 사람, 다치고 실신해서 병원에 실려간다니까 그냥 걱정돼서 오는 사람들입니다. 


진 :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다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온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주 : 그렇지요. 순수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스럽기도 한데요, 물론 그런 사람들이 지금 핵발전 위주 정부 에너지정책에 비판적일 수는 있습니다. 


어쨌든 외부세력은 떠나라는 말이 노리는 바는 반대 주민 고립에 있음이 분명합니다. 내부 세력 가운데 반대 주민 편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밀양시장도 아닙니다. 시장 영향력 아래 있는 관변 단체들도 아닙니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도 도의원도 시의원도 거의 다가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외부세력인 한전과 경찰의 개입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않습니다. 우리가 밀양 반대 주민들을 마음대로 요리할 테니까 국민 여러분 대다수는 손 놓고 입 닫고 가만 있으라는 협박인 셈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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