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천년 고찰의 시멘트길, 누굴 위한 것일까?

기록하는 사람 2009. 11. 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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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 동화사는 조계종 9교구 본사로 무려 76개의 말사를 거느린 유명한 사찰이다. 입구에선 관람료도 받는다.

신라 때 창건된 절로 역사가 1200년에 가깝다. 당간지주와 부도, 금강선원 동탑 등 보물이 있고, 대웅전의 연꽃 문살과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살린 대웅전 기둥도 꽤 유명하다고 한다.

대구의 명산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동화사는 주변 경관도 수려하고, 총 33m 높이로 1992년 건립된 석조 약사여래불도 이곳은 명물이다.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게 있었다. 우리 일행은 대형버스를 타고 갔는데,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낸 후 버스가 일주문을 통과해 절 안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었다. 대개 사찰은 일주문 안까지 일반 차량이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동화사는 일주문을 지나 절 안쪽에 주차장이 있었던 것이다.

일주문을 한참 지나서 절 안마당을 코앞에 두고 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까지 대형버스도 들어온다.



보통 사람들이 사찰을 찾을 땐, 불교신도이든 아니든 적어도 일주문에서부턴 걸어서 올라가면서 자연과 하나가 됨으로서 마음이 정화되는 걸 느낀다.

그래서 주차장에 내려서도 절까지 가려면 제법 걸어올라가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바로 코 앞이 절 안마당이었던 것이다.

더 아쉬웠던 건 주변이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 아니면 대리석 바닥이었다. 그날 가본 곳 중에서 맨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곳은 대웅전 앞마당뿐이었다. 그 외엔 모두 시멘트 콘크리트 바닥이었던 것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곳이 주차장이다.


몇 년 전 찾았던 경주 불국사는 원래 아스팔트였는지 콘크리트였는 지는 알 수 없지만, 포장을 걷어내고 다시 흙길을 복원하고 있었다. 사실 걸어보면 흙길이나 자갈길이 훨씬 발에 피로도 덜하고 걷는 맛이 있다.

그런데 적어도 동화사에선 그런 흙길을 밟을 수 없었다. 부도암으로 향하는 작은 길도 마찬가지였다. 내내 시멘트로 뒤덮여 있었다.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위 사진이 동화사 안마당이다. 주차장이 코앞에 있다. 마당도 대리석으로 덮여 있었다.


마주 보이는 전각이 봉서루이다. 저 계단만 올라가면 바로 대웅전이다.


대웅전 앞마당만 모래가 깔려 있었다.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었다.


대웅전에서 바라본 하늘이다. 그날은 날이 흐려서 좀 우중충했다. 하지만 단풍은 아름다웠다.


대웅전 기둥은 이렇게 울퉁불퉁한 모습 그대로를 살렸다.


대중전 뒤편이다. 역시 기둥이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동화사 대웅전은 연꽃무늬 문살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연꽃이 활짝 핀 모습이다. 그 옆에는 연꽃이 봉우리를 맺은 모습도 있다.


또다른 일주문인 봉황문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곳도 아스팔트로 덮여 있다.

높이 33m의 약사여래불로 가는 길이다. 온통 돌로 치장되어 있다. 물론 바닥도 돌이다.


흙길이 그립다.


1992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 세워진 약사여래불이다. 이 앞에 있는 전각의 현판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썼다. 그의 이름도 함께 새겨져 있다.



비구니들이 공부하는 부도암 가는 길은 물론 염불암, 양진암, 내원암으로 향하는 길도 모두 이렇게 콘크리트 칠갑이다.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으니 당연히 이런 차들이 쌩쌩 달린다. 걷고 싶은 길은 아니었다.


팔공산의 수려한 경관을 갉아먹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도로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관광객의 편의 때문일까, 아니면 사찰에서 생활하는 승려들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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