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하나에 정신을 빼앗기면 다른 것은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는 모양입니다. 경남 함양 상림 숲에 들어갔다가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볕과 알록달록 단풍에 넋이 나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몸의 모든 감각 기관이 그리로 쏠려 버렸는지 다른 것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단풍이나 햇살에만 관심이 갔습니다.

이렇게 한참을 걸어가는데, 꽤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따따따따, 아마도 제가 조금 풀리지 않았다면 이 소리조차 놓쳤을지도 모릅니다. 단풍과 햇살이 그만큼 멋졌거든요.

끊어졌다 이어지는 딱따구리 소리. 먼 데서 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머리를 들어 위를 보면 두런거렸더니 제법 굵다란 참나무 같은 나무 높직한 가지에 앉아 부리질을 해대는 딱따구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동물원에서말고 야생에서 딱따구리를 이미 본 이도 있겠지만 저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카메라를 갖다 대고 찍었습니다. 그러나 제 사진기가 성능이 별로 좋지 못해서리 제대로 찍히지 않았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딱따구리를 눈에 담고 나니까 그제야 새가 시끄러울 정도로 소리를 내며 지저귀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숲 속 곳곳에서 갖은 새들이 날아다니거나 앉아 있으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찍은 사진을 당겨놓고 가만 들여다보니 딱따구리 앉아 있는 나뭇가지가 허옇게 벗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렇게 부리로 쪼아 껍질 아래 사는 벌레 따위를 잡아먹고 연명하는가 봅니다.

새 소리는 딱따구리 소리까지 포함해서 사람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바람까지 함께 어울려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이 날 상림 딱따구리를 보고 들으면서 정말 실감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단풍과 햇살에 눈을 빼앗긴 터라서, 그것들에 더 이상 관심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람쥐가 여기서는 좀 흔한 편인지, 가는 길에서도 보고 오는 길에서도 봤습니다.

어쨌거나, 10월 12일 경남 합천 모산재 아래 영암사 폐사지 갔을 때는 다람쥐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고, 이번에 여기서는 딱따구리를 카메라로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복받았습니다.


잎에 어린 볕이, 참 귀엽지 않습니까?



함양(咸陽)에서 함과 양은 제각각 다(모두)와 볕을 뜻한답니다. 그늘에 앉아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참 멋진 동네입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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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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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oflove.tistory.com 워크투리멤버 2009.11.06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딱따구리네요~ 저도 한라산 갔을 때 가끔 봤었는데 넘 귀여워요.ㅋㅋ

  2. dream 2009.11.07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연기념물입니다 큰 오색딱따구리 입니다
    얼마전 소쇄원의 죽은 소나무 에 집을 만들고 잇는지 굉장히 깊게 파 들어 간 것을 확인 햇습니다
    아마 겨울을 나거나 아니면 분가 해서 새로운 둥지를 틀것 같아 유심히 봐두었습니다...
    나중에 한번 포스팅하겠습니다..
    평안한 주말 되소서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1.07 1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천연기념물씩이나 되는군요.

      저는 요즘 그런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참 그런 것을 많이 꼼꼼하게 챙겼는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비울지라도......"

      "삶이 그대를 뺏을지라도......"

      하하하. 뭐 그렇다는 것입니다. 제 풍경입니다. ^.^

  3. Favicon of http://lovessym.tisotry.com 크리스탈 2009.11.07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드립니다.
    산에서 소리로만 듣던 새를 직접 보게되면 정말 감동 그 자체죠~~ ㅎㅎㅎ

    상림 숲에 다녀오셨군요...

  4. 우리동네 2009.11.07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우리동네 야트막한 산에서 사진과 같은 딱다구리를 봤습니다.

    한마리가 아니라 2~3마리정도 되는것 같았습니다.

    전에도 조금 몸집이 작은 딱다구리를 본 적이 있었죠. 역시 같은 장소에서요.

    제가 사는 동네는 목동인데 이런 도심근처 야산에도 딱따구리가 산다니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로는 딱따구리가 수목이 우거진 깊은 산속이 아니라

    동네 야산에서 산다니 안되보이기도 하더군요. 서식지가 그만큼 줄어들어서일까요?

  5. 비바리 2009.11.07 1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오색딱다구리를 만나셨군요..
    제가 담은 같은 종류의 딱다구리가 있어 트랙백 넣어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1.08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휴, 저는 이렇게 잘 아시는 이를 뵈오면 참 고맙습니다. 모르는 바를 일러주시니까요. 진짜로.

      비바리님 블로그에 가서 봤더니, 하나 더 배울 수 있었습니다. 머리가 붉은 녀석은 수컷이고요, 암컷은 머리가 까맣다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6. 보라매 2009.11.10 0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좋습니다.
    볕도 참 좋습니다.
    잘 담으셨네요.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1.10 2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거나, 제게 소속된 카메라가 성능이 별로 좋지 않아서리,

      제대로 찍지를 못했습니다만. 칭찬해 주시니 고맙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