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개량한복 입은 운동권' 어떻게 보시나요?

기록하는 사람 2009. 7. 2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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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 출신으로, 지금은 탈당한 후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직에 올인하고 있는 주대환 씨를 만났습니다. 이 블로그에 인터뷰를 포스팅하기도 했는데요.

그 때 그로부터 받은 책을 최근 읽었습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신진보연대에서 낸 계간지 <신진보리포트>(여름호, 통권 제12호)라는 책이었는데요. 이번 주제는 '정치연합론-(범)진보세력의 재구축을 위하여'였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범진보세력의 정치연합론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주대환 공동대표가 쓴 '한국 민주화세력의 환골탈태는 가능한가?'라는 글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이 글에서 비판하고 있는 이른바 '운동권 문화'에 대한 주대환 대표의 지적이었는데요.

신진보리포트 여름호.


하필 이 엄혹한 시기에 웬 운동권 비판이냐 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주대환 대표도 써놨듯이 "한동안 반성의 바람이 민주화세력 내부에 불었"으나 "이명박 정권의 실정(失政)이 거듭되고 촛불 시위가 일어나자 이명박 정권을 욕하는 것으로 자기반성을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도 곰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투쟁이라는 것도 성찰과 반성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거니까요.

주대환의 민주화 세력 비판 "국민 눈에는 건달로 보일 수도"

우선 주 대표가 지적하는 '민주화세력의 무지와 오만'입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라면 태양계 밖으로까지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사람들과 둘러앉아서 고담준론해봐야 우물 안 개구리들의 합창이 될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민주화세력은 끼리끼리 술 마시고 논다."

"민주화세력의 여전한 착각과 반성의 부족은 바로 자신을 국민의 눈으로 보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 국민의 눈으로 보면 내가 투사(鬪士)나 지사(志士)가 아니라 건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억울하면 건달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피나게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민주화세력의 무지와 오만은 분열로 나타나고 있다. … 왜 무지와 오만은 분열로 귀결되는가? 다른 사람이 하면 안 되지만 내가 하면 될 거라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화세력 내부에는 민주당을 비롯한 기왕의 야권의 여러 정당들과 별로 다른 내용도 없이 '대안야당'을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매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주대환.

"민주화세력에서는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학자들의 목소리가 너무 크다. 글쓰는 사람들은 주로 학자들이다. 그들은 보고 들은 풍월로 '옳고 그름'을 논한다. 그러나 그들의 정서는 국민대중의 생활정서와는 너무 다르고 그들의 목소리는 국민들에게 자기들을 꾸짖는 소리로 들린다. 그들의 문필활동은 대체로 민주화세력들에게 커다란 손해를 끼치고 있는데 문제는 그들이 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국민대중은 잘난체 하는 인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외면한다. 오직 고개를 숙이는 놈만을 인정한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낙선한 이회창의 변신을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야 정치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동안에는 정치인 같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화세력에는 국민들의 눈에 정치인 같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더 큰 문제는 민주화세력 중에는 정치인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주대환 대표의 '운동권 비판'은 그들의 생활습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개량 한복'에 대한 지적에서는 거의 인신 공격(?) 수준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누군가가 떠오르면서 빙그레 웃음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요?

"민주화세력은 국가, 민족, 사회를 위하여 젊은 시절 많은 희생을 했다. 다른 사람들이 취직하고 학위와 자격증을 딸 때, 감옥을 들락거려 부모의 속이나 썩이고, 패가망신을 각오하고 나라와 민족의 장래만을 걱정했다. 그래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초를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할 때를 놓쳐서 이제 무능력자가 되거나 사회에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대기업에서 훈련받은 사람과 운동권 출신은 일을 시켜보면 차이가 크다."

"남들보다 먼저, 남들이 눈치보고 있을 때 용기있게 교직원노동조합운동에 뛰어들었던 교사를 떠올려보자. 이 사람은 대체로 남을 가르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서로 간의 의견 차이도 민주적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합의에 이르거나 절충할 줄 모른다. 자기는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걸 양보할 수 없다."

"바로 이런 민주화세력에 대하여 국민 대중은 넌더리를 낸다. 존경하던 마음이 이제는 짜증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중늙은이가 된 전교조의 고참 활동가들이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같은 민주화세력들 중에서도 숨이 막히는 사람이 있는데 대중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들의 정서는 독립운동가의 정서, 아니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최익현 선생의 정서와 닮았다. 고집스런 그들에게 모든 변화는 곧 변절이다."

"사상적으로도 이들의 고풍스런 민족주의 정서는 국민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게 하고, 독특한 문화권을 형성하여 그들의 고립을 심화시킨다.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의 간부들, 고참 지식인 활동가들은 이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대의원대회에 참여하고 나면 운동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는 내가 올 데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지난 17일 나와 인터뷰하던 주대환 공동대표.


주대환 대표는 이런 지적에 이어 "흡사 촛불시위에서 기존의 집회 문화를 버렸듯이 민주화세력은 기존의 행동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대환의 이런 주장에 대해 강동호 신진보리포트 편집주간은 같은 책에서 "(주대환은) '민족민주운동'을 했던 민주화세력은 이제 '사회민주주의운동'을 하는 진보세력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라고 요약했습니다. 역시 강동호 편집주간의 지적처럼 과연 그게 가능한 것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운동권의 자세와 태도, 생활 양식에 대한 주대환의 비판은, 지금까지 이토록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지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니는 전교조의 고참 활동가'에 대해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겁니다. 그야말로 주대환만의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적진 않을 것 같네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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