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롯데야구 때문에 길에 2000원을 날렸다

기록하는 사람 2009. 8. 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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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나는 차가 없다. 운전면허도 없다. 그래서 택시가 주 교통수단이다.

알다시피 택시요금 미터기는 거리만 산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도 잰다. 이른바 '시간-거리 병산제'다. 그래서 차가 밀리면 덩달아 요금도 올라간다.

어제 저녁 8시에 마산시내에서 약속이 있었다. 회사 업무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8시 5분 전에야 택시를 탔다. 약 200미터까지는 미끄러지듯 잘 나갔다.

그런데 마산공설운동장 앞 신호를 받아 왼쪽으로 꺽자 마자 앞에 차량들이 주차장처럼 꽉 막혀 있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 했다.

저기 불빛 찬란한 곳이 야구장이다.


알고보니 오늘 저녁 롯데 야구가 마산공설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리고 있단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에 갑자기 관람객 차량이 몰려서 그런 것도 아니고, 이미 야구장 안에선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데도 왜 그렇게 밀리는 걸까?


알고보니 공설운동장 인근의 도로라는 도로는 모두 '불법 주차 차량'으로 메워져 있었던 것이다. 내가 탄 택시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그 도로도 4차선이었는데, 양쪽 1차선은 모두 불법 주차 차량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아무도 단속하는 이는 없었다. 택시운전수가 불평을 내뱉었다.

"야구 보러 오는 거라면 그냥 대중교통으로 와서 경기 끝나면 인근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술도 한 잔 마시고 할 것이지. 왜 모두들 이렇게 차를 끌고 와서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피해를 주는지 몰라."

4차선 중 양쪽 2개 차선은 불법 주차 차량이 버젓이 점거하고 있었다. 법도 없고, 도덕도 없다.


나도 딱 그의 마음이었다. 야구팬들의 불법주차 때문에 결국 내가 탄 택시는 평소 5~6분 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무려 20분이나 걸려 도착했다.


요금도 평소 2600~2700원밖에 나오지 않는 거리인데, 그날은 4600원이나 치러야 했다. 2000원을 몰지각한 야구팬들 때문에 길바닥에 날린 것이다.

나 혼자만 생각하면 2000원이지만, 나처럼 길바닥에서 시간을 허비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날아간 돈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어제, 롯데 야구는 졌다.

평소 5~6분 거리를 20분 넘게 길바닥에서 보내야 했고, 요금도 2000원을 더 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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