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발가락이 아니라 엄지손톱이 닮은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 2009. 7. 2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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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상 사람들의 모든 엄지손톱이 저처럼 생긴 줄 알았습니다.

제 엄지손톱이 보통 사람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중학생이었던 어느날 시내버스 안이었습니다. 등굣길인지 하굣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버스 천정의 둥근 손잡이를 잡고 있던 중 우연히 옆에 서 있던 사람의 엄지손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손톱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마치 검지나 중지의 그것처럼 길쭉했던 것입니다. '아니? 왜 엄지손톱이 저리 길쭉하지?'

하지만 그 의문은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범상찮은 엄지손톱은 버스 속 옆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였음을 곧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돌려 몇 몇 사람의 엄지손톱을 보니 금새 확인되었습니다. 우리 형제들의 손톱을 봐도 저처럼 짧은 엄지손톱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짧은 엄지손톱 보셨나요?


얼마 후,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나만 왜 엄지손톱이 짧지?"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원래 그런 손톱을 가진 사람이 손재주가 많고 머리가 좋은 거란다. 귀한 손톱이니 잘 간수해야 돼."

어머니가 저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말인지, 실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믿고 살기로 했습니다. 손톱 좀 짧은 게 뭐 그리 대수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손톱을 우리말로 '누에머리 손톱'이라고 한다는군요. 국어사전에도 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대전에 블로그 강의를 갔다가 뒤풀이 자리에서 제 그것과 쌍둥이라 할만큼 꼭 빼닮은 엄지손톱의 소유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충청투데이 전 사진부장이었던 우희철 기자였습니다. 우희철 기자는 수차례 사진으로 특종상을 받은 유명한 사진기자이기도 합니다.

왼쪽이 제 손이고, 가운데와 오른쪽은 우희철 기자의 손입니다. 쌍둥이 같지 않나요?


그는 얼굴이 험상궂은(?) 것까지도 저와 비슷했습니다. 성격까지 비슷한지는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오래 전에 헤어진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우희철 기자도 신기했는지 제 손톱에다 자기 손톱을 맞춰보며 즐거워했습니다.


험상궂은 것까지 저와 닮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결코 험상궂지 않습니다.


그는 요즘 다니던 충청투데이를 그만 두고 전업 사진작가로 나섰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땅에 매료돼 우려 천 만 원(정확하진 않습니다만)을 들여 날틀(이름을 잊어먹었습니다)을 한 대 구입했다고 합니다. 그걸 타고 하늘을 날며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같은 엄지손톱을 가진 그의 건승과 성공을 바랍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 편의점 앞 길에서 캔맥주 마시며 이야기했듯이 "블로그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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