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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1803

괴물 기자, 망나니 검사

경남도민일보 창간 전 몸담았던 신문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워낙 낮은 임금에다, 그마저도 체불되기 일쑤였다. 편집권 독립은커녕 최소한의 자율성도 없었다. 중요한 기사를 빼거나 키울 권한은 모두 사장에게 있었다. 기자 출신이었던 사장은 직접 사회부장이나 편집국장을 맡기도 했다. 내가 입사한 지 2년이 되었을 때 비밀리에 노동조합 결성이 추진됐다. 회사 인근 다른 빌딩 강당을 빌려 기습적으로 창립총회를 열었다. 나는 '무임소 부장'이란 직책을 맡았고, 수개월간 사측과 갈등을 거쳐 전면파업에 들어갔을 땐 사무국장이 되어있었다. 당시 노조가 내세운 구호는 '부실자본 축출, 독립언론 건설'이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방문이 이어졌다. 한 달 후 파업이 끝났을 땐 사주가 바뀌었고 월급이 올랐으며, 제한적이지만 ..

윤석열 검찰, 과연 표창장 기소에 정치의도 없었나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직후 그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한데 대해 도춘석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사문서위조죄 그리고 행사죄? 그냥 법리적으로만 본다. 사문서위조의 공소시효 만료일이 걸려서 전격적으로 기소했단다. 피의자 소환도 없이 참고인 진술과 다른 증거만으로... 그럴 수 있다. 근데 표창장 수여일이 범죄행위를 한 시점이라고 객관적인 확인을 했을까? 통상 상장은 주는 날보다 먼저 만들어진다. 물론 정식 상장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상장에 적힌 날짜가 만든 날일 수도 있다. 하루라도 틀릴 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는데, 검찰이 어려운 결정을 했다. 작두날을 탔으니 부디 잘 입증을 하길.... 근데 사문서위조죄는 그 행사죄와 쌍둥이다. 행사의 목적도 중요한데, 문제는 ..

조선일보 방응모 때문에 출판사들이 기피했던 책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 이사 김주완입니다. 일본의 경제도발이 자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읽으면 좋을만한 책 한 권을 소개해올립니다. 2016년 봄이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청소년도서와 아동도서를 펴낸 바 있는 선안나 작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일파와 항일독립운동가를 대비시켜 책을 내고자 하는데, 서울에 있는 상당히 진보적인 출판사들조차 출간을 꺼린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보니 언론계의 항일운동가 안재홍과 황국신민화시책에 앞장섰던 방응모를 대비한 글이 포함되어 있더군요. 둘 다 조선일보 사장이었는데요. 방응모는 일제에 저항하던 안재홍 사장이 구속된 이후 조선일보를 인수해 친일신문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죠. '아! 거대언론 조선일보의 심기를 건드리는 내용이 있어서 출판사들이 꺼리는구나' 하는 감..

90년대생이 이렇게 된 것은 60년대생 부모 책임이다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시간강사로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전공과목이었는데요. 제딴엔 최대한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게, 실생활에도 유용한 내용으로 강의하려 애썼지만 별 효과가 없더군요. 강의를 해보면 수강생들이 집중하여 듣고 있는지 아닌지를 딱 알 수 있는데요. 몇몇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도무지 집중도 안할뿐더러 마지못해 듣는듯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외부강의도 종종 하는 편인데요. 거기서 만나는 성인 수강생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더군요. 물론 자발적으로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과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학생들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난 몇 년간 그런 대학생의 모습에서 요즘 90년대생들은 뭔가에 심하게 주눅..

친왜하는 조선일보 광고불매운동 시작한 언소주

조선일보 광고불매운동의 시초가 되었던 언론소비자주권행동(공동대표 김종학 서명준)이 '친왜하는 조선일보에게'라는 편지글 형식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다시 광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김종학 공동대표도 자신이 사는 창원에서 홀로 '1인홍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 22일부터 창원시청 광장에 4종의 펼침막을 내걸었다. 또 '가짜뉴스로 일본편만 드는 조선일보는 언론의 탈을 쓴 토착왜구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창원시청 광장과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매일 2시간씩 '1인홍보'를 하고 있다. 김종학 대표는 "25일부터는 정식으로 집회신고를 내고 1인홍보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언소주 보도자료와 성명서인데, '친왜하는 조선일보에게'는 참으로 잘 쓴 글이니만큼 꼭 읽어보시길... [보도자료] 언소주, 경제침략 일..

얼굴이 뭉개진 그 해 5월의 사진 한 장

그 날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이 한 장 앞에 놓여 있었다는 것 하나만 빼고는 모든 것이 기억에서 깨끗하게 지워져 있다. 심지어 그 사진이 흑백이었는지 칼라였는지도 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 속 그림은 개의 머리 같아 보였다. 처음에는 그렇게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까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눈, 코, 귀, 입, 뺨, 눈썹 그 어느 것도 제 자리에 붙어 있지 않았다. 머리카락은 당연히 헝클어져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있었던 것이다. 1983년 5월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나이 스무 살, 대학 2학년이었다. 태어나서 20년이 이르도록 그런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있었다. 이처럼 참혹하지는 않았지만 6.25전쟁 때 북한군에게 죽은 남..

1950년생 황정둘의 경우

1950년생 황정둘. 우리 나이로 70세. 그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죽었다. 20세였던 엄마 이귀순은 지금 90이 되었다. 열일곱 살에 마산 진전면 곡안리로 시집와 정둘을 임신했을 때 남편 황치영을 잃었다. 남편 나이는 22세였다.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열서너 마지기 농사를 지으면서도 멀리 고성의 저수지 조성공사 현장까지 막노동을 하러 다녔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이 터졌고 7월초 진전지서에서 부른다며 집을 나선 후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내 지서 갔다가 저녁 때 (실안골에 풀어놓은) 소 찾아 오꾸마.” 이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가 지서에 불려간 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된 맹원이기 때문이었다. 흔히 보련원이라 불렀다. 이승만 정권은 단독정부 수립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

시내버스로 출퇴근하면 알게 되는 것들

저는 요즘 출퇴근을 시내버스로 하고 있습니다. 두어 달 되었는데요.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더군요. 그럼 예전에는 뭘 타고 다녔느냐고요? 택시였습니다. 물론 시외 출장 때는 시외버스나 고속버스, KTX를 이용하지요. 저는 원래 승용차도, 운전면허도 없습니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신문기자가 차도 없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으면 "도로에서 손만 들면 기사 딸린 자가용이 내 앞에 와서 서는데 뭘"이라고 호기롭게 말할 때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택시 앱이 나온 후에는 "손만 들면"이란 표현이 "폰으로 터치만 하면"으로 바뀌었지만요. 제가 언제부터 택시만 타고 다녔는지는 기억도 가물가물한데요. 아마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쪽 해안도로에는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데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는 회사와 거리가 어중..

6. 진주 남강이 만든 그윽한 배후습지의 풍경

-진주 장재늪·서원못·연못 일대 들판 작지만 전형적인 배후습지 진주시 집현면 장흥·월평·신당마을 일대 들판에는 습지가 셋 남아 있다. 장재늪과 서원못 그리고 연못이다. 오래 전부터 여기에서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 붙인 이름들이다. 전부가 벼논인 일대 들판은 생김새가 네모꼴이다. 가로와 세로가 모두 2km 안팎이다. 동쪽에는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남강이 놓여 있다. 서쪽과 북쪽은 야트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 야산과 북쪽 야산 사이에서는 지내천이 비집고 나와 동쪽 남강으로 흘러간다. 남쪽으로는 하촌천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며 그보다 더 남쪽에 있는 들판과 구분지어 준다. 하촌천 일대가 모두 들판인 것은 아니다. 끝머리가 봉긋하게 솟아 있는데 높이가 낮아서 무슨 야산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정도다. 남..

통영, 공부거리 풍성한 핫플레이스

2018 경남도민일보 우리 고장 청소년 역사문화탐방 (5) 통영 놀고 쉬며 옛 발자취 곱씹다 박경리기념관서 작가 삶 반추 사방 시원한 서포루 전망 만끽 동피랑골목 거닐고 그림 그려봐 통영은 청소년 역사문화탐방에서 이른바 '핫 플레이스'다. 올해는 서른 학교 가운데 무려 일곱 군데가 통영을 선택했다. 5월 3일 김해 수남중, 6월 3일과 15일 통영 충렬여고와 마산 경남미용고, 7월 13일 김해중, 8월 18일 고성고가 이미 찾았고 함양여중과 통영 충무고는 11월 8일과 10일 탐방할 예정이다. 널리 알려진 관광지에 초점을 맞춘 경우도 있고 역사와 문화가 풍성한 고장에 초점을 맞춘 경우도 있다. 둘 다 나쁘지 않다. 소풍 나온 기분을 더 내어도 좋고 열심히 찾는 공부 기분을 더 내어도 좋다. 어떤 경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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