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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82

창원시장 후보 일곱 명을 모두 찍은 이유

저는 창원시민입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창원시장 후보는 일곱 사람이었습니다. 박완수 문성현 전수식 김영성 주정우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두 사람. 저는 투표장에서 일곱 사람 모두를 찍었습니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야권단일 후보 하나만 찍을 수 없다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런 선택을, 문성현 후보가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실 제 정체성으로 보자면, 문성현 후보말고 다른 후보를 찍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무효표를 만든 것입니다. 저는 문성현 후보한테 원망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문성현이 박완수랑 아슬아슬하게 당락을 다투고 있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저는 저 혼자 원망을 터는 이벤트를 기획했으며, 그것이 바로 '일곱 후보 모두에게 찍자..

[10문10답]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제 일터인 경남도민일보에서 뉴미디어부 데스크로 '갱블' 운영을 맡고 있는 정성인 기자는 제 옆자리에서 일합니다. 어제 26일 제가 한참 글 쓴다고 헤매고 있는데 정성인 기자가 제게 "갱블 10문10답 다음 주자로 김훤주 기자가 찍혔네." 이랬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래요? 오늘 당장 써야 되나?" 물었습니다. 저랑 같은 공채 1기인 정성인 기자는 "그렇지는 않고, 1주일 안에만 쓰면 돼요." 했습니다. 그러면서 "달그리메가 찍었네" 이랬습니다. 10문에 대해 10답을 쓰려고 달그리메님 블로그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한 번 훑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끄트머리에 이런 표현이 달려 있었습니다. "김훤주 기자님만큼 블로그에다 폭넓은 글쓰기를 하시는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제가 흐뭇해졌..

파비의 이번 글은 정말 짜증스럽다

1. 낙동강 사진 전시하면서 일어난 일 파비가 자기 블로그에 '잡상인 취급받은 지율스님 4대강 사진전 첫날'을 올린 때가 5월 9일입니다. 당시 글을 읽고 댓글로 소감을 남겼습니다. "내용은 좋다 쳐도 분량 좀 줄여라. 읽다가 숨 떨어지겠다. 글 하나에는 내용도 하나만 다루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하고." 그런데 댓글에 대한 파비의 답글을 봤는데 제 얘기를 절반만 소화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정말 한 번 정색하고 얘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은 대목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파비는 답글에서 "앞뒤 정황을 모를까 싶어서 기록 차원에서 끝까지 다 썼"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 얘기는 그것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곁가지로 뻗어나간 손찌검이 대상이었습니다. 2. 쓸데없이 무관한 사람들..

인간은 생태시 영역에 들 수 없는 존재인가

오늘도 당산마루에 순점이 젖가슴 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구나 영농후계자 꿈꾸며 농고를 졸업하던 그해 비닐하우스 한우 사육 열 마지기 농사로 다복하게 살아보자던 순점이 맹세는 보리밭 토주 냄새에 취해 비틀거리고 사람들 마음이 썰렁한 왕산리 밤이 더 없이 적막하구나 세범이도 병달이도 도회로 떠나고 깨꽃같이 젊은 날들을 군대에 보내고 돌아오던 날 반기는 것이라곤 마산으로 간 순점이 소식뿐 수소문을 한들 찾으랴만 찾는다고 한들 농부 아내가 되어주랴만 그날처럼 오늘 밤에도 싱싱한 살냄새와 함께 당산마루 가득 보름달이 떠오르는구나 이제는 고향산천 부모형제 모두 버리고 마산으로 도망하고 싶은 의령댁 큰아들 60년생 달수. ---'달수' 전문(성기각 시집 , 열음사, 1989년) 5월 5일 창녕문인협회가 소벌(우포늪)..

당신은 술에 대해 얼마나 알고계십니까?

술 끊을 사람은 읽지 말아야 할 책 임범 : 1962년생. 이십대엔 술을 많이 마셨고 삼십대엔 폭음했고 사십대에 술을 즐기다가 지금은 애주가가 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만두고 반 백수로 지내면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할 때 내 생각이 그랬다. 술에 담긴 여러 기호들을, 영화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피자.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가 아니라, 취향과 기호의 주관적 세계를 공유하는 온전한 잡문을 쓰자. 그랬는데, 글을 쓰면서 스스로 놀랐다. 그렇게 즐겨 마시던 술에 대해, 이렇게 몰랐다니, 수년간 살을 섞어온 여자의 가족 관계, 혈액형 따위를 모르고 있었던 것과 같은 미안함과 궁금함이 뒤늦게 밀려왔다. 나뿐이 아니었다. 내 주변의 술꾼 대다수가 술에 무지했다." 1장 스피릿, 2..

청소년을 위한 책은 청소년만 읽어야 할까

1. '보이지 않는 손'은 자유 방임의 손일까 영국 출신 애덤 스미스(1723~1790)와 그이가 쓴 책 은 자유 방임 경제학의 시조로 꼽힌다고 들었습니다. 에 나오는 스미스의 글 "개인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게 된다"를, 지금 주류 부르주아경제학에서는 "개인에게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라고 자유방임하면 당연히 사회의 이익도 증진된다"고만 해석하는 것입지요. 이 때문에 사람들은 에서 '보이지 않는 손'만 보고 말지만, 을 쓴 김수행 성공회대학교 석좌 교수는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이라는 용어는 전체에서 오직 한 번 등장한다"고 짚어준답니다. 이를테면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에서 핵심은 전혀 아..

벚나무 껍질은 왜 거무칙칙할까?

창원에는 창원대로나 공단로 따위에 벚나무가 가로수로 심겨 있습니다. 창원 벚나무를 두고 에서 취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2008년 4월 5일 보도가 됐습니다. 제목은요, '창원 벚나무가 유독 검은 까닭은?'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벚나무 껍질이 원래 어두운데다 매연까지 끼여서 더욱 검게 보인다, 매연은 비가 와도 잘 씻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디물이나 깍지벌레 같은 벌레들의 배설물이 들러붙게 하기 때문이다, 등등.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벚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껍질이 검게 변한다. 어릴 때는 옅은 밤색이나 갈색을 띠다가 세월이 오래될수록 검은 색으로 바뀐다." 며칠 전 진해역에 들렀다가 벚나무를 보니 당시 보도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그런 기사가 나간 적이 있지, 그렇다면 벚나무는 왜 갈수록..

홍세화는 틀렸고, 똘레랑스는 나쁘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동안 관용이라 하면 좋기만 한 줄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우리가 그렇게 여기는 사이에, 관용으로 풀 수 있는 것과 관용으로 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안목을, '우리 사회의 관용(똘레랑스=tolerance) 담론'이 후벼파 버렸음을 알았답니다.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관용할 때 혹은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관용할 때, 전자의 집단은 관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용을 베푸는 그들의 위치는 관용을 필요로 하는 후자의 집단에 대한 우월성을 확보해 준다." "관용을 베푸는 이들은 관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면에 관용을 받는 이들은 종종 관용의 능력을 결여한 이들로 간주된다. 관용 담론의 이러한 이분법적 구조는, 권력뿐 아니라 지배와..

내린 눈(雪)과 인간 존재의 공통점

대학 4학년 올라가던 1985년 1월 이런 구절을 담아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시대의 슬픔과 아픔에 몸부림친다면 도중에 쓰러져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그런 주제였습니다만. 하하. "눈의 내림이 아름다운 까닭은, 쓰러질 때와 똑 같은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없음이니…" ("눈의 내림이 '슬픈' 까닭은"이라고 하지 않고 "눈의 내림이 '아름다운' 까닭은"이라고 비틀어 말한 이유는요, 그래야 있는 그대로가 다 드러나는 대신에 생각과 짐작을 할 수 있게 하는 여백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부터 눈이 왔습니다. 눈이 뿌리기 시작할 즈음에 저는 통영에 가 있었습니다. 마산문인협회 이달균 회장을 만나 문학의 활로를 두고 말씀을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습니다. 이제 밤이 깊어지면서 굵어지기 시..

내가 왼손잡이라서 유리했던 점들

저는 제가 왼손잡이라서 오랫동안 서러운 세월을 지내야 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어릴 적부터 받지 않아도 되는 구박을 받았고 어떤 때는 얻어터지기까지 했기 때문입니다. 또 망치질이라든지 이런저런 일을 할 때 왼손으로 하면 오른손잡이 눈에는 낯설고 어슬퍼 보이기 십상이니까, 저를 두고 불안해 하는 그런 눈길을 늘 느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는 제가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고맙게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왼손잡이라서 겪거나 받았던 구박과 폭행, 그리고 불편 따위는 별로 억울하지 않아졌습니다. ☞관련 글 : 커피 잔이 일깨운 왼손잡이의 추억 이런 소중한 말을 해 준 사람이 계십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겪게 마련이고, 그 어려움이나 괴로움에 꺾이지 않고 잘 견디어 내면 그것이 사람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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