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자까지 등쳐먹는 비열한 <시인세계>
제가 지난 3월 10일에 ‘권력’이 되고픈 문학잡지 <시인세계>(http://2kim.idomin.com/772)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시인세계>라는 계간지가 뭐 ‘2000년대의 주목받는 젊은 시인들’이라는 기획으로 시인들 등수를 매겨 죽 줄을 세웠다는 내용입니다.(몇몇 신문에서 이를 크게 다루기도 했지요.)
점수 매기는 데 평론가 34명과 시인 56명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에는 <시인세계> 발행인을 비롯해 편집위원 세 명 모두 들어 있었습니다. 이러니 어찌 공정하다 하겠으며 더 나아가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본질상 이런 성적 매기기가 어찌 가당하다 하겠느냐, 썼습니다.
그이들은 자기네 매긴 서열이 보편타당하다고 여기는 듯한 낯간지러운 말을 하면서도, 시인 56명과 평론가 34명을 무엇을 기준 삼아 어떻게 뽑았는지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 56명과 34명에게만 물었는지, 더 많은 이들에게 물었는지 여부 따위 말입니다.
저는 그 글에서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의 표현에 등수를 매길 수 있다는 물신 숭배가 두렵고, (제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1등에서 20등까지 52표에서 3표까지 어설프게 등수를 공개하는 ‘생쇼’도 이번에 난생 처음 봤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평론가 한 분께서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제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없고, 응당 책임져야 할 부분이 크지만, 한 마디 변명이라도 하고프다 하셨습니다.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문제의 '시인세계' 2009년 봄호.
그러므로 <시인세계>는 앞에 평론가 표현처럼, 문단의 동업자들을 자기 입맛대로 ‘활용’한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그렇지만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기네 ‘문학권력’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삼아 2000년대 등단한 시인들을 줄 세우기 위해 순진한 시인과 평론가들을 등쳐먹고 ‘악용’했다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답글을 달았습니다. “그러셨다면 미안하게 됐습니다. <시인세계>가 이런 발표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준비를 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이런 조사를 하는데, 이것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된다는 정도는 미리 말해줬으리라 짐작을 했는데, 제가 잘못 알았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알지 못한 채로 활용당하셨다니, 다시 사과 말씀 올립니다.”
그런 다음에 저는 “<시인세계>의 무모함에는 정말 다른 할 말이 별로 생각나지 않습니다만…….”이라고 덧붙였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여기에 더해 제가 쓴 글도 일부 고쳐야겠다 싶습니다. 그 때는 투표를 시킨 <시인세계>나 투표에 참여한 시인과 평론가들이 한 통속으로 보고 이리 썼거든요.
“(버릇처럼 어렵게 쓰는) 평론가들 지리멸렬한 글을 읽지 않은 지는 벌써 오래 됐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저는 한편으로 안타깝고 또 아깝지만, <시인세계>는 물론이고 이번 등수 매기기에 기계로 동원된 시인 56명도 당분간은 보지 않을 작정입니다.”
바꿔본 글입니다. 시인과 평론가들이 <시인세계>에게 속은 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어렵게 쓰지는 않는 평론가의 글이라면 앞으로 읽도록 노력하겠고요, 이번 등수 매기기에 악용된 시인들의 시 또한 열심히 보려고 애쓰겠습니다만, <시인세계> 잡지만큼은 제가 좋은 생각으로는 절대 책장을 넘기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평론가와 시인 90명 가운데에도 <시인세계>와 똑같이 취급해야 할 이가 몇몇 있습니다. 시인 김종해 김중식과 평론가 정효구입니다. <시인세계> 편집위원이면서 투표에도 참여했습니다. 다른 동업자들을 등쳐먹은 장본인입니다. 비열한 의도를 숨기고 시치미를 뚝 떼었던, 권력욕의 화신이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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