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사람들은 왜 황사를 나쁘게만 볼까?

김훤주 2009. 3. 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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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6일부터 17일 오늘까지, 황사가 덮친다고 합니다. 황사는 올해도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뒤덮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문 방송을 보면 온통 좋지 않은 얘기만 흘러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여태 지나온 나날 전체를 되짚어 봐도 황사 좋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연, 뒤집어보는 재미>라는 책을 보면, 황사가 끼치는 좋은 영향들이 나옵니다. 부제가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자연 생태 이야기’라고 돼 있습니다. 그것도 세 가지씩이나 됩니다. 상식 또는 편견이 가뭇없이 깨지는 충격이 꽤나 상큼합니다.


174쪽에서 시작하는 ‘한 발 빗겨서는 여유……황사 유감’입니다. 단락 구분은 읽기 좋으시라고 제가 임의로 좀 했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웃 나라 중국과 몽골에서는 세상 둘도 없을 환경재앙이자 대자연의 무서운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황사는 우리가 몰랐던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연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지는 황사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도 중국이나 몽골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연이 만든 최악의 환경문제로만 보고 있다.”


1. 황사의 좋은 점들
179쪽으로 넘어갑니다. “첫째 토질 개선이다. 우리 국토는 노년기 지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표토층의 발달이 미약한데다 이러한 토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산성화의 길을 걷고 있는데, 이런 토양을 다량의 알칼리성 광물질을 함유한 황사가 알게 모르게 중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전 국토를 균일하게 말이다.”


여기서 글쓴이는 대한민국 면적을 9만9373㎢ = 993억7300만㎡가 된다고 설정합니다. 그런 다음 1㎡당 황사를 뿌리는 비용이 1원이면 993억7300만원, 10원이면 9937억3000만원, 100원이라면 9조9370억원이 된다면서 황사 좋은 효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180쪽에는 ‘둘째 황사 입자에 의한 대기 중 먼지 입자의 제거 기능’이 있습니다. “황사가 지나간 다음날 하늘이 얼마나 맑아졌는지, 그리고 기온이 얼마나 급격히 떨어졌는지를 잘 기억하거나 경험했을 것이다. 대기 중의 크고작은 먼지들과 수증기들을 정전기를 띤 황사 입자들이 표면에 흡착시켜 지표면으로 끌고 내려왔기 때문인데, 바로 이때 일시적으로 대기의 온도가 하강하고 하늘이 맑게 되는 것이다.”


181쪽에는 다른 좋은 점도 나옵니다. “바다 적조 예방 기능이다. 적조가 발생한 해수면에 황토를 뿌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원인 미생물이 황사 입자들에 흡착되어 부동화(움직이고 살아가는 활동을 못하게 함)되거나 수면 아래 깊은 데로 끌려가 결국 사멸되기 때문이다. 담수의 녹조현상 억제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데, 황사현상으로 얻어지는 수질개선 및 관련 효과들은 연간 수천 억 원의 경제적 가치와 맞먹는다고 한다.”


2. 황사 나쁜 점도 원인은 결국 인간
이어지는 182쪽에서는 우리에게 황사의 나쁜 점이라고 익히 알려진 것들이, 사실은 황사가 아니라 우리 인간 자신에게 그 원인이 있다는 얘기를 해 주고 있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비생물적 요소인 몇 가지 중금속과, 구제역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생물화학적 요소인 병원성 바이러스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이 아닌 데다가 그 근원지조차 불명확하지만, 중금속은 대부분 발생 원인을 알 수 있는, 산업화의 인위적인 부산물로 탄생되어 공기 중으로 비산한 것이 많다.”


말하자면, “이 같은 물질들은 황사가 오기 이전에 이미 중국을 포함한 우리가 스스로 대기 중에 날려 보냈던 것이고, 황사는 그것을 다시 우리에게 보란 듯이 되돌려 주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한꺼번에 대량으로 말이다.”입니다.


“공기 중으로 비산하면 어디로 갈지 모를 유해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함부로 방치함으로써 버리다시피 한 우리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마치 황사 자체가 중금속과 환경 문제를 끌고 다니는 것처럼 판단하거나 보도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현상에 대한 충분한 시각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했습니다.


글쓴이는 이리 적기도 했습니다. “황사현상의 경제적 부가 효과는 부작용처럼 발생되는 호흡기나 안과 질환, 정밀기기 손상으로 발생한 치료 및 처리 비용의 수십 내지 수백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쉽게도 이를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3. 사람들이 황사를 나쁘게만 보는 까닭은?

경남도민일보 사진.

저는 이로써 황사에 좋은 점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이런 지식의 생산과 유통이 이리 뒤틀리는 까닭이 무엇일까도 가만 생각해 봤습니다. 어떤 사회 세력의 개입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지배집단이 일부러 비틀었을 개연성도 없어 보였습니다.


가치관의 차이랄까, 아니면 섬세하게 살펴보는 능력이 차이랄까가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고, 어쩌면 우리 인간의 본성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자신이 당하면 크게 느끼고,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가 겪는 것은 작게 여기는 그런 본성 말입니다.

황사 피해는 개개인에게 실감이 다 나지만 황사 이득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보기를 들자면, 시야가 흐리다든지 목이 칼칼하다든지 나아가 호흡기나 안과 계통 질환을 앓는다든지, 또는 쓰던 기계 따위가 고장이 나거나 뻑뻑해진다든지 하는 피해는 구체적이고 또 바로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계산도 손쉽게 됩니다.


하지만, 토질 개선이나 먼지 제거나 적조 예방 따위란 개인 하나하나에게는 아무 의미도 보람도 없고 따라서 전혀 무관한 사건일 뿐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구체적으로 실감나게 이득을 얻는 개인이나 집단 또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황사 피해만 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참 엉뚱하지요? 그렇지만, 누구든 사람 마음을 얻으려는 이라면 이런 고민을 꾸준히 진지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단지 옳다는 이유만으로는 사람들이 호응해주지 않거든요.



이것은 사족(蛇足)입니다만, 물론 이 책에도 틀린 구석은 있습니다. 40쪽에서 대나무(라기보다는 대나무에 대한 우리 관념)를 뒤집어 다루면서 ‘쑥대밭’을 ‘쑥밭+대밭’이라는 식으로 적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사소한 잘못이지요.


글쓴이는 아마 생태 쪽을 전공하는 바람에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문학 쪽은 별로 살피지 못했나 봅니다. 아마 ‘쑥대머리’를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그이가 한 것입니다. 판소리 춘향가 한 대목, 춘향이 옥에서 큰 칼 쓰고 이몽룡이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입지요.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 옥방 홀로 앉아” 이리 나가지요. 쑥대머리는 한자말로 봉두난발(蓬頭亂髮)이라 합니다. ‘쑥대처럼 헙수룩하게 마구 흐트러진 머리털’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쑥대’는 (쑥+대가 아니고) 쑥의 줄기를 말합니다.


이런 잘못이 있어도, <자연, 뒤집어보는 재미-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자연 생태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고 보탬이 되는 책입니다. 사람들 고개 넘으며 하나씩 던져 쌓인 돌탑을 두고 생명이 깃든 생태 보고라며, 뒤집어 보기뿐 아니라 꿰뚫어 보기까지 한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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