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48분, 제 손전화로 문자가 왔습니다.(띄어쓰기와 마침표 찍기는 제가 임의로 했습니다.) “<언론 장악..> DJ.노무현 대통령 되니까 임기 남은 사장 물러나던데, 왜 정연주는 갖은 추태 보이나요? 독자”
KBS 문자가 내게 왜 들어오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넘겨버리려다가, 밑에 찍혀 있는 전화번호가 낯이 익어서, 전에 들어와 있던 문자들을 뒤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제보> 마산 미국산 쇠고기 직판장에는 2.30십대 여성 등 구매자가 북적. 나도 꽃갈비살 등 6만원치 구입-독자-” 8월 2일 오후 5시 2분이었습니다.
그랬구나, 그 때 “마니 드세요.”라고 답문자를 보냈었지……. 뒤로 조금 더 가 봤습니다. 같은 전화번호에서 보낸 문자가 전에도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6월 27일 오전 10시 39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많이 깁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국은 동물 검역에 관한 국제 기준을 정하는 국제 수역 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획득했지만, 한국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므로 미국산 쇠고기는 OIE로부터 판정을 받은 2등급 쇠고기라면, 한우는 OIE에 광우병 등급 판정 신청조차 아직 접수시키지 못하고 있으므로, 한우는 미국산 쇠고기보다 1등급 낮은 3등급 쇠고기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될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영국에서 소광우병이 발생한 후, 영국으로부터 육골분(사료)를 수입한 일본에서도 광우병이 발생하였습니다. 일본이 영국으로부터 육골분을 수입한 같은 시기에, 영국으로부터 육골분을 수입한 한국에서는.. 그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한국에서는 영국에서 수입한 육골분을 모두 소에게 사료로 먹이지 않고 귀신에게만 먹였을까요? 아니면 퇴비로 사용할려고 수입했을까요?
육골분 수입 경로를 추적해 들어가면→ 어떤 경로로→ 어느 목장→ 어느 소에게→ 그 육골분을 사료로 먹였고→ 그 목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 결과와 파장이 무섭고 두려워서 한국은, OIE에 광우병 등급 판정 신청서조차 아직 접수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보도를 보면서 한 마리 돼지가 꿀꿀거리면 따라서 꿀꿀거리던 돼지 무리들의 모습이 떠올려졌어요. 질좋은 쇠고기를 값싸게 먹지 않겠다고 시위하는 사람들.. 저는 소득면에서 중산층을넘어서 상위 20% 내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부끄럽게도 한우는 비싸서 1년에 한 번도 사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봉10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겠지만 1년에 100만을 더 저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합리적인 소비 방법을 택하는 것이 버는 것 못지 않게 더 현명하다고 봅니다.
저는, 신문을 나의 멘토. 나의 스승으로 생각하고, 구독하는 신문 6부를 하루에 3~4시간 이상 읽고 있습니다. 신문도 하나의 상품이고.. 상품에는 쇠고기처럼 품질이 있으므로, 품질이 높은 명품 신문은 1부를 읽는데 1시간 이상 꼼꼼하게 읽는 반면에, 구독 신문 6부 중에서 경남도민일보는 맨나중에 읽으면서도 10분이 안 걸립니다.
재능(기술)도 없으면서, 얼굴도 못생긴 여자가, 성질마져 더럽다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을까요? 반정부.친북.극좌파.급진보적인 논조를 벗어나 정론을 펼치면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나라 발전에 이바지하고, 구독자들에게 사랑받는다면.. 더 많은 구독자들이 생길 테고→ 그런 신문이라면 광고를 하고자 광고가 넘쳐날 거고→그런 신문이라면 나날이 더 발전하지 않을까요? 경남도민일보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경남도민일보 독자 올림(올림은, 드림보다 더 높임말임)-”
보신 바대로, 아주 긴 글이었습니다. 내용만 두고 보면, 특히 돼지가 꿀꿀거리면, 얼굴도 못 생긴 여자가, 운운하는 대목에서는 구역질이 바로 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렇듯 적어주신 성의가 고마웠습니다. 아마 그래서 대충 이런 내용으로 곧바로 답문자를 보냈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를 테고 아마도 선생님처럼 생각하시는 수도 있겠네요.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그랬더니 곧바로 문자가 또 들어왔습니다. 마찬가지 조금은 길었습니다. 오전 11시 27분이었습니다.
앞엣글은 제목이 ‘선진국과 3류 국가’였는데 이번 글은 ‘명품 신문, 3류 신문’이 제목이었습니다. “^^부러움을 받는 일류 선진국가의 국민이 되느냐 아니면 북한과 같이 기아로 국민이 죽어가는 3류 국가가 되느냐. 1등 명품 신문을 만드느냐 아니면 이름만 신문이지 내용은 3류 신문으로 언제까지 남을 것이냐. 그것은 남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 속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좋게 또는 나쁘게 작용하여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그저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신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전에도 이런 문자나 편지를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라 말씀드리자면, 문자를 보낸 이와 저는, 더불어 얘기를 나누고 생각까지 주고받기에는 서로가 너무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방식대로 한 마디 질러드렸습니다. 아마 이런 내용이었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맞장구를 쳐드리니까 재미가 있으신가요? 서로 생각이 많이 다르구나 그리 여기고 사시기 바랍니다.”
대충 헤아려 보니까 아마 이 분은 저희 노조 지부가 벌이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펼침막 보내기 운동이 못마땅했나 봅니다. 당시 우리 지부가 단가가 4000원이던 이 펼침막 4800장을 전국 각지 여러분에게 나눠드렸거든요.
그러고는 잊고 말았는데, 처음 말씀드린 그런 문자가 그저께 또 온 것입니다. 조금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를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끈적끈적한 눈길도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마치 더러운 물건을 떨쳐내려는 듯, 곱지 않은 글자를 찍어 답장을 보냈습니다. “개 눈에는 개밖에 안 보이고, 추잡한 사람 눈에는 모든 것이 추태로만 보이나 보죠?”
바로 또 다시 문자가 오더군요. “ㅎㅎ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런 건가요? 디제이.노무현 대통령 되니 임기 남기고 나가던데요.”
(노무현 김대중을 꿈에서조차 지지한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것만으로도 억울했습니다만) 저는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이로서는 뜬금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부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처님으로 보이는 법, 마음의 눈을 뜨세요.” 그러고 나서 아직까지는, 일단 아무 문자도 없습니다.
가장 오른쪽에 제가 앉아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이명박 정부는 신문법을 개정해 신문방송 교차 소유를 허용하고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업의 방송 진입 기준선을 자산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높이려 합니다. 대기업과 조선·중앙·동아일보에 MBC와 KBS 2 방송을 팔아먹겠다는 겁니다. 여론은 조중동이 독점하며 언론은 상업화와 서울 중심주의로 치닫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매체가 사라지고(지역 소식도 덩달아 사라지고), 따라서 지역 문화와 민주주의도 사라집니다.”
연결이 이런 식으로 됐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겁이 났습니다. 당장 무슨 위해가 주어질 리는 없겠지만, 그리고 기껏해야 문자 정도만 받을 뿐이기는 하지만, 제가 무슨 발언이나 행동을 할 때마다 그것을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눈여겨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꺼림칙해졌습니다.
다음에 이런 또 문자가 올까요? 더 심한 다른 무엇이 오지는 않을까요? 그러면 그 때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일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신경은 ‘억수로’ 쓰이네요.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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