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그러면, 보행 가능한 차도도 있다는 말?

김훤주 2008. 8. 1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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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 있는 한 자동차 전용도로에 서 있는 표지판입니다. ‘보행자.차도보행금지’라 적혀 있습니다. 물론, ‘자동차 전용도로’라는 표지판은 정작 붙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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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다니다 보니 지금은 좀 익숙해졌지만 처음에는 이 표지판이 아주 낯이 설었습니다. 보시기에 어째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시지 않습니까?

차도 보행 금지는, 차도(=찻길)로 걸어 다니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자동차 전용도로뿐 아니라 찻길이라면 하나 빠짐없이 모조리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아울러, 이 표지판 있는 데가 ‘보행 금지된 차도’라면 다른 어딘가에는 ‘보행 가능한 차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사람이 걸어 다녀도 되는 차도는 세상에 없습니다.

이토록 멋없게 시뻘겋게 칠갑을 하고 있어서 흉물스럽기도 한데다가 있으나마나 한 표지판을 이제는 그만 좀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표지판이 우리말글을 학대하는 본보기일 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차도를 ‘걸어 다니지’ 말라.” 아닙니까? 앞에 나오는 ‘보행자’는, 쓸데없는 겹말이기만 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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