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먹고 산다. 소비자가 기업을 믿지 못할 일이 생기면 더 이상 그 기업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쉽게 깨버리고, 거기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커녕 거짓말까지 밥먹듯 한다면, 과연 그 기업을 신뢰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 그런 어이없는 기업을 봤다. 지난번에도 이 블로그를 통해 한 번 지적한 바 있는 베트남쌀국수 전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포베이(http://www.phobay.com/) 이야기다. (참고 : 이벤트 약속 날짜 지키지 않는 기업 : http://2kim.idomin.com/360 )
포베이가 배부한 이벤트 전단.
이 업체는 7월 19일까지 '전국 포베이 매장에서 먹는 순간을 재미있게 찍고 사진과 함께 사연(가맹점 표기)을 포베이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100명을 선발해 홍콩 2박3일 여행권을 준다'는 이벤트를 했다. 그러면 7월 23일(수) 포베이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를 발표한다고 약속했다. 홍콩 출정일자는 8월 중이라는 공지도 있었다.
나는 가족과 함께 포베이 마산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이벤트 전단을 봤다. 사실 나는 8월에 치러야 할 프로젝트가 2개나 있어 선정된다 하더라도 홍콩까지 가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홍콩 2박3일 여행권이라는 경품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인데다, 무려 100명을 뽑는다는 공지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평소 맛집 포스팅을 종종해오던대로 15장의 사진과 함께 포베이 마산점 이용기를 써서 메일로 보냈다.
포베이 홈페이지.
나뿐만 아니라 이벤트에 응모했던 다른 분들도 전화로 문의해본 분이 많은 것 같았다. 이는 지난 포스트(http://2kim.idomin.com/360)에 붙은 댓글들로 알 수 있다. 또한 전화한 고객들에게 포베이측이 말한 내용도 내가 들은 것과 똑 같았다. 응모자가 너무 많아 심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걸 하나하나 읽고 보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도 했다.
그래도 고객에게 약속한 날짜가 지나면, 그런 사정을 홈페이지에 올려 안내는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곧 발표할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그로부터 또 일주일이 지났다. 발표는커녕 역시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다시 전화를 해봤다. 그랬더니 이번엔 "선정된 분들에게 이미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렸다"고 한다. 황당했다.
또 일주일이 지났다. 오늘(19일) 마침내 포베이 홈페이지에 홍콩 이벤트에 대한 두 개의 공지글이 떴다. 내용은 더 황당했다. 고객들이 전화를 걸었을 땐 하나같이 "응모자가 너무 많아 심사에 시간이 걸린다"고 했던 기업이, 이번엔 정반대의 공지를 올렸던 것이다. 한 번 읽어보자.


이 업체는 당초 약속한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선정자를 발표하지 않는데 대해 이렇게 공지했다. "당첨자 접수 명단 이메일은 사생활 침해 및 상업적 악용 방지를 위하여 사이트 공지하지 않음."
그런데, 이 업체에서 시행한 다른 이벤트의 경우 같은 공지게시판에 위의 사진과 같이 버젓이 당첨자 명단과 번호를 게시해놓고 있다. 사실 다른 업체들도 이메일을 다 공개하진 않지만, 아이디의 알파벳 두어개를 *표로 처리해 공개하는 게 관례다. 그래야 이벤트가 제대로 진행되긴 했는지, 기업이 사기친 게 아닌지를 고객들이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포베이가 진행한 홍콩 원정 이벤트는 고객의 신뢰를 완전히 저버린 것이다. 정성들여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자신의 개인 신상정보까지 포함해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들의 배신감과 모욕감은 어찌할 것인가.
신뢰란 오랜 세월에 걸쳐 과오가 없어야 생기는 것이다. 그만큼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포베이에게 완전히 사기당한 기분이고, 우롱당한 기분이다. 적어도 나는 죽을 때까지 포베이란 베트남쌀국수 식당은 찾지 않을 것이고, 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락을 싸서 따라다니면서까지 말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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