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좀 뜸하지만, 그래도 저는 딸이랑 함께 주말농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 주일 또는 두 주일에 한 번 정도 맨땅에 맨살을 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울러 돌보는 시금치 정구지 오이 토마토 고추 열무 따위를 매만지는 즐거움도 있고요, 이번 사진처럼 여기 창원시 동읍 판신마을 아닌 도시에서는 좀처럼 눈에 담기 어려운 것들을 보는 기쁨도 있습니다.
나귀입니다. 중2 딸 현지가 찍었습니다. 말이나 소도 마찬가지지만, 나귀들도 조금 표정이 슬퍼 보입니다. 다들 눈이 커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말농장의 악질 지주를 자처하시는 김순재라는 이가 지난해 당나귀 펀드를 주창한 바 있습니다. 주남저수지에서 관광상품으로 당나귀 수레 투어를 추진하자는 요지입니다.
이런 제안을 한 다음 뜻있는 이를 모셔서 제가 알기로는 네 마리를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나귀들이 어린 손님들을 싣고 다닐 수레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얼마나 실행이 됐는지는 제가 관심이 없어서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굿간 옆에 수레도 있었지만, 딸과 제가 모두 찍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찍은 사진이 없습니다.
둘 다 어린 나귀입니다. 아무래도 오른쪽 녀석이 더 어려 보입니다. 눈망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어서인지 생기가 납니다.
그러나 이런 생기에는 왜인지 모르게 촉촉한 눈물 같은 무엇이 느껴집니다. 다음에 나오는 사진도 그렇습니다. 독사진이라 더한 것 같습니다. 눈과 입이 슬퍼 보입니다.
아래는 또다른 녀석입니다. 털이 메말라 있습니다. 이 녀석은 표정이 드러나 있지 않아서 저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돌아나오는 길에는, 백로가 자동차를 타고 가는 우리 딸 눈에 띄었습니다. 한 20m 정도 떨어진 백로가 앉아 있는 데까지 자동차로 살그머니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백로는 그러나 곧바로 날개짓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딸은 아쉬운 소리를 내지르면서 연거푸 사진을 찍었습니다. 두 장을 건졌습니다.
백로가 날아가는 왼쪽에 있는 떨기나무 이파리들의 초록과, 오른쪽 가중나무의 새로 올라온 순이, 어느 철인지 일러주고 있습니다. 5월 25일에 우리 부녀 눈에 담겼던 풍경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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