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오후 1시 6분입니다. 같은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습니다. “정연주 기소! 진퇴가 분명해야 진짜 남자. 기소될 처지면서 온갖 추태 다 부리고. 충고했는데. 이럴 줄 알았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이런 문자가 왔기에 어떡할까 조금 망설였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는, 그냥 즐기기로 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먼저 썼던 글은 이런 건 스토킹 아닌가요?(http://2kim.idomin.com/379)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답문자를 보냈습니다. 오후 2시 14분입니다. “선생님(상대방을 이르는 말)께서는 아무 잘못 없는데도 검찰이 구속했다 칩시다. 그래서 정당하게 저항했을 때도 추태라 하실 텐가요. 이는 확정 판결 이전에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나지요. 물론 이것이 바로 검찰이 노리는 바이기는 하지만요.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는데도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어리석음…….”
다시 온 문자 : “정연주. 그는 노무현 정권의 애완견이었다.. 보다 유치하고 치졸하다. 19일 중앙일보 송호근(서울대 교수)”
제가 보낸 답 문자 : “선생님은, 시키지 않아도 잘도 움직이는, 자동 로봇이다!” 이어서 곧바로 “중앙일보 서울대 딸랑이지요. 자기 머리로는 아무 생각도 할 줄 모르시지요.”
다시 온 문자 : “정연주. 남의 병역기피는 혹독하게 비판. 정작 자신과 두 아들 병역 면제는 철저히 감춰 -19일 조선일보”
제가 보낸 답 문자 : “이미 다 알려진 일. 부관참시를 하시려나요? 먼저 본인 신분이나 제대로 나타내 보이시지요!”
다시 온 문자 : “남의 눈 티끌은 보면서도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사람들.. 좀 합리적인 사고를 바랄 뿐 -독자-”
제가 보낸 답 문자 : “합리적 사고는 이 문자 보내신 분께 다 필요할 듯. 이렇게 자신을 숨기고 관련 없는 이에게 문자질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하시는지.”
대충 파악이 됩니다. 제게 끈질기게 보낸 문자의 내용을 통틀어 볼 때, 이 분은 남성우월주의자입니다. 경쟁지상주의자입니다. 약육강식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언제나 힘센 이에게 붙는 기회주의자입니다. 기회주의자 속성 가운데는 자기 본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나 보일까봐 두려워하고 숨기는 측면도 포함이 됩니다.
저는 차라리 이런 사람이 좋습니다. 2005년 1월에 받은 편지입니다. 네 번째 단식을 하던 지율 스님이 단식 70일째를 맞은 시점에서 신변 정리에 들어갔다는 기사를 쓴 직후였습니다.
이 이는 본인 이름과 주소를 당당히 밝히셨습니다. 내용은 그야말로 황당무계했지만 말입니다. 이이는 다짜고짜로 “너 임마 땡중한테 얼마 받아 처먹었어”, 따졌습니다.
그러고는 참으로 우스꽝스럽게, “고속철은 천성산을 ‘간통’해서 지나가야 해. 개 썅.”이라고도 했습니다.(따옴표는 제가 제 뜻대로 했습니다.)
말이 되든 되지 않든, 저는 스스로가 떳떳하다면 이처럼 자기를 드러내는 편이 좋고 또 그것이 논리적으로도 합당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이 이처럼 드러내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그렇게 하면 어쨌든 비겁하다는 소리는 들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오후 2시 29분 제가 마지막 답 문자를 보내고 나서 30분이 지났습니다. 아직 문자를 보내오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보내지 않을까요, 아니고 얼마 안가 또 문자가 들어올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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