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에서 안전성은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아무리 빠르고 또 비용이 적게 들어도 사고가 나거나 사람이 다치거나 하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창원도시철도 관련한 시민운동(물론 전체는 아니고 일부)을 보면 둘 다를 보지 못하고(또는 안하고) 하나만 볼 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물론, 이런 제 견해가 맞지 않다면 언제든 곧바로 물릴 의향은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여기는 까닭은 지금 창원시를 상대로 도시철도 관련 시민운동을 하는 주력 단체 또는 지도자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19일 월요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한 번 짚어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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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훤주 기자 : 창원도시철도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누고자 합니다. 도시철도는 사업비도 엄청나고 특히 서민들 교통환경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지역 주민 모두가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입니다.
1. 노면 전차가 더 합당하다고는 하는데
서 : 그동안 신문이나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는 했지만 중요하게 다뤄진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대체적인 내용이 어떤지부터 말씀해 주시지요.
스페인에서 운행되고 있는 노면 전차. 경남도민일보 사진.
김 : 창원시 도시철도는 기본계획에 따르면 노면 전차 형태입니다. 자동차도로에 그냥 레일만 깔고 다니는 식입니다. 노선은 마산 가포에서 창원을 거쳐 진해구청까지 이르는 33.88km입니다.
국비 60% 도비 20% 시비 20% 해서 모두 6468억원이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올해 타당성 용역이 끝나면 기본설계와 실시 설계를 잇달아 한 다음 2015년 착공해 2020년 완공할 계획입니다.
서 : 창원시와 시민단체가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세부 내역을 검증하기로 했는데요,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앞으로 더욱더 커질 기미도 있는데요, 수요 예측이 지나친지 여부, 어떤 차량시스템이 적합한지 등등 쟁점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김 : 노면 전차 방식을 트램이라고 하는데, 차량 위에 전선을 붙이지 않으면 무가선 트램이라 합니다. 이와 달리 바이모달이 있는데, 때에 따라 버스처럼 운행할 수도 있고 기차처럼 운행할 수도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창원시에서는 둘 다 검토는 하지만 일단은 노면 전차, 즉 트램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서 : 시작도 전에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요? 까닭은 무엇일까요?
김 : 첫째는 트램으로 하면 전체 사업비 가운데 60%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지만 바이모달은 철도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일부 구간은 50%, 또다른 일부 구간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수송 능력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창원도시철도의 하루 탑승 인원이 2021년 기준으로 10만 7000명인데, 바이모달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에서 운행되고 있는 바이모달. 경남도민일보 사진.
서 : 그렇다면 정확한 내용은 따져봐야겠지만 처음부터 바이모달을 상정하지 않고 배제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국비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서.
김 : 그런 측면이 큽니다. 전체 예산 6468억원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이 60%이므로 따져보면 거의 4000억원 가까이 되는데, 공무원으로서는 이게 크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100만명 이상 도시라면 버스로는 교통 수요를 해결할 수 없고 따라서 철도교통수단을 기본축으로 교통망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합니다.
2. 수요예측 적정성, 차량 시스템 적합성, 사업비 증가 같은 쟁점도
서 : 쟁점을 한 번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특히 시민단체 쪽에서는 수요 예측 뻥튀기, 노면 전차 트램 차량 시스템의 적합성, 사업비 증가, 또 다른 교통 혼란 유발, 시내버스와 택시 경영난·고용난 여부 등을 제기해 왔습니다.
가까운 김해의 경전철처럼 해마다 700억원 가량 되는 주민 혈세를 낭비해야 하지는 않나 하는 걱정이 꽤 많은 것 같아서요.
김 : 물론 수요 예측이 잘못돼 그렇게 될 개연성도 있습니다.(그런데 김해경전철은 민간사업자에게 최소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지만 창원도시철도는 자체 사업이라 그런 부담은 없습니다.) 창원시는 엄정한 기준이 적용됐다지만, 타당성 용역에서 나온 하루 11만7630명 승차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이를테면 148만명 광주의 도시철도 승객이 4만8000명, 153만 대전도 9만6000명, 51만 김해는 3만3000명밖에 되지 않는 등 전국 15개 도시철도 가운데 수요 예측 대비 이용율이 50% 넘는 데는 서울지하철 8호선뿐이며 30% 미만도 11곳이나 된다는 것입니다.
도시철도가 들어서면 교통혼잡이 예상되는 불종거리 일대. 경남도민일보 사진.
서 : 지난 7월 24일 도시철도 건설 예정 구간을 창원도시철도타당성검증시민대책위가 버스 투어를 했어요. 여기서 집중 제기된 문제가 향후 사업비 증가 부분이라고 하던데요.
김 : 도시철도 건설 예정 구간에 불종거리 어시장 등 도로가 좁은 구간이 있는데 그런데도 도시철도를 놓으면 교통혼잡이 불보듯 뻔하고 결국 상가와 건물을 사들여 길을 넓힐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사업비가 1조원을 훌쩍 넘어간다는 얘기입니다.
서 : 노면 전차와 바이모달 가운데 어떤 차량을 쓸지에 대해서도 창원시와 시민대책위가 의견이 다르다고 했는데,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주시죠.
김 : 노면 전차 무가선 트램은 건설비가 256명 탑승 기준에 km당 226억원으로 비싸지만 수송 수요, 미관, 기술 등은 뛰어납니다. 반면 바이모달은 93명 탑승 기준에 km당 70억원으로 건설비가 쌉니다.
시민대책위는 수요 예측도 잘못된 마당에 바이모달이면 충분하고 또 경제적이라 하고 창원시는 국비가 주어지므로 크게 문제가 없고 오히려 종합적으로 볼 때 노면 전차가 낫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3. 수요예측 맞는지와 어느 차량이 좋은지는 따로 떼어 논해야
서 : 어쩌면 양쪽 모두 나름 타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떤지요?
김 : 수요 예측이 맞는지 여부와 어떤 차량이 좋은지 여부를 한데 섞어 이야기하면 옳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요 예측이 맞는지 여부를 먼저 따지고, 그렇게 해서 맞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두고두고 애물단지가 될 테니까 그냥 접어야 됩니다.
그런 다음에, 만약 수요 예측이 도시철도를 해도 될 정도라고 나오면, 그 때 가서 어떤 차량 시스템을 쓸는지 검토하고 거기서 더 합당하게 결론이 나는 쪽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시 도시철도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시민단체 대표들. 경남도민일보.
서 : 그렇군요. 할지 말지 자체를 결정하는 문제랑 이것으로 할지 저것으로 할지 정하는 문제가 같이 뒤섞여 있었군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갈피를 잡기 어렵겠죠?
김 : 그래서 창원시와 시민대책위가 엉뚱한 오해를 사는 측면도 있습니다. 노면 전차는 현대로템에서 생산하고, 바이모달은 한국화이바가 생산하거든요. 마치 창원시와 시민대책위가 이 두 업체를 각각 대변하는 듯이 비치는 측면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4. 한국화이바 바이모달에 문제 생겨도 언급 않은 시민단체
게다가 시민단체 쪽은 한국화이바가 만들어 세종시에서 시범운행하고 있는 바이모달에 문제가 생겨 운행이 중단됐다는 사실을 여태 말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손 : 그런가요?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을 리는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 : 글쎄요. 저도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서울쪽 신문 통신에서는 적어도 올 1월부터 관련 보도를 냈는데요, 그러니까 몰랐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몰랐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꾸중을 들어야 마땅한 일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올해 초 시범운영에 투입된 두 대 가운데 한 대는 고장난 엔진을 수리하고 있고 다른 한 대는 성능 인증을 위해 빠졌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또 3월에는 냉각계 고장으로 눈쌓인 10도 비탈길을 오르지 못해 운행을 중단해야 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그래서 다섯 달 시범운행만 하고 올 3월 세종시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서 : 그렇게 안전성 또는 기술성에 결함이 있다면 작은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진실버스 투어를 하면서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설명하는 시민단체 대표급 인사.
5. 버스업자 택시업자 걱정 대신해 주는 시민단체
김 : 아울러 저는 도시철도 건설에서 주민 편의가 핵심 쟁점으로 꼽히지 않는 현실이 이상합니다. 시민단체들이 왜 버스 업자 택시 업자 걱정을 대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주민 편의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 주민 편의가 증진되느냐 아니냐, 증진된다면 얼마나 증진되느냐 이런 논의가 되지 않고, 오히려 버스·택시업자 손해 보전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 저는 엉뚱합니다.
국책 사업으로 영업 환경이 크게 변화됐다 해도 그에 적응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은 해당 업체 또는 업자의 몫이지 손해를 배상할 일은 아니라는 판결을 법원도 내렸을 정도거든요. 거가대교 건설 관련해 해운업체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습니다. 업체가 패소했지요.
서 : 그렇죠. 주민 편에 서서 본다면 버스·택시업자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 사업이 주민들을 얼마나 편하고 좋게 해주느냐가 돼야 마땅하겠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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