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현대차 노조 쟁의와 신문들의 자해공갈

김훤주 2013. 8. 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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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현대자동차 노동쟁의 관련해 한두 마디 할까 합니다. 저는 사실 현대차 쟁의 그 자체보다 이를 다루는 보도 매체들의 행태에 눈길이 더 쏠립니다. 이보다 더 주관적이고 제멋대로고 보고 싶은대로만 보고 말하고 싶은대로만 말하는 그런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8월 26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 광장 세상읽기에서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일부는 시간에 쫓겨 방송에서 말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그래도 할 얘기는 그럭저럭 했다고 여깁니다. 진정으로 탐욕스러운 존재는 과연 누구인지를 한 번 생각해 봅니다.(몇몇 대목은 뜻이 좀 더 잘 통하도록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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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쟁의 자체보다 매체들의 변죽이 더 시끄러운


서수진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슨 얘기를 좀 해 볼까요? 


김훤주 기자 :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 파업으로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파업이 색다르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조선·중앙·동아·문화·세계일보 같은 매체들이 떠들어대기 때문입니다. 


진 : 그런 보도를 보면 노조 요구가 지나치게 무리하다는 논조인 것 같던데요, 그렇지 않은가요? 


현대차 파업으로 수출 항만이 텅 비었다는 연합뉴스 사진.


주 : 배부른 노동자, 귀족노조, 자기 앞만 챙기는 노조 이렇게 공격하면서 현대자동차 사용자가 해외에 공장을 지으러 나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진 : 배부른 노동자, 귀족노조라는 말이 크게 틀리지는 않잖아요? 보도를 보면 연봉이 8000만원 심지어는 9000만원을 웃돈다는 얘기도 나오던데요. 


2. 현대차 노동자 초과근로의 원인은?


주 :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잘 모르는 현실, 그리고 해방 이후 노동자와 노조를 나쁘게 봐온 세력이 사회 전반을 장악하면서 만들어진 노조 멸시 또는 혐오 정서를 보도 매체들과 사용자가 교묘하게 활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연합뉴스 사진.


노조 얘기를 들어보면 20년 근속 노동자 기본급이 한 달에 200만원이 안 됩니다. 연봉 2400만원입니다. 그러니까 실제 8000만원을 받는다 해도 나머지 5500만원은 잔업·특근 같은 초과·연장 근로를 통한 수입입니다. 


자기 몸 갉아먹은 대가이고, 잔업 특근을 해야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저임금 시급제가 원인입니다. 


진 :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그렇게 일을 많이 하는가요? 


주 : 현대차노조 권오일 대외협력실장은 25년차인 자기 기본급이 250만원인데 주말에 14시간씩 일하고 한 해에 300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6000명 넘는다고 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노동자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이고, 이를 한 해 50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주당 평균 43.9시간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주당 4시간 가량 법정근로시간보다 초과 노동을 하는데요, 현대차는 이보다 많은 평균 2678시간입니다. 


한 해 50주로 잡으면 주당 평균 53.6시간, 매주 14시간 가량 더 일하는 셈입니다. 노조는 이 때문에 지난 7년 동안 조합원 196명이 숨졌고 올해 상반기도 벌써 23명이 과로로 죽었다고 했습니다. 


진 : 그렇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드문 것도 사실이지 않아요? 그런 덕분에 어쨌든 많은 돈을 벌기도 하고요. 


주 :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자청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이런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에 하던 주야 맞교대 대신 주간 연속 2교대제, 노동시간을 줄이고 밤샘 근무를 없애는 이 방안을 노조가 내놨고 그것을 지금 시행하고 있는데 사용자 반응이 부정적이었어요. 


3. 노조 요구가 무려 180가지나 된다는 은근한 악선동


진 : 현대차 노조가 사용자에게 해달라고 하는 요구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려 180개나 된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180가지나 되는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벌여 이렇게 생산공정이 멈췄다고 몇몇 매체들은 보도합니다. 연합뉴스 사진.


주 : ‘180’이라는 숫자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그것도 많이 하고 있다는 느낌을 은근히 주기 위해 사용자와 일부 신문들이 일부러 강조하는 측면이 있는데요. 서수진 아나운서가 있는 MBC에도 노조가 있잖아요. 노조는 보통 해마다 임금 교섭을 하고 2년마다 단체협약 교섭을 합니다. 


올해는 현대차 노사가 그런 단체협약을 교섭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요, 그 항목이 경우에 따라서는 180가지 아니라 200가지가 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차처럼 덩치가 큰 노조에서 요구사항을 180개로 정리했다면 사실은 굉장히 압축한 셈이라고 봅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노조가 70명 정도로 규모가 적은데도 단협 교섭이 있을 때는 50가지 넘는 항목을 내놓고 교섭을 시작하거든요. 


진 : 조금 전 보도를 보니 노조 요구안이 75개, 세부 항목 기준으로는 180개고 이 가운데 사용자는 임금과 성과급을 제외한 73개 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고 나오네요. 


주 :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정년 연장 △회사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현재 750%에서 50% 인상 △대학 진학 안한 자녀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급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사내 생산공정과 상시업무에 대한 하도급 금지 등이라고 신문·방송에서는 보도하고 있습니다. 


4. 대학 안(못) 간 자녀 기술 취득 지원금이 문제라고?


진 : 이 가운데서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하고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 취득 지원금을 그런 언론에서는 문제로 삼고 있던데요. 

오지랖 넓은 자칭 시민단체 활빈단의 노조 반대 2인 시위. 연합뉴스 사진.

주 : 그러잖아도 오늘 점심 때 저희들 얘깃거리가 됐었는데요, 먼저 대학 미취학 자녀한테 1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부터 한 번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주 친노조 성향이 센 후배인데요, 이 친구도 처음에는 아무래도 그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얘기를 해요. 이런 매체들 보도에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아마 MBC노조도 마찬가지고 저희 경남도민일보도 액수는 적지만 고등학생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전액이든 일부든 장학금을 회사에서 줍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지 안하거나 못하는 자녀는 그런 돈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러다 보니 오히려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학력 에스컬레이트가 심해져서 쓸데없는 거품이 많이 들어간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현대차 노조의 진학 안한 자녀에 대한 기술 취득 지원금은 형평에도 맞습니다.


그리고 대학으로만 쏠리는 사회 현상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는 그런 긍정 효과가 있습니다.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가 동의해서 모든 기업과 기관과 단체들이 구성원 자녀 대학 장학금 지급을 하지 않도록 만들든지요.


4. 현대차 순이익 9조563억원은 문제 삼지 않는 까닭은?


진 : 그러면 순이익 30%를 내놓으라는 요구는 어떻게 보시는가요? 


주 : 현대자동차 순이익부터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보도에서는 이런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8월 6일, 298이라는 숫자만 남기고, 현대차 정규직 전환을 못한 채 끝마친 비정규직 노동자 철탑 농성. 연합뉴스 사진.


지난해 현대차 순이익이 9조563억원이고 회사 창업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이것을 제대로 나누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노조와 자본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탐욕스럽고 남 생각 않는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애시당초 노동부도 불법이라 했고 대법원도 불법 파견이므로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내 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제대로 전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협력업체·하청업체 부품 단가 후려치기도 개선됐다는 이야기는 제대로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1000억~2000억원도 아니고 1조~2조도 아니고 10조에 이르는 이익을 냈으면서도 그렇게 이익을 내도록 하는 데 보탬이 됐던 있는 사람이나 업체랑 나누려 하지 않는 현대자동차 사용자부터 먼저 나무라야 이치에 맞다고 보는 까닭입니다. 


그러고 나서 노조의 이런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면 누구든 받아들일 것입니다. 


진 : 그러고 보니 다들 현대차노조가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하면서도 정확한 조합원 숫자는 알지 못하네요. 도대체 몇 명이나 되죠? 


주 : 저도 이 참에 한 번 알아봤습니다. 울산 지부 23625명 아산위원회 2536명 전주위원회 3531명 남양위원회 5103명 판매위원회 7093명 정비위원회 2470명 그리고 모비스위원회  978명 대략 4만5000명 정도 됩니다. 


5. 해외 공장 이전 악선동은 나라 전체에 대한 자해 공갈


진 : 엄청납니다. 사내하청이나 협력·하청업체 직원까지 치면 더 많아지겠군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용돼 있는 현대자동차가 이번 파업을 빌미로 해외 공장 이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언론들도 거들고 있고요. 

현대차 노사 교섭 모습. 연합뉴스 사진.

주 : 조·중·동·문 그리고 경제신문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데요, 따지자면 자해공갈단보다 못한 행태입니다. 


아시는대로 부산 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비크로 공장을 옮겨가는 바람에 엄청난 사회 문제가 터졌잖아요? 공장이 있던 영도 일대는 풍비박산이 됐고요. 그런 일이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울산에서 전주에서 아산에서 또 일어나라고 부추기는 꼴입니다. 


게다가 지역 경제를 파탄시키자는 악선동이기도 합니다. 노조에서 기본급을 올리고 상여금을 더 받으면 그런 부분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거나 저축으로 금융기관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탬이 됩니다. 


하지만 그런 공장 이전은 해당 지역은 물론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자는 자해 수준 공갈입니다. 노조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이른바 국민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쳐소 상관없다는 그런 자해 공갈입니다. 


6. 해외 공장 이전은 노조나 임금이 아닌 비싼 땅값 탓


진 : 하지만 파업으로 말미암은 손실이 만만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공장을 여기에서 돌릴 수 없다고 하고요. 


주 : 세상에 부분 파업 이틀 하고 잔업·특근 거부 주말에 했다고 이런 호들갑을 떠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없을 것으로 저는 봅니다. 


게다가 잔업·특근 거부가 이렇게 생산 차질을 불러온다는 식으로 문제가 되는 바탕을 들여다보면, 평소에 이런 불법 초과근로를 바탕삼아 사용자가 생산을 해왔다는 사정이 속살 그대로 빤히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파업 때문에 공장 옮기겠다는 얘기를 사용자가 평소에는 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옮겨가겠다고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런 국면이 되니까 현대차 사용자와 일부 매체들이 입을 맞춰 말을 바꿨다고 봐야겠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공장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도 아니고 파업도 아닙니다. 비싼 땅값 때문입니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리려면 땅값이 비싸 공장터 마련하는 초기 투자 비용이 엄청나게 듭니다. 


그러니까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외국으로 눈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이런 비정상적으로 비싼 땅값부터 잡아야 공장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7. 하청업체 비정규직 위한 노조 요구는 왜 거의 보도되지 않을까?


연합뉴스 사진.


진 :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노조쪽 다른 요구도 한 번 짚어 주시지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인가요? 


주 :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조·중·동·문이나 경제신문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불법 파견 비정규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물가연동제를 바탕으로 서로 협의를 거쳐 납품 단가 결정. 


그리고 또 있습니다. 순이익이 평균보다 더 나오면 하청업체와 반드시 함께 나누는 이익공유제 도입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하청·협력업체 사용자나 노동자는 두 손 들고 반길 내용입니다. 


신문 방송에서 크게 다뤄도 좋을 그런 내용인데요, 현대차를 비롯한 여러 노조들이 언제나 모든 면에서 잘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진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진 :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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