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5월 12일 모임에 대해 여태껏 ‘날조’·‘모략’이라 했던 데서 태도를 바꿔 ‘농담’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발언들이 있기는 했지만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니고 장난삼아 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글에서 썼던 일부 표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한국일보에 5월 12일 있었던 모임 발언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그를 두고 저는 ‘만약 사실이라면’이라고 전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게 생겼습니다.
이정희 선수가 확인을 해준 셈이니까요.농담이든 아니든 그런 발언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고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 글에서 그런 부분을 빼거나 고쳤습니다.
9월 2일 저녁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방송된 내용이랍니다.
지난 대선 방송토론에서 문재인 박근혜 당시 후보와 나란히 앉았던 이정희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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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진 아나운서 : 통합진보당 이석기 국회의원의 발언이 엄청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 간부가 그 때문에 구속되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와 있는 상황이죠.
김훤주 기자 : 5월 12일 밤에 서울 어느 종교시설 강당에서 통합진보당 당원 130명 가량이 모인 자리에서 오고간 얘기라고 합니다. 그 녹취록이 8월 30일 한국일보를 통해 일부 보도가 됐고, 다시 9월 2일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 동안 종이신문을 통해 전면 공개되고 있습니다.
진 : 법무부가 박근혜 대통령 결재를 받아 국회로 보낸 체포 동의 요구서 내용도 화제가 됐습니다. 봤더니 한국일보가 보도한 녹취록 내용과 거의 같았다고 하지요?
주 : 예, 그리고 그이들 생각이 시대착오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다는 사실만은 짚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장난감 총을 구입해 인명살상용으로 개조하자거나, 압력밥솥 폭탄 매뉴얼도 있다거나 하는 발언, 통신·우편·석유시설 등을 폭파하기 위한 논의 등이 그렇습니다.
1. 한 마디로 말하면 웃기는 짬뽕이다
진 : 그런 얘기를 듣고 한편에서는 심각하게 위험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무슨 개그 프로그램처럼 웃긴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어요.
주 : 여러 사람이 섞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데가 세상이지요. 저는 웃긴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무섭다거나 위험스럽다고 반응하는 이들은 ‘만약’ 그 사람들 얘기한 내용이 실제 상황으로 일어난다면, 하고 가정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가정대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진 : 문제가 된 5월 모임은 전쟁 대비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고 하잖아요? 만약 전쟁이 터진 상황에서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몇몇이 그렇게 후방을 교란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주 : 그런데요, 문제가 된 그 녹취록을 보면 통신시설이나 석유비축시설 파괴는 그들 스스로도 할 수 없다는 자백을 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경찰과 공무원 조직이 그렇게 만만하고 허술한 집단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요,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몇몇이 얘기하는 그런 생각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거의 동의 또는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중이 공감하지 못하는 행동은 언제나 일탈 또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맙니다.
진 : 그렇지요.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쟤네들 왜 또 저런데?" 이렇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덜떨어진 사람들이 또 사고를 쳤구나 하는 정도 아닐까 싶어요.
주 : 한 마디로 웃기는 짬뽕입니다. 자기들이 지도하고자 하는 대중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끼리 하는 자기 만족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 : 왜 그럴까요? 왜 그런 상황을 모를까요?
2. 김일성이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었다고 진짜 믿는 주사파
주 : 한국일보가 공개한 녹취록에 나오는 언행은, 이른바 주사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사파랑은 전혀 관련이 없지만, 그래도 한 때 운동을 했기에 몇몇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석기 체포 동의 처리 관련 태도를 밝히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 /경남도민일보에 나온 연합뉴스 사진
진 : 그래요? 주사파들은 좀…… 어떤 사람들인가요?
주 :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좀 많이 달라집니다. 그쪽은 북한을 두고 성공한 체제라고 합니다. 북한 핵실험도 옹호합니다. 심지어는 북한 체제가 좋다면서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월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김일성 주석 관련한 전설 같은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진 : 전설 같은 이야기라고요?
주 : 예, 김일성 주석이 항일 시기에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고 모래로 밥을 지으며 가랑잎을 타고 두만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제가 이런 얘기가 있더라면서 주사파 한 명한테 정말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거든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아주 진지한 낯빛으로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진 :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신고라도 하셨어요?
주 : 일단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 성립 대상이 아니고요, 또 단지 생각이 다르고 덜 떨어졌다는 이유로 처벌까지 받으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 때 저는 속으로 ‘아, 이 사람은 지금 운동이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통합진보당에서 5일 오후 4시 40분 즈음 연락이 왔습니다. 이 사진을 거론하시기에, 행여나 싶어서 말씀해 놓겠습니다. 저는 어느 누구도, 이를테면 이석기 선수를 빼고는, 주사파라고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3. 비(非)주사 반(反)주사 진보진영의 책임이 정말 크다
진 : 주사파가 그런 사람들이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그런 비현실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주사파가 원내3당인 통합진보당에서 주류가 될 수 있었을까요?
주 : 주사파의 무조건적인 결집력과 맹목적인 충성, 이런 것이 많이 얘기가 됩니다만, 크게 본다면 주사파 아닌 다른 진보세력이 더없이 무능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진보라고 할 수도 없는 골수 수구세력이 바로 주사파인데요, 그런 주사파한테 진보진영의 대표선수 또는 얼굴마담 노릇을 하도록 허용했으니 통합진보당 안에 있는 다른 진보세력, 또는 노동당이나 민주당 아니면 정당 바깥에서 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진보세력은 그야말로 처절하고 철저하게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합니다.
4. 주장은 이제 그만, 사실을 제시해야
진 : 지금 통합진보당은 공개돼 있는 녹취록이 날조 왜곡 조작됐다는 얘기를 되풀이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주 : 5월 12일 모임이 통합진보당은 경기도당 차원 공식 행사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모임에서 오간 얘기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면 됩니다. 만약 찍어놓은 동영상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주문하고 바라는 것은 통합진보당의 주장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사실입니다. 주장은 하지 말고 사실만 밝히면 됩니다. 그런데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진 : 9월 2일 그러니까 오늘 오전 그날 모임에 참여했던 도당 간부들이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도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로 주장만 하고 말았나요?
주 : “국정원이 교묘하게 짜깁기해 흘린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녹취록’이란 것을 언론을 통하여 보았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도 앞뒤 자르고 교묘하게 편집하여 취지를 현저히 왜곡하고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뒤를 어떻게 자르고 편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5. 대중에게는 그 날 모임 발언이 중요할 뿐
진 : 그런데, 그렇게 혐의를 뒤집어쓰고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형국이 지금 통합진보당인데, 혐의를 만들어낸 쪽이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 책임이 있지 통합진보당 책임은 아니라는 얘기도 분명히 있습니다.
국정원의 압수수색. 연합뉴스 사진.
주 : 옳으신 얘기입니다. 백번 타당합니다. 만약 법정이나 재판에서 검찰 또는 국정원을 상대로 한다면 그런 입증 책임이 누구 몫인지 따져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 사회의 다수 대중을 상대로 정치하고 있습니다. 억울하고 번거롭더라도 그나마 지금 정도 지지라도 잃고 싶지 않다면, 그 날 그 자리에서 있었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저는 봅니다.
진 : 지금 중요 혐의로 제기돼 있는 내란 음모는 국정원이 앞으로 재판에서 증거를 제출하기도 어렵고 공소 유지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 : 그렇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내란이 아니라 장난 정도로 봅니다. 지지는커녕 국민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엄청나게 멀어져 버린 시대착오적 정치집단이 벌인 코미디라 할 수 있습니다.
내란 음모가 되려면 실현이 가능하다는 실질적 위험이 있고 수단·방법·시기도 특정돼야 하는데, 이건 우스꽝스럽기만 합니다. 게다가 실제 기술적·물질적 준비에 대한 토론 말미에는 오히려 구체적인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조직원 입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진 :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은 유출 자체가 실정법 위반이고 처벌대상이다’, ‘국정원 감청도 불법이다’, ‘압수·수색 과정에도 위법이 있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국정원이 만든 광기 어린 마녀사냥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석기. 우리를 석기시대로 끌고 가는 장본인.
주 : 저도 다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과정·절차는 지엽말단으로 보고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조중동 같은 수구매체 때문도 아니고 그냥 그렇습니다.
그 날 거기에서 오간 얘기가 무엇이냐에 관심이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은 아직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주문하고 바라는 바를 일부러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마녀 사냥이라는 표현을 통합진보당이 썼는데, 원래 유럽 중세에서 마녀 사냥은 마녀가 아닌 멀쩡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죽이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의 몇몇은 마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한 사람인 것은 분명합니다.
진 :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자기가 억울하게 불법으로 당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엉뚱한 데 관심을 보이니까 많이 답답하겠습니다.
주 : 하지만 정치를 하려면 사람들 마음을 얻어야 하고, 마음을 얻으려면 그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해야 합니다. 자기 좋고 편한대로만 하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지요.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는 겉으로 하는 언행이 다르고 속으로 하는 생각이 또 다른 주사파의 실상과 속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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