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정지영 감독과 서형 작가, 소외와 억울함

김훤주 2012. 2.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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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블로거들과 만난 서형 작가는 영화 <부러진 화살>과 자기 쓴 책 <부러진 화살> 사이 저작권 문제에 대해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갈등으로 비쳐질까봐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정지영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자기가 "돈을 좋아하기에 저작권료 달라고 했다."고 했고, 정지영 감독은 "박훈 변호사랑 김명호 교수한테 허락을 받았다. 그래서 저작권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책과는 상관없이 만들 것이다."고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작권 문제를 갖고 소송을 할 생각은 없다", "<부러진 화살>과 관련된 사람들과 품격 있게 결별하려고 한다", "<부러진 화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다 잘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저는 서형 작가로부터 "나는 저작권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돈을 받고 아니고가 아니라,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해 이바지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을 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지영 감독은 2011년 12월 14일 영화 <부러진 화살> 창원 시사회에서도 이런 정도만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 <부러진 화살> 법정 안 장면은 모두 사실이며 영화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면 책 <부러진 화살>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는 정도로만 말했습니다.
 


정지영 감독은 책 <부러진 화살>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다른 사람이 묻지 않았는데도 그런 책이 있었고 그 책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습니다.


<부러진 화살> 책이 없었어도 영화를 만들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배우 문성근이 <부러진 화살> 책을 건네주는 바람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항소심 4차 공판 같은 경우는 서형의 기록이 없었다면 상황을 제대로 알 수조차 없었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정지영 감독은 책 <부러진 화살>과 서형 작가에 대해 여태까지 인색하게 굴었습니다. 영화에는 책 <부러진 화살>을 쓴 서형 작가와 출판한 후마니타스에 양해를 얻었어야 하는 대목이 있어 보이는데도 그렇게 했다는 얘기를 저는 듣지 못했습니다.


서형 작가와 처음 만났을 때 정지영 감독이 들고 온 영화 제목은 '정직의 대가'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부러진 화살'로 바뀌었습니다.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 제목은 작가 또는 출판사 관계자가 머리를 싸매고 만든 저작물입니다.
 


'석궁 사건 재판 기록'이나 책의 임시 제목이었던 '법은 누구를 위해 있나?'로 했다면 제대로 석궁 재판의 의미를 담지도 못했을 테고 눈길도 더 적게 끌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서는 인정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서형 작가는 2월 7일 인터뷰에서 "2011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정지영 감독이 '제목 사용 동의받았다'고 했다"는 보도를 보고 전화를 걸어 따졌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지영 감독은 '제목은 양해나 동의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형 작가를 따르면, 정지영 감독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부러진 화살> 책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다. 영화로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그렇지만 부러진 화살을 영화를 만드는 데 참조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책 <부러진 화살>은 단순한 기록이기 때문에 저작권이 없다. 그리고 서형이 작성한 공판 기록도 박훈 변호사에게서 넘겨받았다. 그래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것이 합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책 <부러진 화살>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는 사실은 책을 조금만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어떤 다큐멘터리나 로포르타쥬도 작가의 관점이나 가치관에 따라 재구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감독이 어찌 이를 모를까 미심쩍습니다.
 


책 7쪽입니다.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판사가 몇 조 몇 항의 법조문을 위반했는지를 따져보고 법에 따라 재판을 했는지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법의 수호자라는 이유로 권위와 존경을 요구하는 이른바 '판검사 양반'들의 실제 모습과 그들이 주관하는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풍경이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바로 이것이 확인되지 않습니까?


28쪽에는 이런 표현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대한민국 사법부에 홀로 도전한 한 개인이 겪게 될 운명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법을 다룬다는 이유로 최고의 존경을 강요하는 국가의 권력 조직 내에서 나타나는 기묘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사실 이 '기묘한 풍경'의 형상화일 따름입니다.


저는 <부러진 화살>을 영화로 보면서 소외와 억울함을 떠올렸습니다. 김명호 교수와 박훈 변호사는 더없이 오만한 재판부가 진행하는 재판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했고 그래서 헌법상 권리인 제대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는 바람에 무척 억울해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런 오만함과 소외당함과 억울함을 제대로 형상화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뜻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면 스스로는 그런 오만함에서 벗어나 자기로 말미암은 소외와 억울람은 없도록 신경을 써야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책 <부러진 화살>을 쓴 서형 작가와 펴낸 후마니타스 출판사는 이번 잔치에서 소외됐으며 영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데 대한 정당한 평가를 못받는 바람에 억울해 할 것입니다.


서형 작가는 인터뷰에서 "공(功)을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돌리는 사람이 무척 드물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박훈 변호사와 김명호 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석궁 사건 재판'을 떠받친 사람이 이들을 응원하고 거들었던 사법 피해자를 비롯해 많이 있는데 열매는 김명호와 박훈 둘만 따먹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정지영 감독에게는 해당되지 않도록 정지영 감독이 사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책 <부러진 화살>을 펴낸 서형 작가와 출판사 후마니타스에 대해 합당하게 대우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입니다.


김훤주

부러진화살대한민국사법부를향해석궁을쏘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지은이 서형 (후마니타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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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감독 정지영 (2011 / 한국)
출연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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