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대법원 판결문은 엉터리'라는 요지로 계속 글을 쓰려니 좀 시덥잖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제가 아무리 떠들어도 여전히 전혀 꼼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기 적는 내용이 옳든 그르든 대법원은 이에 반응하는 자체가 자기네 권위가 다치는 노릇이라고 여기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부러진 화살을 다룬 대법원 판결문이 엉터리임을 보여주는 물증은 곳곳에 있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대법원 판결문이 엉터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밝혀진 마당에, 더이상 씨부렁거려 봐야 제 입만 아프겠다 싶은 것입니다.

1. 박홍우 판사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화살을 맞고 다쳤다는 박홍우 부장 판사는 2007년 1월 15일 사건 당시 경찰 수사에서 김명호 교수가 화살이 장전된 석궁을 들고 계단 위에서 아래로 1m50cm 앞에서 조준해 쐈으며 "죽여 버린다"며 달려들어 몸싸움을 했으며 사람들이 달려와 떨어진 다음 화살을 빼냈다고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을 하던 도중에 까닭없이 사퇴한 이회기 재판장.


반면 김명호 교수는 계단을 내려갔는데 박홍우 판사가 석궁 앞부분을 잡는 바람에 서로 석궁을 뺏으려고 몸싸움을 했고 그러는 사이 화살이 우발적으로 발사됐으며 둘이 같이 넘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달려와 둘을 떼어놓았다고 했습니다.

김명호 교수의 진술은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법정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습니다. "화살이 장전된 석궁을 들고 다가가 몸싸움을 했으나 일부러 쏘지는 않았다." 여기에는 더하고 빼고 할 대목이 없습니다. 매우 단순합니다.

그러나 박홍우 판사의 진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박홍우 판사가 1월 15일 경찰에서 한 진술(앞에서 세 번째 단락)은 1월 25일 검찰 조사에서 바뀝니다. "1.5m 앞에서 쐈는지 여부와 조준해서 쐈는지 여부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박 판사는 "홍성훈 송파경찰서 경찰관이 1월 19일께 찾아와 "상처를 진료한 서울대 병원 의사 박규주가 '현재의 상처만으로는 화살의 방향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진술을 바꿨다"고 2007년 8월 28일 1심 여덟 번째 공판에서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검증이 1심 공판에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진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공판과 마지막 선고 공판이 피고인과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치러졌기 때문입니다. 항소심에서는 김명호 교수와 박훈 변호사가 이를 검증합니다.

박훈(왼쪽) 변호사와 김명호 교수.


아주 간단하게 답이 나왔습니다. 항소심 공판에서 박규주 의사는 "저는 방향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으며 홍성훈 경찰관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로므로 박홍우 판사가 밝힌 진술을 바꾼 동기는 거짓입니다.  그러면 과연 누구 말이 더 믿음직스러운가요?

게다가 1월 15일 경찰 조사에서는 몸에 박혔다는 화살을 뽑은 시점에 대해 "김명호 교수와 몸싸움을 벌인 다음"이라 했으나 1월 25일 검찰 조사에서는 "몸싸움을 벌이기 전에"라고 자기가 열흘 전에 한 말을 뒤집었습니다. 따라서 박홍우 판사 진술이 훨씬 더 신빙성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 판결문은 이에 대한 해명 없이 △화살에 맞은 것을 발견하고 화살을 빼냈으며, △몸싸움을 하면서 현관 바깥쪽으로 탈출 시도를 하고 △구조 요청을 한 사실, △함께 굴러 넘어졌는데 피고인이 배 위에 올라타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사실 등을 "비교적 일관성 있게 진술하고 있다"고 엉터리로 적었습니다.

엉터리는 하나뿐이 아닙니다. 피고인이 "배 위에 올라타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는데, 이 또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가 못한 것입니다. 1심에서 아파트 경비원은 당시 정황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습니다.

"1층 입구에 두 분이 머리를 맞대고 일어나려고 하는 것인지 싸우는 것인지는 모르겠고, 우편함 쪽에는 박판사님이, 올라온 계단 쪽에는 김명호 교수가 있었다". 김명호 교수가 배 위에 올라탔다는 얘기는 없고 둘 다 넘어져 있었다고만 했습니다.

박홍우 판사의 운전기사도 배 위에 올라타 있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차를 세우고 달려가면서 봤는데 두 분이 엉켜 있으면서 몇 개 안 되는 계단을 우당탕탕 내려오고 현관 앞에서 넘어졌다. 서로 멱살인지 멱살 부위를 맞잡고 있었다."

2. 박홍우 판사 몸에서 피가 났다고?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목격자들은 서로 몸싸움하던 피고인을 위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킨 다음 위 피해자의 옷을 들추니까 시뻘겋게 피가 묻어 있어서 경찰과 소방서에 바로 신고했다는 것이고, 출동한 소방관의 진술에 의하면 위 피해자는 배꼽 부위에 상처가 있었고 출혈로 인하여 속옷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고 했으나 이 또한 정확하지 않습니다.

서형 작가.


항소심 재판을 끝까지 지켜보고 기록으로 남긴 서형 작가(책 <부러진 화살>을 펴낸 사람)는 2월 7일 경남도민일보 블로거 인터뷰에서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사람 가운데 박홍우 판사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얘기한 사람은 한 명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출동한 소방관'은 전혀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도 항소심은 어느 얘기가 맞는지 증거 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 판결문은 항소심이 심리 미진도 없고 채증 법칙과 관련한 위법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을 수 있습니까?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대원의 구급 활동 일지 기록입니다. "피의자(김명호)가 1~2m 전방에서 석궁으로 활을 쏘았다고 하며, 화살이 복부에 맞고 튕겨 나갔다고 함"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적은 권영록 소방대원은 "박홍우 판사한테서 직접 들은 말"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3. 고의로 쐈는데 화살이 부러졌다고?

고의로 겨냥해서 석궁을 쏘면 박홍우 판사 몸에 났다는 크기 정도 상처는 절대 날 수 없음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제대로 쏘면 경찰 실험 결과에서 두께 2cm 합판을 뚫고 15cm나 더 나가버린 데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부러진 화살이 사람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는지, 아니면 사람 몸에 상처를 낸 화살이 부러질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라도 있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없습니다. 1심 재판에 불려나온 고영환이라는 석궁 전문가는 "화살이 앞 가늠쇠에 맞아서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러진 화살이 양복과 조끼과 와이셔츠와 내복과 런닝셔츠를 뚫고 길이 2cm, 깊이 1.5cm 상처를 냈다는 증명이, 항소심 재판 과정 어디에서 있지 않은 것입니다.

또 부러진 화살은 화살촉이 뭉툭했다고 하는데 이 뭉툭한 화살촉이 양복을 비롯해 여섯 겹 옷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증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영환이라는 석궁 전문가는 "화살촉은 콘크리트 벽 같은 데나 단단한 벽에 맞으면 열처리가 안 돼 있기 때문에 뭉그러진다"고 1심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그렇다면 김명호 교수가 쏜 화살이 박홍우 판사 몸에 박혔다가 부러졌을 개연성은 없을까요? 일단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부러졌을 수 있는데, 이는 박홍우 판사가 몸싸움을 벌이기 전에 화살을 뽑았다고 검찰에서 진술을 바꾸는(경찰에서는 몸싸움을 벌인 다음이라 했습니다) 바람에 검토해 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처럼 박홍우 판사의 진술이 오히려 김명호 교수 진술보다 미심쩍고 박홍우 판사 몸에 피가 났다는 증명도 충분하지 않고 부러진 화살로 말미암아 박홍우 판사 몸에 상처가 날 수 있다는 입증도 돼 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대법원 판결문은 항소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됐다고 적는 잘못을 했습니다.

항소심을 마무리하고 엉터리 판결문에 자기 이름을 남긴 신태길 재판장의 영화 속 모습.


항소심에서 채택된 증인들은 모두 김명호 교수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습니다. 절차가 완전 엉터리였던 1심에서도 김명호 교수의 '고의성'을 뒷받침할만한 증언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아파트 경비원과 운전기사 출동한 119 소방대원들, 그리고 석궁 전문가들이 모두 그랬습니다.

그랬는데도 1심은 "피해자에게 다가가 석궁에 장전된 화살 1발을 피해자에게 발사하고"라면서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넉넉하게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항소심은 여기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향하여 주저함이 없이 석궁을 발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상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넉넉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이런 엉터리를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원심(항소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심리 미진 또는 채증 법칙과 관련한 위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앞에서 적어 보여드린 그대로, 합리적 의심을 해소할 수 없는 증거들이 수두룩한데도 말씀입니다.(끝)

김훤주
부러진화살대한민국사법부를향해석궁을쏘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지은이 서형 (후마니타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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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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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복산 2012.02.11 2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건이 나자 마자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서 이 사건은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임으로 엄벌에 처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결국은 법원장회의에서 이미 이 사건의 수사도 종결하고 재판도 종결한 사건입니다. 판사들이 수사하고 판사들이 재판한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2.02.12 1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 때 사람들은 대부분 대법원의 쌩쑈를 사실이라 믿었습지요. 저도 그랬고요, 다만 법원이 당할만하다고, 당해도 싸다고, 이렇게 여겼을 따름이고요~~

    • 허허허 2012.02.19 2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대한 도전.
      엄벌.
      쌍것들 같으니라구. 재판 엉터리로 안하면
      국민들이 쌍심지 도우냐?
      지금까지 엉터리 재판들이 얼마나 많아.

  2. Favicon of http://www.jin-hyang.com 류진향 2012.02.12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실 사회구조의 현실이지요.
    전국으로 보면 대박날 사건들이 수두룩 합니다.
    빙산의 일각에 불가한 것이며
    창원만 하더라도
    무수히 많지요.

    요즈음은 조금 낮은 편이지만
    아직도 법률의 함정을 만들어 단순 법륭에 의존하는 판결이 하니
    법률이 상식에 어긋나는 법률이 되었지요.
    사회질서의 기초인 법률이
    사회질서와는 관련이 없는 요상한 법률이 되어
    돈있고 권력이는 사람에게는
    사치품인 귀걸이로 치장하고
    일반 국민들은 코 굴레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재판으로 상위 하위법 온갖 법률을 이용하여
    상위법을 다루다가 안되면 하위법 하면서
    이의 재기나 다루지 않았다고 판결하고
    또 다루면 또 다른 법령위배라고 판결하고
    끌고 다니다가 결국 잡아 먹히는 소가 되었지요.

    재판을 하다보면 가정파계는 기정사실이고
    가족 인척할것없이
    외면 당하는 현실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학교폭력의 원조이고
    왕따를 만들어 놓은
    살아 있는 유물이 된 것입니다.
    사법부는 국민들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전국의 억울한 사람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법원은 하루가 멀다하고
    석궁같은 사건이 터지고도 남을 것입니다.






  3. 허허허 2012.02.13 2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판결문이라는 것도 사실과 달리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내여.
    그렇다면 양심에 의하여 라는 것도 조작이 충분하다는 거내여.
    지네들이 잘못해 놓고도 엄벌에 처한 다고 으름장을 놓다니..
    쯔쯔쯔....잡놈보다 더 질이 나쁜 잡놈들이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