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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 공동 주최로 진해(경남 창원시) 선거구 야권 후보 초청 블로거 합동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장소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모두 여섯 후보가 나왔습니다. 진해 선거구는 한나라당 여론이 매우 나빠 야권 후보가 이른바 '난립'해 있답니다. 무려 아홉이나 되는데요, 김종길·김종율·김하용·심용혁 민주통합당 후보와 변영태·임재범 무소속 후보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빠진 사람은 주정우·최충웅·김병로 무소속 후보였는데요, 주 후보는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김 후보는 친척이 상을 당해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최 후보는 지금은 때가 아니고 단일화가 되면 나오겠다는 이유로 빠졌습니다.
이날 후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본인이 출마해 당선돼야 하는 이유와 함께 공약도 밝혔습니다. 공약은 대부분 지역 개발과 관련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색다른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김종길 후보의 대학 등록금 관련 공약이었습니다.
김종길 후보는 이날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법정 최저 임금 두 달치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공약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김종길 후보의 발상이 산뜻하게 여겨졌습니다. 학생 등록금과 노동자 임금을 하나로 이을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답니다.
김종길 민주통합당 진해 선거구 예비후보. 실비단안개 사진.
김종길 후보 공약의 취지는 이랬습니다. "여름방학도 두 달 가량이고 겨울 방학도 마찬가지다. 방학 때 벌어서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학부모 부담도 덜고 학생들 고달픔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렇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정도라면 도저히 못 견딜 정도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일단 들었습니다. 그에 더해 최저 임금 두 달치를 한 학기 등록금 상한선으로 삼자는 비율도 알맞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에 눈길을 두는 까닭은, 그보다는 이런 공약이 실현될 경우 이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겠다는 데에 있습니다. 먼저 관심이 여기 쏠리면서 최저 임금 제도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2012년 현재 법정 최저임금이 시급 4580원인데 이것으로는 제대로 살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널리 알려지 싶습니다. 아울러 대학생이 예비 노동자이고 대학교가 우리 사회를 받치는 노동력을 길러내는 공간이라는 사실 또한 우리 사회에 더욱 분명하게 새겨질 것입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최저 임금을 둘러싼 줄다리기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최저 임금이 올라가면 대학 등록금도 덩달아 올라가게 되니까 대학 당국으로서는 최저 임금을 올려야 마땅하다는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힘이 실리고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처럼 무작정 조건없이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상 말입니다.
가장 왼쪽이 김종길 후보랍니다. 실비단안개님 사진입니다.
즐거운 상상은 줄곧 이어집니다. 최저 임금을 우리 사회 모든 급여나 보수의 기준으로 삼자는 운동으로 나아가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먹고살려면 적어도 이런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최저 임금 제도의 취지도 확실하게 실현될 것입니다.
공무원은 최저 임금의 150%를 넘는 보수를 받으면 안 된다, 교사 급여는 최저 임금의 120%가 상한선이다, 국회의원은 최저 임금의 100%만 받아라, 대통령은 그래도 나라의 우두머리이니까 최저 임금의 200%는 줘야지, 힘든 일을 하는 탄광노동자는 최저 임금의 400%까지는 받아도 된다…….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아울러 즐거운 상상을 한껏 해봅니다.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준 창원 진해 선거구의 김종길 민주통합당 예비 후보가 고맙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그이가 이번 총선 예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크게 선전하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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