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아프리카 킬리만자로의 눈물과 '버닝맨'

김훤주 2011. 4. 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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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저녁 창원 용호동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있는 경남발전연구원에서 <아프리카의 눈물> 제3부 '킬리만자로의 눈물'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극장판이 아니어서 섭섭했지만, 한참 보다보니 섭섭함이 사라졌습니다.

'킬리만자로 눈물'은 강렬했습니다. 메시지도 강렬했고 영상도 강렬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심해진 가뭄, 그로 말미암은 죽음과 질병과 전쟁과 굶주림과 옮겨다님 등을 다뤘습니다. 

첫 번째 강렬함은 지구 온난화로 가물이 이어져 풀 따위 짐승들 먹을거리가 없어지는 바람에 국경을 넘어서까지 옮겨다니는 유목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지역에는 이미 다른 부족이 자리잡고 있으니까, 이들은 서로 총을 겨누고 싸우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왜 다투는지 까닭을 그들은 모릅니다. 여기 나오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거의 에너지를 안 씁니다.

지구 온난화를 부르는 에너지 소비는 유럽과 아메리카와 아시아 사람들이 대부분 하는데, 그 폐해는 이들이 집중해서 당하고 있었습니다.

3월 24일 동영상 본 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학수 PD.


다음은 흙탕물을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들입니다. 아이 서넛이 뿌연 흙탕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합니다. 곧 이어 아이들이 돌보는 짐승도 와서 물을 마시는데, 아이들도 손으로 그 흙탕물을 떠서 입으로 거듭거듭 가져갔습니다.

아이들은 웃고 있습니다. 눈망울이 또렷했습니다. 어쩌면 근본을 알 수 없는 슬픔이 거기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어떤 두려움이 들어 있는 듯도 했습니다. 실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제게 그리 비쳤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세수를 하는데, 이런 물이면 그 아이들 마시는 물로도 충분히 쓸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을 재빨리 지워버리고, 뽀드득뽀드득 씻고는 하수구에 그 맑은 물을 버렸습니다.


마지막은 '버닝 맨(burning man)'입니다. 짐바브웨인가 탄자니아인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흘러들어온 청년 하나가 남아공 노동자들에게 죽도록 맞고도 모자라 불에 태워진 사건입니다.

2008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유럽이나 미국 매체에서 '버닝 맨'이라고 기호화했나 봅니다. 남아공 노동자들은 버닝 맨 같은 이주 노동자들이 자기네 일자리를 빼앗으니까 그렇게 미워하고 때리고 사람 몸에 불까지 질렀습니다.

영상에서 현빈인가 하는 친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대충 들었는데 그렇게 흘러든 노동자가 짐바브웨와 탄자니아 합해 600만 명정도였습니다.

남아공 인구가 5000만 명인데 여자를 빼면 절반인 2500만 명, 다시 아이와 어린이와 청소년과 노인 등등을 빼고 실제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절반쯤인 1300만명 안팎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이런 정도 규모 노동시장에 무려 50%정도나 되는 600만 명이라는 잉여 노동력이 투입됐으니 어쩌면 저런 폭동은 필연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 배경에 지구 온난화가 있었습니다. 버닝맨과 함께 이주해 노동을 하고 있는, 같은 폭동에서 머리가 터지도록 얻어터졌던 사람이 나왔는데, 바로 버닝맨의 처남이었습니다. 탄자니아인가 짐바브웨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남아공으로 온 까닭은 간단합니다. 원래 살던 데가 너무 가물어서 기르던 짐승들은 죄다 죽었고 게다가 옥수수 농사조차 못 지을 정도가 됐다는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낯선 땅에서 폭력의 공포를 견디며 날품을 파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으로 먼저 보신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지만,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사람을 때려잡고 있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책임이 아닌데도 그이들이 대책없이 당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까지 쳐서, 이른바 잘 사는 나라에 터잡고 사는 사람들의 에너지 소비가, 이렇게 버닝맨을 불태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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