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무심코 하는 낚시에 담겨 있는 이런 비정함

김훤주 2011. 4. 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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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 경남 거제 장승포와 능포 일대를 둘러보고 왔습니다. 봄과 바다와 풀과 꽃과 사람이 잘 어우러지는 풍경을 실컷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답고 조화로운 장면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아름답지 못하고 어그러져 있으며 아주 보기 불편한 그런 모습은, 모두들 인간이랑 관련이 돼 있었습니다.

능포항 방파제에서 만난 갈매기 한 마리가 절뚝거리고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한 쪽 발이 낚싯줄에 휘감겨 있었습니다.

끝에는 낚시바늘까지 보였습니다. 저 낚시바늘이 갈매기 살갗에 닿아 파고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갈매기 다리 붉은색이 감긴 낚싯줄 때문이라는 착각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 옆에서 한 낚시꾼이 낚싯대를 바다에 휙 집어던졌습니다. 그런 다음 낚싯대를 왼손으로 옮겨잡더니 다시 오른손으로 바가지를 들고는 커다란 상자에서 뭔가를 퍼서 바다에다 뿌리기를 여러 차례 했습니다.


물고기들을 낚싯대 둘레로 끌어들이려는 수작입니다. 사진 오른쪽 중간 즈음에 붉게 보이는 것들이 뿌려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남극에서 잡아온 크릴새우입니다.

이렇게 낚시에 쓰이는 크릴새우는 아주 값이 싼 모양입니다. 그래서 낚시꾼들이 저렇게 마구 퍼 던져도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가 봅니다. 일본을 비롯해 이런 새우잡이 어선을 보내는 나라가 적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크릴새우는 남극 생태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저는 잘 모릅니다만, 펭귄 같은 것들과 고래 같은 것들의 먹이 노릇을 톡톡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남극 생태계에서 크릴새우도 무엇인가를 먹이로 삼아야 할 텐데, 사정은 이렇게 됩니다. 사람이 크릴새우를 많이 잡으니 크릴새우를 먹고 사는 펭귄이나 고래 따위가 먹을거리가 없어서 줄어들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크릴새우에게 먹이가 되는 것들은 먹어주는 크릴새우가 줄어드니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대충 짐작해 보는 얘기지만 플랑크톤이나 조류(藻類) 따위가 많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는 다시 바다 속 다른 생물이나 아니면 바다 그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온도가 높아지거나 하는 식으로 나타날 수 있겠고 그러면 남극 얼음이 더 많이 녹아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능포항의 상징이 돌고래라고 합니다. 한 번씩 앞바다에 나타난다나요.


저는 그래서 이런 따위 낚시는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기준을 정하고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낚시를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낚시꾼에게서 사용료도 걷어야 합니다. 바다와 다른 생물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수칙을 정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도 물리고 징역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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