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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타고 10배 즐기기 : 마산 저도

김훤주 2011. 1. 1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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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즐겨 타면 공해도 적어지고 에너지도 덜 들고 교통비 지출도 줄어듭니다. 여러모로 도움되는 시내버스 타기와 가벼운 여행을 연결해 보는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 두 번째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저도(猪島)입니다.

마산이 가포만을 비롯해 매립이 많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덕동 너머 서쪽으로는 여전히 해안선이 아름답습니다.

가서 보면 더 잘 아시겠지만, 마산역광장에서 저도연륙교까지 80~100분 간격으로 오가는 61번 시내버스는 그런 바닷가를 오롯이 보여준답니다. 그래서요, 저는 행여 가까운 사람이랑 다투거나 해서 기분이 '거시기'할 때는 이 61번 버스를 타 보십사 권하고 싶습니다.

수정~반동(욱곡)~저도연륙교를 지나는 길은 잔잔한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로 아늑합니다. 이렇듯 스쳐지나가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낍니다.


5일 아침 7시 35분 마산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61번을 탔습니다. 버스 안에는 학생과 회사원, 등산 차림 사람 등 이런저런 풍경이 많았습니다.

어시장에서 탄 할머니 한 분은 수정마을 장문안에서 내렸는데 들고 있는 고무 대야가 가벼운 것으로 봐서 해산물을 팔고 돌아가는 길이지 싶었습니다.


저도연륙교 앞에 내리니 8시 40분. 타고온 시내버스는 연륙교 지나 하포 마을까지 쑥 들어간답니다.

저도라 하면 대부분은 '콰이강의 다리'로 알려진 저도연륙교와 새로 만든 저도비치로드를 떠올립니다. 옛 연륙교는 1987년에, 새 연륙교는 2004년 들어섰습니다. 새 연륙교 이제는 칠이 벗겨지는 등 세월이 더께가 쌓였습니다.

이제 차량은 다니지 않는 옛 연륙교 난간에는 자물쇠가 많이 달려 있습니다. 많고 많은 연인들이 자기네 인연이 이처럼 풀어져 흩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채웠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연인들 가운데도 헤어진 사람들도 틀림없이 많을 것입니다. 사람살이 또는 사람 마음의 무상함이 이런 데도 놓여 있습니다.

저도에서 구복예술촌을 생각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는 연상입니다. 저도와 맞은편 구복리 사이 바다에는 쇠(꽹과리)섬 장구섬 징섬 북섬이 있습니다. 또 자라섬 곰섬 납(원숭이)섬 작은닭섬 닭섬도 있습니다.

저도 또한 마찬가지로 돼지섬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사물의 풍물 소리가 울리고 동물들은 춤을 춰대는 격입니다.

비치로드는 지난해 만들어졌습니다. 모두 8km라는데요, 3.7km 1시간20분짜리 단거리 구간과 6.6km 2시간 50분짜리 완주 구간 두 개가 있습니다.


단거리는 하포마을에서 제1·제2전망대와 사각정자를 지나 섬을 가로지릅니다. 완주는 사각정자에서 더 나아가 제1·제2·제3바다구경길과 산마루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이랍니다.


단거리는 비탈 기울기가 덜한 편이라 가볍게 걷고 싶은 이들에게 좋을 듯했습니다.

'비치로드'는 '바닷길'이라는 영어인데, 여기 바닷길은 군데군데 툭 트여 바다를 알차게 보여줍니다. '비치로드'가 처음부터 우리말로 지어졌으면 좋았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앞으로 바꿔줄 손길을 기다리는 수밖에요.

섬으로 둘러싸인 특성을 일러주듯이, 너울이 일어도 그냥 살랑거리는 수준입니다. 때때로는 내려가 바닷물에 손을 담가도 좋은 데도 있습니다.

군데군데 나무가 우거진 데가 나오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틈새로 바다가 보이지만 봄·여름·가을에는 그러지 못할 것 같으니 간벌을 조금 더하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일었습니다.

단거리로 한 바퀴 돌고 저도연륙교 앞에 오니까 시간이 10시 30분 가까이 되더군요. 1시 20분 버스를 타기로 하고 아침·점심을 겸해 조개구이에 소주를 곁들이고 컵라면을 하나 뜯었습니다.

횟집이 많았지만 조개구이집을 일부러 찾았습니다. 바닷가에서는 꼭 회를 먹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콰이강 편의점'에 들어가 제일 작은 2만5000원짜리를 하나 주문했습니다.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주인 진경숙(51)씨가 동향이었습니다.

진씨는 "가리비는 동네에서 사서 파는 것이라 정해진 이상 드리기 어렵지만 어촌계 공동 양식을 하는 굴은 더 줄 수 있고 고구마는 '무한 리필'이 가능합니다"라며 웃었습니다.

솔갈비와 나무에 불을 붙여 조개를 구웠는데, 구수한 타는 냄새 속에 짜작짜작 촉촉하게 익은 조개도 좋았고 바싹 굽히다시피 익은 조개도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한 무리가 등산복 차림으로 비치로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이들 뒤쪽에는 대구 번호판이 붙은 관광버스 두 대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저도 연륙교와 '비치로드'가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증거입니다. 마산에 이런 데가 있다는 것은 창원 나아가 경남 사람들한테 절대 작은 복이 아닙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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