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광주 생고기와 안심츄리의 환상적인 맛

기록하는 사람 2010. 7. 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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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한 도시에 가면 음식점마저 서울에 본사를 둔 프랜차이즈나 체인점이 토종 식당을 제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족발집과 치킨집은 이미 그런 체인점이 장악한 지 오래이고, 최근엔 쇠고기 육회 전문 체인점까지 생겼더군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모자라 동네 골목길마다 대기업의 편의점들이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싹쓸이해가는 상황에서 토종 음식점마저 프랜차이즈 공세에 무너져가는 걸 보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강의차 방문하는 광주의 경우 아직은 토종 음식점들이 타 도시에 비해 많이 많이 살아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광주에서 '~회관'이라는 간판을 단 곳은 대개 토종 음식점으로 한식이나 한우 쇠고기 전문점이라 보면 됩니다.

광주의 생고기. 경남에선 이렇게 하여 파는 곳이 없다.


그래서 저는 광주에 가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요. 경남에선 절대 먹을 수 없는 '생고기'입니다. 경남에도 물론 냉동 쇠고기를 채 썰듯이 하여 배와 함께 버무려 먹는 '육회'는 흔하지만, 쇠고기 엉덩이 살을 그냥 뭉텅 뭉텅 썰어서 마늘 고추장 소스나 참기름장에 찍어먹는 '생고기'를 파는 곳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경남에도 나름 유명한 한우 쇠고기집들이 있긴 하지만, 비싸기만 할 뿐 이상하게도 광주만큼 맛은 덜하더군요. 그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이유로 경남에서는 잘 먹지 않는 비싼 쇠고기를 광주에만 가면 꼭 먹고 오려 합니다.

지난달(6월) 광주 전남지역 신문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때도 그랬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언론진흥재단 광주사무소 윤창빈 선생이 강의를 마친 후 저녁시간에 저를 고깃집으로 데려갔습니다. 자신도 서울에서 파견을 와 있는데 광주의 쇠고기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이만큼 맛있는 쇠고기를 먹을려면 비용도 몇 배는 들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광주에선 생고기든, 구이든 쇠고기를 시키면 대개 이렇게 맑은 쇠고기 국이 나옵니다. 시원한 맛으로 먹습니다.


신기한 건 생고기를 시키면 이처럼 차돌박이까지도 생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지방이 섞여 있는 이걸 어떻게 생으로 먹나 하지만, 쫄깃한 게 의외로 맛있습니다.

경남에선 쇠고기라 하면 주로 갈비살이나 등심을 최고로 치지만, 광주에선 좀 다르더군요. 거긴 안창살을 최고로 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등심이나 갈비살보다 맛있기도 했고요. (☞ 광주 유명회관의 안창살 구이 )


그런데 이 날은 '안심츄리'라는 걸 시켰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엔 '안창살'과 거의 비슷하더군요. 마블링이 잘 살아 있습니다.


크기도 대개 이 정도로 한 입에 넣기 딱 좋게 잘라져 나옵니다. 그냥 불판에 얹어 구워 먹기만 하면 됩니다.


육즙이 알맞게 배어 있는 안심츄리입니다.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재미있는 건 이런 부침개도 나오는데, 처음엔 예사로 봤지만 알고보니 이게 그냥 부침개가 아니라 '육전'이었습니다. 진주냉면에 얹어 먹는 그 육전이죠. 이 또한 별미였습니다.


고기를 다 먹고 나서 밥을 먹을 차례입니다. 우린 누룽지를 시켰죠. 그랬더니 이런 기본반찬부터 나옵니다.


누룽지입니다. 고기로 배를 채운 뒤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이제 가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식당의 메뉴판을 찍어왔습니다.


서울보다는 아니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이 자주 먹기엔 좀 부담스런 가격이긴 합니다. 하지만 1인분 150g이라는 양에 비해선 비교적 착한 가격입니다. 제가 사는 경남에선 주로 120g 단위로 팔거든요. 광주에선 먹고 있는 와중에 덤으로 더 갖다 주기도 합니다.


모처럼 광주에서 제 입이 호사를 누렸습니다. 잊지 못할 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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