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오랫만에 고향집에 다녀왔다. 9월 초에 돌아오는 어머니 제사를 앞두고 제사용품과 그릇 등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이번 제사부터 처음으로 고향집이 아닌 내가 사는 마산 집에서 모시게 된다. 고향 집으로 들어가는 길.
고향집이라곤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은 비어 있다. 얼마 전 남동생이 여름휴가차 다녀갔음에도 집안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장마철이라서인지 벽지도 눅눅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그렇게 처량했다. 아들녀석이 곳곳에 쳐진 거미줄을 걷어내고, 청소기로 집안을 밀고 난 다음에야 다리를 뻗고 앉을 수 있었다.
마당에 난 잡초도 다 뽑진 못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가서 청소를 해주고 집안을 건조시키지 않으면 곧 폐가처럼 될 것 같아 영 마음이 언짢다.
그대로 돌아왔다면 내내 우울할 뻔 했다. 하지만 그나마 고향 읍내의 한 식당에서 먹은 점심은 맛있었다.
갈치구이를 먹었는데,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1인분 1만 원이었다. 하지만 값어치만큼 갈치는 냉동이 아닌 생물이었고, 공기밥을 한 그릇씩 먹고도 남아 한 그릇을 더 시켜 먹을 정도로 큼직하고 양도 많았다.
특히 갈치는 짜지 않고 삼삼하게 구운 후, 풋고추를 얹은 조선 간장에 찍어먹는 것도 남해 식(式)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마산도 바다를 낀 도시이긴 하지만, 이런 생물 갈치구이를 하는 식당은 찾기 어렵다.
함께 나온 멸치볶음과 갈치속젓, 아주까리 잎쌈, 열무 물김치, 파김치 등도 모두 맛깔스러웠다.
생선미역국도 나왔다. 역시 고향의 맛이었다. 육지에선 대개 미역국에 쇠고기를 넣지만, 남해와 같은 해안지방에서는 도다리나 돔 같은 생선을 넣는다. 그게 훨씬 시원하고 감칠 맛이 있다.
아내도 만족스러운 맛이라 평가했고, 홍합과 바지락을 넣은 해물칼국수(5000원)를 먹었던 아들녀석도 남은 갈치구이와 함께 공기밥 반그릇을 더 먹었다.
나는 좀 더 나이가 들면 고향집으로 돌아가 인생 3막을 시작할 생각이다. 귀소본능인지는 몰라도 고향에 가면 마음도 편하고, 신토불이의 이치 때문인지 음식도 입에 맞는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 우리 집이 몸 성히 기다려줄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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