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못생겨도 맛좋은 탱수찌개 먹어보셨나요?

기록하는 사람 2010. 6. 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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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점심은 대개 사무실이 있는 경남지능형홈센터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식대는 3300원인데, 싸다 보니 아무래도 좀 부실하다.

엊그제 같은 사무실에 있는 권범철 기자가 "오늘은 단백질을 좀 보충하고 싶은데, 나가서 먹지요"라고 제안했다. 단백질이라기에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떠올리고 "삼겹살 먹을까" 했더니 "생선도 좋고…"란다.

둘이서 터벅터벅 걸어내려오는 길에 오랜만에 도원식당에 가기로 했다. 도원식당이라면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한 번 모시고 갔던 집이기도 하다. 그 때도 한 번 포스팅했던 집이다.(☞마산 토박이들이 즐겨찾는 식당 메뉴는?)

이 집은 우선 반찬이 푸짐한데다 주인장의 손맛이 있다. 그리고 밥도 미리 해서 보온밥통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바로 바로 해서 새 밥을 주기 때문에 윤기와 찰기가 있어서 좋다.

기본 밑반찬들이다.


이 식당의 주 메뉴는 생선찌개인데, 밑반찬과 함께 생선구이나 생선찜도 매일 매일 다르게 나온다. 즉 조기를 구워줄 때도 있고, 찜이나 조림을 해줄 때도 있으며, 전어나 병어 등을 구워줄 때도 있다.

또한 생선찌개도 그 때 그 때 생선종류가 다르다. 도다리일 때도 있고, 조기일 때도 있고, 여러가지 잡어가 섞여 있을 때도 있다.

물김치가 정말 시원, 개운하다. 술 한잔 마신 뒷날이라면 이 국물이 그야말로 속 푸는 데 딱이다.


일단 반주로 소주를 한 병 시켰다. 둘 다 차가 없으니 반주 한 잔쯤 해도 별 문제는 없다.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좀 불편했는데, 김치 국물을 몇 숟갈 떠먹고 나이 속이 개운해졌다.


이건 아마 박나물이다.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괜찮다.


이 생선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요리했는지 짭짤한 맛이 술 안주로도 좋았다.


이건 대충 보면 그냥 평범한 계란찜처럼 보인다. 그러나 먹어보면 그냥 계란찜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었다. 생선 알 위에 계란을 얹어 찐 것이다. 역시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었다.


파래김 무친 것과 김치도 집에서 먹는 그 맛이다.


메인 메뉴인 생선찌개가 나왔다. 오늘도 보니 생선이 한 종류는 아니다. 적어도 두 종류였는데, 대창도 보이고 애도 보인다. 얼핏 보기에 아귀인가? 했으나 아니었다.


탱수였다. 남해안 바닷가 사람들이 시원하게 탕으로 즐겨 끓여 먹는 어종인데, 다른 지방에서는 '삼세기' '삼숙이' '삼식이'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생긴 걸로만 보면 참 못생긴 생선이다.

그러나 이게 의외로 먹을 게 있다. 살은 탱탱하면서 시원 담백하고 비린내가 없으며, 애와 대창, 그리고 지느러미의 미끈한 껍데기 살이 정말 먹을만 하다.


위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둥그런 게 대창이다. 쫄깃 탱글 씹는 맛이 있다. 그리고 왼쪽 가시처럼 삐죽삐죽 솟아있는 부분이 아가미와 등지느러미쪽인듯 한데, 대구 볼테기보다 훨씬 맛있다.


식당 아주머니는 "탱수가 요즘 큰 게 없어서…"라고 미안한 듯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제법 큰 녀석이었다. 상당히 먹을 게 있었다. 정말 쪽쪽 빨아서 잘 먹었다.


생선을 너무 많이 먹어 들척지근하다면 위 사진처럼 밥에 젓갈을 얹어 먹어도 개운해진다. 무슨 젓갈인지 확인은 못했는데, 맛은 무슨 아가미젓처럼 시원한 맛이었다.


이날 밥값은 권범철 기자가 계산했다. 소주 한 병값까지 1만 5000원이었다. 왕복 택시비는 내가 냈다. 택시를 타고 가서라도 가끔씩 먹어볼 만한 생선찌게다.

그런데, 이 식당은 아침에 어시장에서 사온 식재료만큼만 딱 장사를 하고 마친다. 그래서 저녁에 가려면 미리 전화해보고 가는 게 좋다. 전화를 해도 "아이구, 오늘 재료가 다 떨어졌네요"하는 날이 많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은 "장사 할 의지가 별로 없는 식당이군" 하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가급적 점심 때 가길 권한다. 12시 넘어서 가면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니, 아예 12시 전에 가든지, 아니면 1시 넘어서 가는 게 좋다. 식당 앞에 주차장이 있다. (전화 055-242-1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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