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맛집 관련 포스팅을 자주 하니까 "저 놈은 돈 벌어서 다 먹어치우나?"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좀 그렇습니다. 다 먹어치우진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사먹는 데는 크게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적이지 않습니까? 이게 제 삶의 원칙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 돈을 들이지 않고 정말 맛있는 쇠고기를 먹었습니다.
지난 5월 17일 광주에서 '지공사(지역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첫 모임이 있었습니다.
모임을 마친 후 전남대 최정기 교수께서 맛있는 집을 안내하셨는데, 광주에서 쇠고기 구이와 생고기로 유명한 '유명회관'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약 5년 전 광주에서 소생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느 식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제가 사는 경상도에서 그런 식의 생고기를 해주는 식당을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얼린 쇠고기와 배를 채 썰듯 썰어서 참기름과 계란 노른자에 비벼주는 육회는 있어도 광주식 생고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광주에 가면 꼭 다시 생고기를 먹어보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도 광주에 갔지만 일행들과 함께 움직이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에 다시 먹게 된 것입니다.
모두 7명이었는데, 생고기 2인분과 안창살(구이) 7인분을 시켰습니다. 이 집에서 1인분은 무조건 200g이라고 합니다.
생고기와 함께 각종 서비스 메뉴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횟간과 처녑(또는 천엽)이 먼저 나왔습니다.
위에는 횟간이고, 아래는 처녑입니다. 육회도 나왔는데, 경상도와 많이 다릅니다. 이것 역시 광주식 육회가 더 고소하게 맛있었습니다.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그리 비싸지도, 싸지도 않습니다. 한우만 취급한다고 써놨습니다. 설마 생고기를 파는 집에서 수입산을 속여팔기야 하겠습니까. 그렇게 믿고 먹었습니다.
드디어 생고기입니다.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소 엉덩이살이라고 하더군요.
좀 더 가까이서 찍어본 생고기 모습입니다. 된장과 참기름, 마늘 으깬 것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거나 그냥 참기름 소금장에 찍어먹어도 됩니다.
선지국입니다. 선지와 무, 콩나물을 넣어 만든 국인데, 시원하고도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이윽고 주인아저씨(요리사인가?)가 도마와 고기를 갖고 오시더니 고기를 썰기 시작합니다. 안창살이랍니다.
이렇게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고기를 썰어줍니다. 신뢰를 위해서겠죠.
고기가 좋아보이시나요? 제 눈에는 아주 좋은 고기로 보였습니다.
굽기 시작합니다. 이 고기는 너무 바싹 굽지 말라더군요.
이렇게 살짝 익은 상태에서 먹어야 맛있답니다. 너무 익어버리면 고기가 딱딱해지죠.
그런데 이 때쯤 새로운 메뉴가 나왔습니다. 대구에 사는 노용석 박사가 뭔가를 보고 놀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옆의 최정기 교수는 흐뭇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습니다.
노용석 박사가 놀란 건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구워 먹어야 되느냐"고 물으니, "이 집에서 상추 위에 얹혀 나오는 것은 모두 생으로 먹는다"더군요. 이건 차돌배기살입니다. 저도 이걸 생으로 먹는 건 처음 봤습니다. 너무 쫄깃하고 맛있더군요. 이 맛 역시 못잊을 것 같습니다.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날 우리 일행들 모습입니다. 종업원께 부탁해서 찍었습니다.
차돌배기 가까이서 다시 한번 찍어봤습니다.
이것도 서비스인데요. 오징어입니다. 고기 다 먹은 후에 구워먹으라고 나옵니다.
토하젓과 열무김치입니다. 토하젓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이거 하나만 갖고 밥 한그릇 비워도 좋을 듯 했습니다.
구수하고도 시원한 된장입니다.
누룽지밥입니다. 된장과 궁합이 딱이더군요.
밑반찬입니다.
문제는 이날 모든 비용을 최정기 교수께서 부담했다는 겁니다. 다음 모임을 마산으로 잡아놓은 터여서 제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마산서 모일 땐 제가 모두 부담해야 하는데, 선례를 처음부터 바로 남기기 위해 각자 갹출합시다."
그랬더니 최 교수가 극구 자신이 부담하겠다네요. 참 큰 일입니다. 어쨌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가장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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