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광주에서 맛본 다양한 홍어 요리들

기록하는 사람 2010. 6.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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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연차 광주에 다녀왔다. 거기서 광주 전남 전북 지역의 많은 언론인들을 만난 것도 즐거웠지만, 역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그 지역 먹거리를 맛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광주에서 감동적으로 먹었던 음식은 '안창살' 구이와 '생고기', 그리고 '굴비정식'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저녁에는 쇠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전날 밤부터 따뜻하게 맞이해준 분들과 함께 먹은 홍어요리도 경상도 촌놈에겐 감동적인 맛이었다.

무엇보다도 홍어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이채로웠다.

사실 경상도에도 전라도의 홍어삼합이 일종의 공급계약 체결방식으로 꽤 팔린다. 그러나 홍어회나 무침, 홍어탕, 홍어애국 등은 경상도에서 먹으려 해도 파는 곳이 없다.


위의 메뉴판을 보면 홍어요리가 모두 여섯 종류다. 그날 우리는 홍어삼합과 홍어찜, 홍어무침, 그리고 홍어애국 등 네 종류의 요리를 먹었다. 홍어탕은 전주에서 이미 먹어봤으니 별로 아쉬울 건 없었다.(☞홍어탕, 생전 처음 먹어본 강렬한 맛)


우선 가장 대중적인 홍어요리인 삼합니다. 돼지 삼겹살 수육과 묵은 김치, 그리고 삭은 홍어를 함께 먹는다. 이날 먹은 홍어는 예상과 달리 그리 오래 삭힌 것은 아니었다. 쏘는 맛이 살짝이었다. 아무래도 마니아층을 위한 식당이라기 보다 대중을 위한 식당이어서 그런 것 같다.


다음은 홍어무침이다. 이것 역시 비슷하게 삭힌 것이어서 어느 정도 쏘는 맛이 있다. 그러나 삼합과 달리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통통하고 투명한 살점이 먹음직스럽지 아니한가?


이건 홍어찜이다. 통째로 모양이 살아나도록 쪘다. 마치 내가 사는 마산에서 먹는 아귀 수육이나 복 수육을 연상케 했는데, 맛은 이게 더 담백했던 것 같다.


찜은 이렇게 정구지(부추)를 감아 초장에 찍어 먹는다. 뼈다귀도 오독오독 씹으면 된다.


그날 먹었던 홍어요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맛이 바로 이 홍어애국이었다. 마치 보신탕이나 장어국처럼 끓여냈는데, 맛이 구수하고 고소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게 홍어 애의 맛이었다. 모든 생선의 애가 다 고소하고 맛있지만, 마산에서는 특히 아귀 애를 수육으로 즐겨먹는다. 나도 그걸 좋아하는데, 이날 광주에서 먹은 홍어 애는 약간 쿰쿰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도 고소한 그야말로 독특한 애의 맛이었다.


이건 아마 대창 부위였던 것 같은데, 역시 쿰쿰하면서도 다른 생선의 대창과 달리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다. 지금도 그 쿰쿰한 맛이 입안을 맴도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요리인 홍어전이 나왔다. 처음엔 그냥 평범한 부침으로 생각했다. 한 입 베어 먹어보니 홍어의 알싸한 맛이 입안에 느껴졌다. 단면을 보니 홍어 특유의 연분홍색이 살아있었다.


이 집의 홍어요리는 홍어를 먹어보지 않은 초보자라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홍어의 알싸하게 쏘는 맛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광주에서 이 집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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