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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가에 걸린 펼침막 "후보님! 상가 발전대책 뭡니까"

기록하는 사람 2010. 4. 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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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충북 청주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산시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뒷편 상가에 걸린 펼침막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마침 택시 안이어서 급히 카메라를 꺼내 창문을 내리고 사진을 찍었다.

"후보님, 합성상권의 발전대책은 무엇입니까? 토론회를 엽시다. 010-5556-7792 합성상가번영회"

다소 도발적으로도 보이는 이 문구를 보고 아! 이거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권자들이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가장 도움이 될만한 후보자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합성상가번영회처럼 상인들은 자신의 상점이 있는 상가를 발전시켜줄 후보자를 찾고, 농민들은 농민의 입장을 대변해줄 후보자를 찾고, 노동자는 노동자의 권리보장에 앞장서는 후보, 대학생들은 청년실업 해결에 가장 도움을 줄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유권자의 권리행사가 아닐까?

마산 합성동 상가에 내걸린 펼침막.


사실 시민단체나 언론이 개최하는 후보토론회는 패널들의 질문이 대부분 뜬구름잡는 이야기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유권자들의 몸에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직능ㆍ이익단체가 자신들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을 놓고 후보자 토론회를 연다면 구성원들이 지지후보를 선택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선거법의 제약이었다. 내가 알기론 현행 공직선거법상  '향우회ㆍ종친회ㆍ동창회, 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간의 사적모임'은 후보자가 선거운동에 이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고, 그런 단체는 후보자 초청  대담ㆍ토론회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가번영회도 '개인간의 사적모임'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선관위에 전화를 해봤다. 박용백 지도담당은 "상가번영회도 사적모임이므로 후보자 초청  대담ㆍ토론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익단체나 직능단체가 단체 구성원들의 이익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후보를 가려내고 지지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 오히려 올바른 주권행위로 권장해야 할 일인 것 같은데, 그걸 금지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용백 담당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현행 선거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 생각엔 과연 상가번영회까지 개인간의 사적모임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펼침막을 내건 합성상가번영회측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펼침막에 적힌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되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볼 참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중에라도 연결되면 합성상가번영회측의 생각과 입장을 계속하여 100인닷컴을 통해 알려드리겠다.

혹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아래 질문 외에도 상가번영회측에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란다.

-어떤 후보를 대상으로 내건 펼침막인가? 시장? 도의원? 시의원?
-토론회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나?
-현행 선거법상 언론사가 아닌 단체에서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여는 데 문제는 없나?
-선관위에서는 상가번영회도 선거운동이 금지된 사적단체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던데?
-펼침막 외에 후보자들에게 따로 연락을 했나?
-펼침막을 보고 연락이 온 후보자가 있었나?
-합성상가번영회는 어떤 단체인가? 언제 조직되었으며, 회원은 몇이나 되고, 어떤 활동을 해왔나?
-합성상가는 그나마 마산에서 사람이 북적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도 어렵나?
-이 펼침막과 토론회 아이디어는 누구 작품인가?
-토론회 결과 가장 좋은 발전대책을 가진 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것인가?
-정당에 관계없이 진짜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발전대책을 가진 사람에게 투표하도록 회원들에게 권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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